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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장에선]'500승' 유재학, 11년 간 모비스에 스며든 온기
작성 : 2015년 02월 16일(월) 00:26

유재학 감독 /KBL 제공

[울산=스포츠투데이 김근한 기자]프로농구 감독 역사상 첫 정규리그 통산 500승을 달성한 유재학(53) 감독.

지난 1998년 인천 대우 감독으로 프로에 데뷔한 유재학 감독은 2004년 울산 모비스 5대 감독으로 선임돼 지금까지 11년간 한 팀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다. 이 11년 동안 그는 정규리그 4회 우승, 챔피언결정전 4회 우승으로 모비스의 전성기를 가져왔다.

이런 유재학 감독에 대한 이미지는 냉정하고, 철저하며 완벽을 추구하는 차가운 모습으로 인식됐다. 어디 자리에서는 맘에 들지 않으면 선수들을 질책하고,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 모습 때문이었다.

그러나 15일 단 하루만큼은 유재학 감독 근처에서는 매 순간 따스함이 넘쳐났다. 통산 500승을 달성하기도 했지만, 유재학 감독이 11년 간 모비스에 스며들게 한 온기가 피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이날 경기 전부터 유재학 감독은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으며 분위기를 따뜻하게 했다. 그는 500승 달성에 대해 "오래하면 할 수 있는 거지"라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마음속으로 '54경기 중 하나라고 생각하자'라고 했지만 느낌이 다르긴 다르다"고 고백했다.

이어 "감독으로 프로 첫 경기를 할 때 500승은 생각도 하지 못 했다. 하다가 중간에 잘릴 줄 알았다(웃음)"며 웃음을 자아냈다.

또 모비스에서 11년간 장기 집권 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밝혔다. 유재학 감독은 "오랜 기간 감독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이 성적도 중요하지만, 사람과의 관계가 정말 중요하다"며 "선수들과도 그렇지만 특히 구단과의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모든 걸 할 수 없다는 것도 인정해야 되고, 그저 구단에 끌려가기만 해서도 안 된다. 서로 인정해주면서 같이 잘 대처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재학 감독 /KBL 제공


유재학 감독이 이렇게 11년 간 구단에 스며들게 한 온기는 경기 후 500승 기념행사에서 느낄 수 있었다. 승리가 확정되자 거대한 축포와 함께 기념식이 시작됐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과 함께 모비스 선수들이 유재학 감독을 둘러싸고 박수를 보냈다.

이어 500승 달성 축하 영상이 전광판을 통해 보여 졌다. '주장' 양동근을 시작으로 위성우 춘천 우리은행 감독과 전주원 코치 그리고 모비스 영구결번의 주인공인 우지원 해설위원까지 축하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 뒤를 이은 영상에서 생각지도 못한 깜짝 인물이 등장했다. 바로 과거 모비스에서 유재학 감독과 함께 챔피언 반지를 낀 외국인 선수 크리스 윌리엄스(2005~2007)와 브라이언 던스톤(2008~2010)이 영상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공교롭게도 경기 전 유재학 감독은 가장 기억에 남는 외국인 선수로 윌리엄스와 던스톤을 꼽았다. 이 영상을 본 후 유재학 감독은 "정말 울컥해서 눈물이 나올 뻔 했다. 19시즌을 프로에서 보내는 동안 많은 외국인 선수들을 봤는데 정말 개인적으로 좋아 했고,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들 이었다"고 말하며 회상에 잠겼다.

이 영상 역시 구단에서 정성을 들여 준비한 비장의 카드였다. 일주일 전 이들과 연락이 된 모비스 프런트들이 휴대 전화로 찍은 영상을 이메일로 받아 영상을 만든 것 이었다.

유재학 감독 피규어 /KBL 제공


이후 500승 달성 기념 유니폼과 함께 유재학 감독이 지휘하는 모습을 본 뜬 피규어 까지 구단에서 정성스럽게 준비해 전달했다.

11년 간 유재학 감독을 지켜 본 모비스 팬들 역시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이날 경기서 22점을 넣으며 500승 달성에 큰 일조를 한 '주장' 양동근 역시 이에 감동을 받았다. 그는 "500승 기념 영상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느꼈다"며 "오히려 내가 더 눈물이 났다. 특히 예전에 같이 뛰었던 외국인 선수들을 보고 더 뭉클했다"고 전했다.

겉으로는 차가울 것만 같은 유재학 감독이지만, 그가 11년 간 모비스 팬·구단·선수들에게 스며들게 한 온기는 따스하다 못해 뜨거웠다. 또 500승 달성에 대해 "나는 운이 좋았다"며 몸을 낮추면서도 "다시 또 더 나은 목표를 향해 가야하지 않겠나"며 냉정함을 되찾은 유재학 감독.

그는 차가워야 할 때는 차갑고, 따뜻해야 할 때는 따듯할 줄 아는 남자다. 유재학 감독은 '500승'이라는 영광을 누리기 충분한 자격을 갖춘 상태였다.


김근한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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