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필터를 거치지 않은 상태의 원필을 알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날 구해줘"라는 절박한 외침을 곡으로 쓸 정도로 고통스러워 보였으나, 원필은 자신의 앨범에 대한 소개를 한껏 쏟아낼 수 있어 너무도 신난 상태라고 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원필을 만났다.
데이식스(DAY6) 원필은 최근 첫 솔로 미니 앨범 'Unpiltered'(언필터드)를 발표했다. 이번 앨범은 2022년 2월 첫 솔로 정규 앨범 'Pilmography'(필모그래피) 이후 약 4년 만의 신보다. 원필은 앨범에 수록된 7곡 전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하며 자신의 내면과 서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청춘을 노래하는 밴드"로 사랑 받았던 원필에게 솔로는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다. 데이식스로 보여줬던 밝은 이미지 대신, 다른 색으로 다가가기 위함이었다. 원필은 "음악적인 것에서 항상 갈망이 있었다. '계속 이렇게 해야 되는 게 맞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데이식스 10주년 앨범을 내면서 다른 음악을 하려고 마음 먹었다. 그런 마음으로 작업한 게 제 이번 앨범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필은 타이틀곡 '사랑병동'으로 실험이라 할 만큼 큰 변화를 줬다. 그동안 데이식스로 전했던 곡의 메시지나 스타일이 180도 달라졌다. 원필은 "청춘이나 인생에 대해서 말하는 걸 저희조차 좋아하기 때문에 아예 안 할 순 없지만 음악의 색, 저희가 연주하는 사운드들을 변화를 시키고 싶었다. 이번에 제 앨범을 통해서 실험을 시도해봤다"고 전했다.
'사랑병동'은 고통에 무너지며 겨우 버텨내고 있는 삶 속에서 외치는 절박한 마음을 담은 곡으로, "날 구해줘 / 난 여기까지인가 봐 / 이젠 못 버틸 것 같아" 등 다소 직설적인 가사가 쓰였다. 원필은 "그게 제가 하고 싶었던 음악 중에 하나였다"면서 "마음 속에 있던 응어리 같은 걸 풀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응어리가 컸던 원필은 콘셉트 필름,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면서 힘이 빠질 정도로 눈물을 쏟아냈다. 그렇게 한바탕 울고 나니 오히려 후련해졌다고. 그는 "제가 웃는 게 학습이 된 것 같았다. 웃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연스러운 웃음이 안 나왔다. 근데 '척'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고 '이게 가장 나다운 거구나' 하면서 이렇게 살아가는 내 자신이 싫었다. 그렇게 터져나온 울음 플러스 연기였지만 제 안에 감춰만 두고 안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들을 상상하다 보니 눈물이 엄청 나왔다"고 설명했다.
"사실 전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진 않는 성격이에요. 근데 팬분들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고 안 좋은 모습은 보여드리기 싫어서 점점 더 감추고 살아왔거든요. 제 개인으로서 어떤 속상한 일이 있을 때 티를 잘 안 내려고 했어요. 물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나 힘들어' 그런 건 멋없잖아요. 그렇게 계속 참았던 걸 말로 하기 보다는 음악으로 풀고 싶었어요."
다만 가사 수위를 두고는 고민이 컸단다. 스스로도 '너무 센가?' 걱정을 거듭했다. 원필은 "그동안 행운을 빌어주려고 했던 애가 갑자기 '나 못 버틸 것 같다'면서 끝내려는 메시지를 하는 게 맞을까 고민도 했는데 고민을 하던 시간들을 지나고 나니 더 확고해졌다. 나는 이번엔 이렇게 보여드리고 싶다. 너무 후련했어서"라고 했다.
지금껏 잘 몰랐던 원필의 면면을 마주할수록 걱정이 커졌다. 얼마나 힘들었던 걸까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원필은 "멤버들은 제가 원래 제 얘기를 다 드러내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괜찮은데 다른 분들은 노래 들려드리면 '무슨 일 있으신 거 아니에요?' 물어보시더라. 무슨 일은 없다. 그냥 저의 내면에 있는 걸 더 극대화해서 쓴 거다. 사회생활 하면 힘든 게 많지 않나. 제가 대신 이 노래를 불러서 들으시는 분들이 속시원하게 들으셨으면 좋겠다.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별의 아픔을 겪은 것도 아니다. 단지 사랑에 빗댄 것뿐이다. 이렇게까지 아픈 이별을 겪어본 적이 없다"고도 덧댔다.
줄곧 취재진의 걱정이 이어졌으나 원필은 "너무 신나는 상태"라면서 과장 조금 보태자면 어깨춤을 췄다. "이런 음악 얘기하는 자리가 너무 좋다"는 그다.
"팬분들이 데이식스를 '청춘을 노래하는 밴드'라고 정의해줬거든요. 솔로 가수 원필은 좀 뻔하긴 한데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계속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삶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