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류지현호가 도쿄의 기적을 연출하며 17년 만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에 진출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1라운드 조별리그 C조 4차전에서 호주를 7-2로 제압했다.
한국은 호주, 대만과 함께 나란히 2승2패를 기록했다.
WBC 조별리그에서는 동일 전적일 경우, 승자승, 최소 실점률 순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한국은 호주, 대만과 상대 전적에서 1승1패로 얽혔지만, 최소 실점률에서 가장 앞서며 조 2위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대만, 호주를 상대로 19이닝 7실점을 기록하며, 호주(18이닝 7실점), 대만(18이닝 7실점)을 제쳤다.
이날 경기 전 한국은 1승2패로 조 4위에 머물러 있었다. 8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호주를 5점차 이상, 2실점 이하로 꺾어야만 했는데, 불가능해 보였던 시나리오를 현실로 만들며 '도쿄의 기적'을 완성했다.
한국이 WBC에서 8강에 진출한 것은 지난 2006년 대회(4강), 2009년 대회(준우승)에 이어 세 번째이며, 무려 17년 만이다. 2013, 2017, 2023년 대회에서는 모두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지만, 이번 대회에서 자존심 회복에 성공했다.
문보경은 홈런 포함 3안타 4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8강 진출의 주역이 됐다. 이정후와 안현민은 각각 2안타 1타점, 김도영은 1안타 1타점을 보탰다.
마운드에서는 손주영(1이닝 무실점)-노경은(2이닝 무실점)-소형준(2이닝 1실점)-박영현(1이닝 무실점)-데인 더닝(1이닝 무실점)-김택연(0.1이닝 1실점)-조병현(1.2이닝 무실점)이 9이닝을 2실점으로 봉쇄했다.
호주에서는 로비 글렌디닝이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LG 트윈스 소속의 라클란 웰스는 선발 등판했지만 1.2이닝 2실점에 그치며 패전투수가 됐다.
기선을 제압한 팀은 한국이었다. 2회초 선두타자 안현민이 안타로 출루한 뒤, 문보경이 웰스를 상대로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대형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기세를 탄 한국은 3회초 자마이 존스와 이정후의 연속 2루타로 1점을 추가했다. 이후 안현민이 삼진으로 돌아섰지만, 문보경이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4-0으로 차이를 벌렸다.
마운드에서는 선발투수 손주영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이후 팔꿈치 통증으로 교체되는 변수가 발생했지만, 2회말부터 등판한 노경은이 베테랑다운 면모를 뽐내며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한국의 상승세는 계속 됐다. 5회초 2사 이후 안현민이 볼넷과 도루를 기록하며 득점권에 진루했고, 문보경이 담장을 직격하는 적시타를 터뜨리며 5-0을 만들었다.
호주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5회말 글렌디닝이 소형준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쏘아 올리며 1점을 만회했다.
하지만 한국은 6회초 박동원의 2루타와 상대 폭투로 만든 2사 3루에서 김도영의 적시타를 보태며 6-1로 차이를 벌렸다.
순항하던 한국은 8회말 등판한 김택연이 선두타자 로비 퍼킨스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팀 케넬리의 희생번트로 1사 2루에 몰렸다. 이어 트래비스 바자나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스코어는 6-2가 됐다. 5점차 이상 승리라는 공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포기하지 않았다. 9회초 김도영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기적의 신호탄을 쐈다. 이후 존스가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이정후의 내야 안타와 상대 송구 실책으로 1사 1,3루 찬스를 만들었다. 병살타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상대 투수의 글러브를 맞고 공이 굴절된 것이 한국에게는 큰 행운이 됐다.
찬스에서 등장한 안현민은 큼지막한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7-2를 만들었다. 5점차 이상, 2실점 이하 승리라는 한국의 8강 공식이 다시 갖춰지는 순간이었다.
9회말 마운드에 오른 조병현은 1사 이후 크리스 버크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윈그로브를 우익수 이정후가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이어 로건 웨이드를 내야 뜬공으로 잡아내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은 마이애미로 간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