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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쫓다 가랑이 찢어진 '운명전쟁49', 순직 공무원 사주 맞히기 논란 [ST이슈]
작성 : 2026년 02월 18일(수) 14:25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올해 최악의 예능 한 편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운명전쟁49'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속인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흑백요리사'식 서바이벌을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최근 소방관, 경찰관 등 순직한 공무원들의 사주풀이 미션으로 고인 모독 논란에 휩싸였다.

디즈니+ 예능 '운명전쟁49'(극본 모은설·연출 황교진)는 무속인, 명리학자, 타로술사, 관상가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운명술사 49인이 모여 여러 미션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시험하는 서바이벌이다. 지난 11일 1~4회가 공개됐다.

논란은 2회부터 불거졌다. 참가자들은 화면에 나온 인물의 얼굴과 생년월일시를 토대로 망자의 사인을 맞춰야 했다. 제작진은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김철홍 소방교의 사진과 생년월일시를 제시했고, 참가자들은 각자 사망 원인을 추리했다.

해당 장면이 방송되자 자신을 故 김철홍 소방교의 조카라고 밝힌 누리꾼 A씨가 유가족 동의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했다. A씨는 "제작진은 우리나라를 위해 일한 영웅, 열사, 의사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고 했다"며 "무속 서바이벌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말이 맞다면 '운명전쟁49' 제작진은 유가족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또한 "고인의 누나에게 확인해 봤는데, 동의는 받았는데 저런 내용은 아니었다면서 당황스러워하시더라. 저런 거였다면 동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로 인해 제작진이 프로그램 내용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유가족 동의를 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운명전쟁49' 측은 "해당 에피소드는 유족의 동의를 구한 것이 맞다"면서도 "제기된 사안에 대해선 제작사를 통해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매회 말미 "출연자의 의견은 개인 견해이며 제작진의 입장이 아니다.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개인의 이야기는 동의하에 제공됐다"라는 안내 문구를 고지해 왔다.

그럼에도 공무 집행 중 현장에서 순직한 인물들을 다루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故 김철홍 소방교의 사례뿐만 아니라 범인 검거작전 도중 순직한 고(故) 이재현 경장의 사례까지 전파를 타며 순직 공무원들을 예능 소재로 썼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A씨는 "무속인들이 저희 삼촌이 어떻게 죽었는지 맞히고 방송인 패널들은 자극적인 워딩과 리액션을 하는데 그걸 보고 있자니 너무 화가 났다"고 했으며, 누리꾼들도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순직자를 예능 소재로 소비했다", "작고하신 분의 사진과 생년월일 등을 사용하던데 이게 맞나. 죽었으니까 상관 없는 거냐"며 비판을 쏟아냈다.

일각에서는 디즈니+가 넷플릭스를 따라잡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의견을 냈다. 넷플릭스가 셰프들을 앞세운 '흑백요리사' 시리즈로 성공을 거두자, 위기 의식을 느낀 디즈니+가 이전에 시도한 적 없던 무속인들을 앞세운 서바이벌로 승부수를 던지려 했다는 것이다. '운명전쟁49'는 '흑백요리사'와 소재만 다를 뿐 포맷 자체는 상당히 비슷하다.

여기에 운명사자로 함께한 코미디언 박나래가 편집 없이 그대로 등장하며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을 가속화했다. 상담전문가 이호선 교수는 1회 만에 중도 하차하고 배우 박하선이 합류하는 등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운명전쟁49' 측은 고인 모독 논란과 거짓말 의혹 등에 어떤 사과나 추가 해명 없이 새 에피소드 홍보에 들어갔다. 현재 불거진 논란들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가려 한다면 올해 최악의 예능으로 기억될 것이 자명하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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