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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두아' 신혜선, 욕망과 공허의 모순을 예술로 만들다 [인터뷰]
작성 : 2026년 02월 25일(수) 16:30

넷플릭스 레이디 두아 신혜선 / 사진=넷플릭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사라킴의 발목에 적힌 타투 문구이기도 한 '화려한 우울'이라는 느낌을 신혜선만큼 잘 살릴 수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배우 신혜선은 명품과 화려함으로 치장하지만 공허한 상태, '진짜'가 되고 싶지만 그 안은 텅 비어 있는 한 여자의 모순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며 대체 불가임을 입증했다.

신혜선의 열연이 깊은 인상을 남긴 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극본 추송연·연출 김진민)는 가짜일지라도 명품이 되고 싶었던 여자 사라킴(신혜선)과 그의 욕망을 추적하는 남자 무경(이준혁)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신혜선은 정교하게 짜인 거짓과 속을 알 수 없는 진심 사이를 오가는 사라킴으로 분해,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완성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레이디 두아'는 공개 첫 주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쇼 3위를 차지하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레이디 두아'는 신혜선의 첫 OTT 오리지널 드라마였다. 그는 "TV 드라마에는 시청률이라는 지표가 있어서 그걸로 분위기를 알겠는데, 넷플릭스 작품은 처음이라 잘 몰랐다. 주변에서 연락을 많이 주셔서 반응을 알았다. 몇 년 동안 연락을 안 한 사람이 잘봤다고 해주셨다. 축하까지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며 웃었다.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를 묻자 "대본을 봤을 때 여전히 제가 맡을 캐릭터에 꽂히기도 한다. 캐릭터에 꽂혀서 작품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런데 이번 '레이디 두아'는 그렇진 않았다"며 "'이 캐릭터는 정말 의문스러워서 연기하기 까다롭겠다' 정도였지 캐릭터에 꽂히지 않았다.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건 사건이 흥미로워서였다.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작되는데 죽은 여자는 누구인지 이런 것들이 궁금했다. 제가 대본을 4부까지 받았어서 그 결말이 궁금해 선택하게 됐다"고 답했다.

사라킴, 목가희, 두아, 김은재, 김미정 등. 신분을 바꾸며 살아온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신혜선은 회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얼굴을 갈아끼웠다. 스타일링 역시 다양하게 변주를 줬다. 이에 대해 "초록색 코트와 후반부 초록색 모자는 같은 색으로 한 것은 맞다. 페르소나별로 콘셉트는 분명히 있었다. 사라킴은 화려하고 반짝반짝거리는 것, 은재는 약간 부잣집 느낌에 청순함, 두아는 화류계에서 일하는 느낌, 그리고 목가희는 촌스럽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걸 잘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중에서 신혜선은 사라킴의 긴 히피펌이 추구미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촬영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테스트 촬영을 한다. 그때 피팅을 한 번씩 해보는데 그때 저한테 어울리는 핏이 어떤 것인지 같이 의논을 했다"며 "저는 사라킴 파티 때의 모습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일단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머리다. 그리고 초록색 퍼 코트를 입었는데 저희 분장팀 언니 말로는 '유랑 극단 같다'는 얘기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게 썩 마음에 들었다. 평상시에는 해볼 일도 없을뿐더러 작품에서도 그런 식의 룩을 해본 적은 없었다. 정말 처음 해봤던 룩이라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레이디 두아 신혜선 / 사진=넷플릭스


신혜선은 사라킴을 연기하며 톤을 잡는 게 큰 관건이었다고 했다. 그는 "주요 인물로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설득이 되어야 하고, 일관성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달라야 했다. 호감 캐릭터까진 아니어도 이 드라마가 납득은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톤이 중요했다. 저도 그 톤에 맞춰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라킴 역할은 톤이 차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친구가 자기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사라킴이 정상인 범주를 넘어선 열망을 가진 친구이지 않나. 그런데 오히려 제가 느낀 사라킴의 감정은 좀 비어 보였다. 사라킴이라는 목적지에 다다르면서 점점 비어 보이는 느낌을 받았다. 열정적이지만 열정적이지 않은 느낌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사라킴이 가진 열망은 무엇일까. 신혜선은 "열망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 뭐한 게, 부두아 자체가 사라킴을 투영한 것 같았다. 이 여자는 진짜 부, 귀족이라고 해야 하나. 단어가 떠오르진 않지만 진짜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자기가 진짜를 만들어가는 게 이 친구의 목표다. 자신의 높은 이상처럼 그걸 실현하는 것이 이 친구의 열망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진짜가 되고 싶었던 가짜' 얘기가 나오는데, 이 친구가 만약 진짜로 부자나 여유있는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정말 진짜였다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는 친구가 됐을 거다. 그런데 삐뚤어진 우월주의가 있어서 '내가 도움받는 건 싫어', '차라리 내가 도움 주는 위치에 있겠어' 하고 싶은 것 같다. 그리고 명품백이 그 위치를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며 "선민의식 같은 게 삐뚤어지게 있는 친구"라고 설명했다.

기억에 남는 대사를 묻자, 신혜선은 목가희의 유서를 떠올렸다. 그는 "제 상황은 아니지만 그 감정이 이해가 되는 건 목가희의 유서 중 '왜 어둠이 접니까'라는 것이 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데 왜 하필 제가 어둠입니까'라고 하는데 그게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면 사춘기 시절, 모두에게 나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았을까. 나는 특별하고 싶은데 지구상에서 특별한 존재가 아니고 세상에는 반짝이는 것이 많은 느낌이어서 피해의식과 자괴감, 자존감이 떨어지는 느낌들을 사춘기 때 느낀 적이 많았는데 그런 점들을 떠올리고 비교하면서 그 심정이 이해가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결말에서 형사 무경은 사라킴에게 마지막으로 진짜 이름을 묻지만, 사라킴은 끝까지 대답을 하지 않는다. 신혜선은 "마지막에 무경이 '이름이 뭐예요?' 하지만, 사라킴이 대답을 하지 않고 그냥 걸어간다. 그게 진짜인 정체성이었던 것 같다. 그 마지막 장면으로 설명이 됐다고 생각한다. 사라킴이 서 있고 부두아가 있는 걸 보아하니 그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자였다고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이어 "저도 진짜 이름을 모른다. 저는 이 인물의 진짜 이름이 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레이디 두아 신혜선 / 사진=넷플릭스


또한 신혜선은 "사라킴을 만났던 사람 중에 망가진 사람은 없다. '피해 입은 사람이 없는데'라는 사라킴 말이 묘하게 맞다. 무경도 마찬가지로 사라킴을 만나서 그토록 원하던 승진을 했다. 무경의 톤 앤 매너에 속을 수 있는데, 무경이 물론 굉장히 유능하다고 표현되어 있지만 이 친구가 그렇게 정의롭지만은 않다. 그리고 무경 옆에 막내 형사가 있는데 그 친구는 무경의 결핍을 보여주는 역할이었다. 무경도 살면서 자기가 넘어설 수 없는 벽이라든지, 아니면 자신의 이상에 맞춰서 가지 못하는 현실에 많이 부딪혔을 거다. 그걸 사라킴이 어떻게 간파하고 잘 긁어서 결국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원하는 결말이 됐다"고 말했다.

취조실 신에서는 흐름에 따라서 계속 감정의 변화가 있고, 이준혁과 둘이서 극을 이끌어가는 만큼 집중력과 연기 합이 중요했다. 신혜선은 "혼자서 준비할 수 있는 신이 아니고 둘의 호흡이 중요했던 신이기 때문에 대기하면서도, 모니터 앞에 앉아서도 계속 어떤 식으로 주고받을 건지에 대해 의견을 서로 주고받았다. 그리고 취조실 신은 거의 후반부쯤에 찍었다. 취조실에 거의 갇혀 있다시피 해서 일주일 정도 찍었던 것 같다. 중간중간 끊어서 찍었다. 그건 저희가 암묵적으로 요구했던 것 같다. 취조실 신은 다른 거 다 찍어놓고 마지막에 했으면 좋겠다, 일련의 사건들이 끝나고 찍으면 좋겠다고 했었다"고 떠올렸다.

이준혁과는 드라마 '비밀의 숲' 이후 9년 만에 재회했다. 신혜선은 "저는 '비밀의 숲'부터 준혁 선배님이 편했다. 친척 오빠 같은 느낌의 편안함이 있었다"며 "같이 하는데 편한 느낌이 어느 정도냐면, 늘상 같이 일한 것 같았다. 익숙한 공기와 냄새. 모니터 앞에서 같이 하는 게 익숙했다. 선배님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는 속으로 낯을 가리는 편이다. 정말 낯을 안 가려도 되는 게 이렇게 편하구나를 느꼈다. 초반에는 말도 걸고 괜히 장난도 치는 과정이 필요한데, 선배님과는 그런 걸 하지 않아도 돼서 편했다"고 밝혔다.

또한 "'레이디 두아'처럼 2명이 이끌어가야 하는 작품의 경우 친한 게 중요한 것 같다. 내적 친밀감이 있다는 게 정말 큰 자산이 됐다"고 전했다. 대사 NG도 거의 나지 않았으며, 대사 외우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선배님이 믿음직스럽다는 건 매 컷마다 느꼈다. 받아주지 않았다면 저는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라며 감사함을 표했다.

신혜선은 배우로서의 방향성에 대해 "예전에는 확실히 주연을 하고 싶다고 했고, 지금도 완전히 버리지 못한 것 같다. 그동안 제가 테토녀스러운 걸 많이 했던 것은 다양한 걸 해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다 보니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캐릭터가 높은 비중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하게 됐다"며 "지금도 많은 경험을 하려면 주도적인 캐릭터를 하는 게 맞는데, 이제는 전면에 서진 않아도 매력 있는 캐릭터라면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이전과 다른 신선한 캐릭터, 서사가 깊지 않아도, 악역이어도, 대중적이지 않은 캐릭터여도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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