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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너'가 그린 新 여성 서사, 우린 모두 완벽하지 않으니까 [ST이슈]
작성 : 2026년 03월 11일(수) 16:36

아너 : 그녀들의 법정 스틸 / 사진=KT스튜디오지니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해 맘에 드는 콘텐츠가 있는 반면, 결점이 있음에도 괜스레 마음이 가는 경우가 있다. 아픈 과거를 안은 채 한 걸음씩 내딛는 이들의 이야기, '아너 : 그녀들의 법정'이 그랬다.

ENA 월화드라마 '아너 : 그녀들의 법정'(이하 '아너')이 지난 11일, 12부작의 여정을 매듭지으며 시청자들과 작별했다. 스릴러, 미스터리, 법정물. 컬러보다 흑백이 어울리는 무거운 소재였으나 그 안엔 서로를 이해하는 따뜻함이 녹아 있었다.

여성 변호사 3인방 윤라영(이나영), 강신재(정은채), 황현진(이청아)은 줄곧 나라를 뒤흔든 성매매 스캔들을 추적해왔다. 20년 전 벌어진 사건은 세 사람의 발목을 잡기도 했지만, 모든 것을 내던지고 거대한 악에 맞섰다. '부서져도 끝내 무너지지 않는다'는 로그라인에 충실한 이야기였다.

'최강 빌런' 박재열(서현우)과 '숨은 빌런' 박태주(연우진)의 존재는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정의를 실현하겠단 의지를 꺾진 못했다. 작품은 다양한 종류의 악이 판치는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며 경종을 울렸다.

극의 중심엔 배우들의 호연이 있었다. 주연 이나영, 정은채, 이청아를 비롯해 서현우, 최영준, 연우진, 신예 전소영까지,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활약이 설득력을 더했다.

시청률도 안정적이었다. '아너'는 1회 시청률 3.1%(닐슨코리아 기준)로 역대 ENA 드라마 첫 방송 1위를 기록했다.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후에도 줄곧 3~4%대를 유지했고, 최종회 4.7%로 자체 최고 수치를 찍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아너 : 그녀들의 법정 스틸 / 사진=KT스튜디오지니


흠이 아예 없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결점을 가진 캐릭터들과 다소 과장된 장면들, 억지스러운 전개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빛이 났다. 완벽하지 않은 인물들이 그려내는 완벽하지 않은 이야기가 타 작품과의 차별점이었다. 법으로 악을 심판하는 변호사지만, 여전히 실수를 저지르고 잘못을 감추는 데 급급한 보통의 인간을 그렸기 때문이다.

작품 외적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아너'는 남성 중심의 콘텐츠에서 벗어나 또 하나의 여성 서사를 완성했다. 세 사람 간의, 나아가 악에 분노하는 모든 여성들 간의 연대는 흔한 로맨스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

'아너'는 세 배우에게도 의미가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나영, 정은채, 이청아는 각각 40대의 끝으로 향하는, 40대를 눈앞에 둔, 40대에 막 들어선 인물들이다. 인생의 절반가량을 지난 시점, 그 시기에만 할 수 있어 소중한 작품 중 하나가 될 듯싶다.

'아픔'과 '공감'이란 키워드로 두 달간 시청자들과 동행한 '아너'. 아쉽지만 이젠 놓아줘야 할 때다. 배우들의 이름값에서 끝나지 않은 이 작품, 모두의 마음속에 오래 기억될 것이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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