[수원=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했던 왕년의 스타들이 수원에 모였다. 이벤트전 답지 않은 치열한 승부가 빅버드를 수놓았고, 3만8027명의 관중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다.
OGFC와 수원 삼성 레전드 팀이 맞붙은 'OGFC: THE LEGENDS ARE BACK'이 19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다. 90분 내내 치열한 승부가 펼쳐진 끝에 수원이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는 축구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매치로 관심을 모았다. OGFC는 2000년대, 2010년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박지성, 리오 퍼디난드, 라이언 긱스, 네마냐 비디치, 에드윈 반 데 사르, 파트리스 에브라,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등이 주축을 이뤘다. 또한 1990년대 맨유의 대표 선수인 에릭 칸토나가 지휘봉을 잡았다.
이에 맞서는 수원 삼성 레전드 팀은 고종수, 이운재, 데니스, 마토, 이관우, 김두현, 염기훈 등 수원의 황금기를 이끈 선수들로 구성됐다. 서정원은 선수 겸 감독으로 팀을 이끌었다. 또한 신영록이 코치로 함께 해 특별한 의미를 더 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축구팬들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연출이 펼쳐졌다. 학창 시절 우리가 공책에 적었던 라인업처럼, 이날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이름이 적힌 공책 라인업 통천이 그라운드를 가득 메웠다. 라인업에 적힌 선수들이 등장할 때마다 경기장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OGFC 선수들이 소개될 때는 홈팬들의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박지성이 등장할 때 만큼은 수원 응원석에서도 환호와 박수가 나왔다.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경기. 기선 제압에 성공한 팀은 수원이었다. 전반 5분 염기훈의 왼발 슈팅으로 공격의 포문을 열더니, 7분 데니스의 스루패스를 받은 산토스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OGFC는 반격에 나섰다. 파비우가 페널티 박스 안까지 파고들며 적극적으로 슈티을 시도했고, 오른쪽에서는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현역 시절을 연상시키는 드리블 돌파로 찬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운재 골키퍼가 버틴 수원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OGFC는 전반 31분 베르바토프의 패스를 받은 긱스가 골망을 흔들었지만, 앞선 상황에서 베르바토프의 오프사이드가 적발돼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이후에도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지면서 그라운드의 분위기는 점점 과열됐다. 에브라는 경기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자 동료 선수들에게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고, 데니스는 부심의 오프사이드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다가 주심의 주의를 받기도 했다. 전반전은 수원이 1-0으로 앞선 채 종료됐다.
골이 필요한 OGFC는 후반전 들어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몇 차례 세트피스 찬스가 있었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후반 3분에는 베르바토프의 발리슛이 골대를 살짝 넘어갔다. 수원도 후반 9분 고종수를 교체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이후 OGFC가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하고, 수원은 버티는 양상의 경기가 전개됐다. 송종국은 거친 동작으로 경고를 받기도 했다. 박지성이 몸을 풀기 시작하면서 관중석에서는 더 큰 환호성이 나왔다.
후반 38분. 드디어 박지성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박지성은 오른쪽 측면에서 OGFC의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OGFC는 젊은 하파엘과 파비우전방에 배치해 계속해서 찬스를 만들려고 했다. 다만 수원의 수비는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박지성이 얻은 프리킥을 대런 깁슨이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공은 또 다시 이운재의 품으로 향했다. 경기는 수원의 1-0 승리로 막을 내렸다.
경기가 끝난 뒤 양 팀 선수들은 서로 포옹하고 악수를 나눴다. OGFC에 야유를 보냈던 수원 응원석에서도 경기 종료 후에는 박수를 보냈다. 선수들에게도, 축구팬들에게도 특별한 기억을 선사한 'OGFC: THE LEGENDS ARE BACK'은 박수 속에 막을 내렸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