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도파민이 터지는 콘텐츠를 선호하시는데 약간 아쉽더라도 메시지가 있는 걸 해보고 싶었죠."
MBC '마니또 클럽'을 연출한 김태호PD는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에 담담히 입을 열었다. '마니또 클럽'에는 '누가 내 마니또일까' 추리하거나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추격전 등의 요소가 들어 있긴 하지만, 김 PD가 말하고 싶은 핵심은 바로 '마음'이었다.
그는 기획의도에 대해 "작년 여름에 제니 씨가 '올 겨울에 뭔가 시청자들께 선물이 될 만한 아이템을 해보면 어떨까요'라는 제안을 주셨다. 마침 예전에 할리우드 스타들이 크리스마스나 새 시즌을 앞두고 재미있는 이벤트를 했던 것들을 봤던 기억이 났다"며 "기획 방향성에 맞게끔 한번 프로그램을 만들어볼까 하다가 '선물'이라는 단어 때문에 마니또까지 가게 됐다. 선한 영향력으로 좋은 일을 하거나 소외된 이웃을 돕거나 하는 프로그램들도 있었지만, 최대한 우리의 영향력을 숨기고 마음이 앞선 형태로 한번 해보자는 얘기가 나와서 마니또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마니또가 최근에 저희가 조사했을 때 대학교나 회사 같은 곳에서 연말이나 연초에 많이 하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마니또라고 안 하고 요즘에는 '시크릿 산타'라고 해서 다양한 이름들로 하고 있더라"라며 "그래서 그런 형태로 '우리가 일상에 뭔가 작은 선물을 하는데, 알고 봤더니 내가 좋아하는 스타였다면 어떨까'라는 따뜻한 느낌의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해서 제안을 했더니,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셔서 진행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PD는 출연자들끼리의 경쟁 등 도파민이 터지는 '마라맛' 예능 대신, 서로 몰래 선물을 마련하고 챙겨주는 '착한 예능'을 택했다. 시청률은 1%대로 높지 않다. 하지만 김 PD는 본래 기획의도인 '선한 영향력'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미디어나 플랫폼들에서 도파민이 많이 나오는 콘텐츠를 선호하고 시청자들도 원하시니까 저도 그런 것들을 해볼까 기획안을 준비하기도 했지만, 약간 아쉽더라도 어떤 메시지가 있는 것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초반 시청률이 좀 낮긴 하지만 그래도 좀 더 메이킹을 잘해서 본래 기획의도를 잘 전달하게끔 마무리하면 시청률보다도 훨씬 더 좋은 피드백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하면 처음 생각했던 우리의 기획의도대로 잘 전달할까, 우리가 목표했던 것을 어떻게 설명드릴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더 떨어질 데가 없는 지점까지 가면 또 반등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라며 "콘텐츠는 결국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숙명적인 거라서 저희가 의도하지 않았을 때 좋은 평가가 나올 때도 있지만, 또 반대로 애썼는데 안 나오는 것도 너무나 당연하다. 하나하나 배우면서 또 다음은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계획도 세우면서 일하고 있다. 저희의 연륜이나 경험이 그 다음 콘텐츠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은 안 한다. 시도 자체가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해보자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MBC 마니또 클럽 김태호PD / 사진=MBC
'마니또 클럽'은 3기까지 구성됐으며, 기수별로 출연진이 달라진다. 1기에는 추성훈, 노홍철, 이수지, 덱스, 제니가 출연했으며, 현재 방영 중인 2기 멤버는 박명수, 홍진경, 정해인, 고윤정, 김도훈이다. 3기는 차태현, 황광희, 박보영, 이선빈, 강훈이 출연할 예정이다.
김 PD는 "간혹 사회적인 화두를 던지거나, 아니면 우리가 같이 고민해 볼 만한 공감 가는 주제들을 던지는 것에 대해서 좋게 보셨던 분들이 제안을 주실 때가 있다"며 "차태현 씨는 마음 자체가 선하신 분이다. 작년에 '지구마불' 때도 한번 뵀지만 현장에서 제작진들도 많이 생각해 주시고 제작진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능력도 좋았어서 나중에 다시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명수 형님은 항상 물어보면 늘 준비돼 있다고 한다. 험한 말, 독한 말을 한다고 해서 진짜 마음이 그런 분은 아니다. 그 안에 따뜻한 마음이 매력적인 사람이다. 웃음에 있어서는 국내 1티어다"라고 전했다. 또한 제니에 대해서는 "프로그램에 대한 몰입도가 좋다"고, 덱스에 대해서는 "리얼리티에 적합한 날것의 매력이 있다"고 밝혔다.
출연자들이 준비하는 선물의 예산이 있는지 묻자 "대부분 다 사비로 하겠다는 분들이 많더라. 추성훈 씨는 일본 여행을 선물했는데 비행기 값은 저희가 내드렸고, 나머지는 다 본인 돈으로 하셨다. 그게 선물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러신지 모르겠는데 다른 출연자분들도 마음에서 우러나 돈을 쓰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고 답했다.
김 PD는 현재 '마니또 클럽' 외에도 지드래곤이 출연하는 '굿데이' 후속작도 준비 중이다. 그는 "'굿데이'가 MBC에 적합하다는 콘텐츠로 결론이 났어서 MBC에 제안을 했었다"며 "MBC에서도 작년 상반기 매출이나 수익 부분에서 좋은 성과를 낸 콘텐츠라고 말씀을 주셨다. 시즌2는 저희도 막연하게 '하겠지' 했는데 역으로 MBC에서 서둘러서 가자는 말씀을 주셔가지고 저희가 작년 가을부터 방향성이나 시기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도 조만간 뾰족한 방향성이 정리되는 대로 촬영에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특히 올해가 빅뱅 20주년이다 보니까 시기적인 중요성을 생각하면서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드래곤과의 작업에 대해 "처음에 지드래곤과 얘기했던 때가 재작년 여름이었다. 한국 가요계에서의 본인의 역할들, 그리고 선후배 관계들과 앞으로 조직 문화가 어떻게 갔으면 좋겠다는 얘기들을 나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2기는 지드래곤을 빼놓고 생각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MBC 마니또 클럽 김태호PD / 사진=MBC
현재 '포스트 김태호PD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PD는 "저희는 혜택받은 세대다. 제가 2001년도에 MBC에 입사했을 때 대한민국 PD들이 합치면 180명인가밖에 안 됐다. 그 안에서 자신의 콘텐츠를 할 수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좋은 기회의 시기였던 거다. 잘만 돼도 시청률이 30%가 넘던 시절이니까. 그래서 MBC 선배님들 사이에서 시청률 한 자릿수가 나오면 엘리베이터를 못 탄다는 말이 나오곤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때는 어떤 프로그램을 론칭해도 당연히 10%가 넘던 시절이었다. 프로그램을 보려면 당연히 본방사수를 해야만 했고, 인터넷 커뮤니티나 게시판도 없던 시절에 저희가 하는 대로 시청자들을 흡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본방사수라는 개념조차 사라졌고, 제작발표회까지는 관심이 가는데 그 다음 콘텐츠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모르고 끝나는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어떤 콘텐츠나 제작자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가 참 쉽지 않은 시대다"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나영석PD를 만나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플랫폼의 무게 중심이 분산되다 보니 방송에서 열심히 해서 잘하는 후배들도 있지만 유튜브나 OTT에서 자기 색깔을 잘 나타내는 PD들도 분명히 있다. 지금은 재야의 고수들이 상당히 많다. 저희가 역으로 그들이 하는 방법들을 배우고 있는 상황이다. 요즘에는 작가들이나 PD들의 얘기를 듣는 시간을 좋아한다. 회의 시간에 나 혼자 얘기할 때가 가장 부담이더라"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무한도전'은 김 PD의 대표작이자, 김태호 표 예능의 정수라 할 수 있다. 매주 새로운 도전을 하며 2006년 5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장장 12년에 걸쳐 563부작으로 시청자들을 찾았다. 현재 길어야 10부작 내외로 종영하는 예능 프로그램들과 비교하면 경이로운 기록이다.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을 연출한 그는 자신의 예능을 어떻게 정의할까. 김 PD는 "제 예능은 정말 '무한도전' 같다. 예전에 '무한도전'을 하면서 카테고리를 정리해보니 토크쇼부터 추격전까지 약 20개가 되더라. 그런 것들을 골고루 어느 정도껏 잘해왔기 때문에 각자가 생각하는 '무한도전' 색깔이 다른 것 같다"며 "저는 뭔가 한 장르를 잘했다기보다는 두루두루 김밥천국처럼 여러 메뉴를 다 해내는 그런 식당을 운영해 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그것이 고민이라는 김 PD는 "그중에서도 어떤 메뉴를 좀 더 전문가스럽게, 좀 더 깊이 있게 해볼까 고민을 하고 있다"며 "그동안 다양하게 여러 장르를 해왔다면 이제 하나씩 파인 다이닝으로 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재석과의 재회 여부에 대해서는 "좋은 기획안이 있으면 말씀 드리고 같이 하면 좋을 것"이라며 "올해까지 저의 목표는 저희 회사 후배들의 역량을 높여 놓고, 할 수 있는 것을 마련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만들어진 기획안들이 자리를 잡고 난 뒤 좋은 기회가 생기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