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정든 코트를 떠나는 여자배구 레전드 양효진이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13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 진에어 2025-2026 V-리그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선수로서 마지막 시상식에 참석한 양효진은 신기록상과 미들블로커 부문 베스트7을 수상하며 공식적인 선수 생활에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2007-2008시즌 V-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은 양효진은 19시즌 동안 한 팀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다.
양효진은 한국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미들블로커로 활약했다. 그는 두 차례 정규리그 MVP(2019-2020, 2021-2022)를 수상했고, 챔피언결정전 MVP도 한 차례(2015-2016) 차지했다.
V-리그 역사에도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양효진은 통산 19시즌 동안 8406점, 블로킹 1748개를 기록, V-리그 남녀부 통합 1위에 올라 있다.
올 시즌에도 양효진은 변함없는 활약을 펼쳤다. 정규리그 35경기에 출전해 460점을 따내며 국내 선수 득점 1위(전체 9위)를 마크했다. 세트당 평균 블로킹은 0.277개로 전체 2위에 올랐다.
시상식 후 취재진과 만난 양효진은 "솔직히 은퇴가 뚜렷하게 실감나지 않는다"며 "항상 수상소감을 할 때 '다음 시즌에도 베스트7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아까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마무리를 기분 좋게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효진은 플레이오프를 마친 뒤 온전한 휴식을 취했다. 그는 "배구 생각을 안 하고 쉬는 게 거의 처음이었다. 몸 컨디션을 생각 안 하고 쉬어도 돼서 너무 좋았다"며 "운동을 해야 된다는 불안감과 걱정 없이 쉴 수 있었다. 일본도 잠깐 갔다 왔는데 원 없이 돌아다니고 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뚜렷한 방향은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해볼 수 있는 일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여러 가지 방향을 열어두고 고민해서 결정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먼저 코트를 떠난 '여제' 김연경도 조언을 해줬을까. 양효진은 "언니랑 잠깐 만났는데 '너 이제 뭐하냐'고 묻더라. '아직 백수다. 당장은 계획 없다'고 답했다"며 웃었다.
긴 시간 동안 힘이 되어준 부모님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지지를 많이 해 셨다. 학창 시절 때 힘들다고 할 때마다 언제든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끔 항상 서포트해 주셨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프로 와서도 키는 큰데 기량적으로 뚜렷하게 내세울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울지 않고 시즌을 시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때마다 부모님이 옆에서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며 "사실 제가 계속 배구를 하는 걸 원치 않으셨다. 몇 년 전부터 당연히 그만두겠거니 생각하셨다. 엄마가 '이제 마음 편하게 잘 수 있겠다'고 하시더라. 이제는 마음 편하게 같이 재밌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은퇴 번복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양효진은 "안 그래도 은퇴 얘기하고 이틀 뒤가 만우절이었다. 같은 팀 선수들이 본인들이 다 감수할 테니 만우절이었다고 번복하면 안 되냐고 많이 얘기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겉으로 티는 안 냈지만 몇 년 전부터 계속 그만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른 분들은 갑작스럽게 은퇴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데, 저는 하고 싶은 게 몇 년 전부터 있었어서 오히려 홀가분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양효진은 이제 가정 생활에도 충실할 계획이다. 그는 "남편이 체격이 좋은 편이라 자녀가 태어나면 스포츠 쪽 진로를 찾아줘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자녀 계획을 아예 안 할 수 없는 시기"라고 웃으며 말했다.
끝으로 양효진은 "후배들에게 정말 고마운 게 없다. 후배들이 정말 잘해줬다는 걸 써주시면 좋겠다"며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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