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현 오케이 레코즈 대표)와 어도어 간 주식매매대금(풋옵션) 소송에서 민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던 재판부가 하이브와 민 전 대표 간 손해배상 공판에서 '탬퍼링'이라는 용어가 낯설다고 언급해 의문을 사고 있다. 앞선 풋옵션 소송에서 '탬퍼링 의혹'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진 내용이었던 탓이다.
지난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남인수)는 어도어가 뉴진스 전 멤버 다니엘과 그의 가족 1명,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총 43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 사건 쟁점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내용 중 이른바 '탬퍼링'이 있는데 용어가 낯설어서 참고자료를 냈는데 선례가 있나"라고 물었다. 탬퍼링(tampering)은 전속계약 기간 중 제3자가 이탈을 유도하는 행위다. 소속사와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에 다른 소속사가 해당 소속사의 동의 없이 접촉하는 규정 위반 행위를 뜻한다.
이에 어도어 측 법률대리인은 소위 그룹 피프티피프티 사건이 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계속해서 재판부는 "(탬퍼링 의혹에 대해) 정면으로 다룬 사건이냐"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다른 요건, 횡령이나 그런 것과 상관 없냐"고 재차 질의했다.
또 재판부는 해외 사례는 어떤지 물어보면서 "이런 유형의 사건이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측면이 있다. 탬퍼링이라는 키워드도 찾아보니까 주로 기계공학 쪽에서 많이 나오더라. 해외 선례가 어떤 게 있는지. 아마 많이 있을 것 같다. 해외 선례 부분이랑 이게 아티스트가 아니더라도 스포츠 선수들, 구조가 중소기업의 기술이라고 해야 하나. 유사한 케이스에 대한 선례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추출되는 요소를 양측에서 해서 원형을 먼저 선례로 정리한 다음에 이 사례 요소가 거기에 부합되는지 여부에 대해서 양측에서 공방을 진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당 상황을 두고 법조계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번 재판부는 민희진 전 대표 승소 판결을 낸 풋옵션 1심 재판부와 같다. 이미 해당 풋옵션 재판에서 '탬퍼링 의혹'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진 바 있다. 때문에 탬퍼링의 개념부터 사례까지, 이미 풋옵션 재판 당시 면밀하게 검토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나 이번 재판부에서 탬퍼링을 설명하며 '기계공학' '중소기업의 기술'을 언급한 것과 관련, 금속 또는 유리의 열처리 과정 중 하나를 뜻하는 템퍼링(Tempering)과 혼동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앞선 풋옵션 재판 당시, 하이브에서는 민 전 대표의 탬퍼링 행위 계획을 주요 계약 위반 사유라 주장했다. 민 전 대표가 당사자 신문에서 탬퍼링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민 전 대표는 "탬퍼링을 보도한 매체가 황색 언론의 대표주자고 공신력이 있나? 거기다가 저 미행했던 회사다. 하이브랑 너무나 유착돼 있는 정황이 너무나 많은 매체에서 저한테 심지어 사실 확인도 안 하고 기사를 쓰는 매체다. 저한테 사실 확인을 단 한 번도 한 적 없다. 왜 제가 그런 매체에 대응을 해야 하나. 병먹금이라는 말이 있다. 저는 대응을 할 수가 없다. 대응을 하면 이상한 상황이 되고. 대응을 안 했으니까 할 말이 없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재판부는 하이브의 탬퍼링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재판부는 법적 효력이 큰 선행 재판의 판결은 인용하지 않으면서, 증권사 애널리스트 리포트나 경찰의 배임 불송치 결정 기록 등을 중요한 증거로 내세워 일각에서는 판결 공정성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선행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뉴진스의 전속계약 본안 판결 재판부에서는 민 전 대표의 탬퍼링 의혹과 관련해 "민희진이 뉴진스가 포함된 어도어를 하이브로부터 독립시키려는 의도로 사전에 여론전, 관련기관 신고 및 소송 등을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뉴진스의 부모들을 내세워 자연스럽게 하이브가 뉴진스를 부당하게 대했다는 여론을 만들려고 계획했다. 한편으로는 어도어를 인수할 투자자를 알아보기도 했다. 민희진의 이러한 행위는 전속계약상 의무 불이행으로부터 뉴진스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뉴진스의 '어도어 의무 불이행' 주장은 하이브에 부정적인 여론 형성 및 소 제기 등에 필요한 요소들을 찾아낸 민희진의 사전 작업의 결과다. 어도어가 하이브로부터 독립하거나, 민희진 자신이 뉴진스를 데리고 어도어 및 하이브로부터 독립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보다 더 앞선 가처분 항고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역시 민 전 대표에 대해 "전속계약의 전제가 된 통합구조를 의도적으로 파괴하고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이하 음콘협)는 풋옵션 1심 판결 후 "업계에서 탬퍼링으로 인식될 수 있는 행위가 정당한 경영행위로 해석되거나 실질적인 책임이 수반되지 않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면서 "대표이사의 직무수행에 있어 상법이 요구하는 회사 및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탬퍼링과 공존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계열사 대표 또는 핵심 경영진이 부당한 방법을 동원하여 성공한 아티스트 IP를 빼내어 새로운 기업으로의 독립을 모색한다면, 이는 산업 전반의 지배구조 안정성과 투자 예측 가능성에 중대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판사 발언만 보면 핵심 쟁점이었던 템퍼링을 모르고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보인다"며 "탬퍼링에 대한 다양한 사례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