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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식 치른 양효진 "안 울려 그랬는데…그만둘 때 많은 용기 필요하더라"(일문일답)
작성 : 2026년 03월 08일(일) 20:35

양효진 / 사진=권광일 기자

[수원=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한국 여자배구의 간판 미들블로커이자 현대건설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양효진이 정든 코트를 떠난다.

양효진은 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시즌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 페퍼저축은행의 경기를 통해 은퇴식을 치렀다.

여자배구 '리빙 레전드' 양효진은 2007-2008시즌 V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은 뒤 19시즌 동안 한 팀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다.

양효진은 리그를 대표하는 미들블로커로 압도적인 블로킹 능력과 속공, 꾸준한 득점력을 앞세워 여러 차례 현대건설의 우승을 견인했다. 그는 두 차례 정규리그 MVP(2019-2020, 2021-2022)를 수상했고, 챔피언결정전 MVP도 한 차례(2015-2016) 차지했다.

V리그 역사에도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양효진은 8일까지 566경기에 출전해 통산 8392점을 올려 V리그 남녀부 통틀어 역대 통산 득점 1위에 올라 있다. 여자부 2위 박정아(페퍼저축은행·6417점)에 2000점 가까이 앞서 있고, 남자부 통산 득점 1위인 레오(현대캐피탈·7374점)보다도 1000점 이상 많다.

통산 블로킹(1744개) 부문에서도 남녀부 통합 선두를 달리고 있고, 여자부 통산 서브 득점 부문에서도 3위(364개)에도 올라 있다.

이번 시즌에도 양효진은 변함없는 실력을 보여줬다. 올 시즌 현대건설의 34경기에 모두 출전해 446점을 기록, 국내 선수 중 득점 1위(전체 9위)를 달리고 있다.

국가대표로서 활약도 빛났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예선을 통해 첫 태극마크를 단 그는 2021년 국가대표 은퇴 때까지 오랜 기간 국제 무대에서 활약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과 함께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고,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다시 한번 4강 신화를 재현했다.

양효진 / 사진=권광일 기자

이날 경기가 끝난 후 공식적인 은퇴식이 진행됐다.

먼저 전광판을 통해 양효진의 데뷔 시절부터 현재까지 모습을 담은 헌정 영상이 상영됐다. 그와 함께 코트를 누볐던 동료들도 영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며 그의 앞날을 응원했다.

영상 상영이 끝난 뒤에는 선물 전달식이 진행됐다. 신영석, 김연경 등 동료 선수들과 배구 관계자들이 참석해 꽃다발 및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날 은퇴식의 하이라이트는 양효진의 영구 결번식이었다. 양효진의 등번호 14번이 적힌 대형 유니폼이 경기장 상단에 걸렸고, 꽃가루가 터지며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이로써 양효진은 시몬(OK저축은행), 김사니(IBK기업은행), 이효희(한국도로공사), 문성민(현대캐피탈), 김연경(흥국생명)에 이어 V리그 역대 6번째 영구 결번 선수가 됐다.

양효진 / 사진=신서영 기자

은퇴식 후 양효진은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양효진과 일문일답이다.

Q. 평소 긴장 안 하는 성격인데 오늘은 어땠나?
- 결혼식 때도 이렇게 긴장은 안 한 것 같다. 평소 무언가를 크게 생각하지 않는 편인데 전날 신경이 계속 쓰여서 빨리 잘 수 있는 거 먹고 그냥 자버렸다. 이러다 날 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은퇴식을 한다는 게 마음이 좀 그렇더라. 은퇴를 한다고 선언했을 때만 해도 실감이 안 났다. 구단, 감독님, 선수들한테 알릴 때 마음이 불편했고 오히려 이후엔 홀가분했다. 그런데 오늘 경기도 중요했고 은퇴식까지 하니 복합적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Q. 구단에서 은퇴 투어 얘기도 했다던데?
-그 얘기는 사실 저번에 계약했을 때부터 나왔다. 은퇴를 하게 된다면 은퇴 투어를 해서 팬들과 천천히 인사를 하자고 하셨다. 작년에 은퇴를 하면 너무 갑작스럽게 하는 것처럼 보여서 구단도 많이 신경 쓰이셨던 것 같다. 은퇴 투어를 하기에는 마음이 좀 그랬다.

Q. 잘 버티다가 사진 촬영 때 눈물을 보인 것 같던데?
- 가족이랑 (사진을) 찍고 (김)연경 언니, 신영석 선수 등 가까운 분들을 맞닥뜨렸다. 얼굴을 보는데 같이 지냈을 때의 희로애락이 느껴졌다. 힘들고 즐거웠던 게 머릿속에 갑자기 지나가면서 마음이 아팠다. 오늘 진짜 안 울려 그랬다.

Q. 19년 선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 신인 때부터 목표를 항상 세웠다. 처음 시즌을 겪고 나서는 상을 많이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시상식장을 갔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상을 많이 받는 선수가 돼서 기록에 남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음으로는 최고 연봉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앞만 보고 달렸다. 그다음에는 MVP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에는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게 마지막 종착지였다. 팀에 좀 더 도움이 되고 팬들이 봤을 때도 잘하는 선수라는 이미지로 남고 싶었다.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나서 오히려 홀가분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

Q. 별명이 많다. 가장 기억에 남는 별명은?
- '거요미'(거대한 귀요미)다. 2012 런던 올림픽 때 생각하지도 못한 별명이 생겼다. 어린 나이에 신기했다. 그 때 유입된 팬도 많았다. 런던 올림픽 당시 키는 큰데 얼굴에 살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 별명이 붙은 것 같다. 사실 지금 좀 부끄럽다.

양효진과 현대건설 선수단 / 사진=권광일 기자

Q.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 사실 후배들한테 따로 얘기를 하는 성격은 아니다. 같이 하는 선수들이 제 배구 스타일을 보고 옆에서 많이 배웠다고 얘기해줘서 고마웠다. 그 부분에서 뿌듯함을 많이 느꼈다. 얼마 전에 제가 기록을 세웠는데 후배들이 깜짝 이벤트를 해줬다. 꽃다발이랑 선물을 해줬는데 편지 내용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저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원래 눈물이 많지 않은데 울었다. 제가 후배들한테 귀감이 되는 선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Q. 편지 내용은?
- 후배들이 항상 같이 운동해서 좋았다, 배울 점이 많았다고 한다. 조 또한 지금 후배들과 같이 해서 너무 좋았다. 저희는 배구를 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같이 고민하는 동료라 생각했다. 그런 부분이 좋았다.

양효진 / 사진=권광일 기자

Q. 은퇴 결정 계기
- 제가 너무 섣불리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4년 전부터 1년, 2년 하면 그만 둘 거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 한 이 정도까지 하면 마무리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래서 잘하고 있는 위치에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미련이 너무 남았다. 시작할 때는 그런 게 없는데 그만둘 때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더라. 섣불리 선택하기 힘들어서 혼자 계속 생각하다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구단에서 1년 더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줬다. 지금은 1년 더 하게 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작년에 가족, 연경 언니, 지인들과 많이 상담했다. 저희 어머니는 1년 더 한다고 해서 많이 놀라셨다. 그만두는 줄 알았는데 더 한다고 하니 장난인 줄 아셨다.

Q. 김연경이 해준 조언이 있나?

- 언니는 계속하라고 했다. 왜 그만두려고 하냐고, 1-2년 더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작년에도 저한테 '이렇게 그만두는 건 너무 아쉽다. 경험자로서 은퇴라는 건 혼자 생각해서 결단을 내리는 것보다 마무리를 잘 하는 게 스스로한테도 훨씬 좋고 그런 것들이 소중한 순간이 된다'고 말해줬다.

Q. 은퇴 후 계획은?
- 구체적으로 생각 안 해봤는데 주위에서 너무 닫아놓고 생각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을 여러 가지로 고민해 보라고 조언해줬다. 제의가 들어오면 경험이라도 해보라고 했다. (TV에서 볼 수 있나?) 모르겠다. 연경 언니 유튜브에 나가야 하나 싶다.

Q. 어렸을 때 꿈이 교사 아니었나?
- 맞다. 교사가 꿈이었는데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만 생각했다. 주위에서는 그 꿈을 지도자로 키워보면 되지 않겠냐고 하더라. 처음에는 지도자 생각이 아예 없었는데 나중에 지도자로서 견문도 넓어지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면 좋은 기회가 있을 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아쉽게 정규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졌다.
- 사실 이기고 나서 은퇴식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도 많이 축하해 주셔서 감동을 받았다. 남은 시즌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픈 선수들도 있지만 똘똘 뭉쳐서 최대한 정상의 자리까지 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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