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연예인들의 '1인 기획사'를 보는 대중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최근 들어 건강한 납세 문화를 흐리고 선량한 납세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연예계 억대 추징'의 역사로 인해 마치 연예계 1인 기획사 혹은 가족법인이 탈세의 온상이 된 것 같은 인식이 세간에 확산됐다. 이로 인해 합법적으로 정상 운영 중인 가족 법인에까지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지는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다.
1인 기획사 혹은 가족 법인이라면 모두가 '탈세자'인 걸까. 고소득 연예인들 사이 유행처럼 번진 탈세 논란, 그 중심에 선 페이퍼 컴퍼니는 뭐가 문제일까. 연예계를 뒤흔든 가족법인 탈세 논란을 더파이낸스 회계사무소 임래훈 회계사의 도움을 받아 살펴봤다.
◆절세 아닌 탈세…연예계 꼼수 논란, 문제는 '실체 없는 가족 법인'
최근 가수 겸 배우 차은우가 탈세 의혹에 휘말리며 국세청으로부터 200억원의 추징금을 통보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어머니가 설립한 법인을 통해 수익을 축소해 세금을 누락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 여기에 배우 김선호까지 부모님이 이사와 감사직을 맡은 법인을 통한 탈세 의혹에 휘말렸다. 김선호·차은우의 1인 기획사 모두 가족이 주주나 임원으로 참여한 가족법인이란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물론 가족법인이라고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소속사로부터 정산금을 받을 때, 고소득 스타들의 경우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종합소득 과세 방식을 적용받는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최고 세율 49.5%다. 수입의 절반에 달한다. 그러나 법인을 통하게 되면 25% 정도로 절세가 가능해진다. 또 법인을 통해 부동산을 매입하게 되면 개인의 경우 최고 45%에 달하는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법인은 9~24% 수준의 법인세만 부과돼 절세를 누릴 수 있다.
현재는 폐업한 차은우 부모님 운영 장어집 / 사진=DB
문제는 '실체가 없는' 가족법인을 설립해 조세 회피 수단으로 사용할 때 발생한다.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는 실질적인 활동 없이 법적 형식만 갖춘 법인을 뜻한다. 스타들의 연예 활동을 지원한다는 명목을 앞세웠지만, 결국 실질적 사업 활동 없이 개인의 수익을 법인 매출로 돌려 세금을 부당하게 줄이는 '불법'이다.
앞선 두 사례 역시, 탈세를 위한 페이퍼 컴퍼니란 의혹을 받고 있다. 주로 사업 목적에 맞는 물리적 공간 없는 경우가 많은데, 김선호, 차은우의 1인 법인을 국세청이 껍데기 회사로 보는 이유도 각각 자택과 장어집(식당)에 주소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가족법인 형태란 점에서 ▲실제로 법인 사업에 기여하지 않은 가족에게 급여를 지급한 것 아니냐란 눈초리도 피할 수 없다. 가공의 인건비로 법인의 수익을 숨겨 법인세를 줄이는 방식의 탈세이자, 법인 자금을 사적 유용한 횡령이자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힌 배임에 해당한다.
이밖에도 국세청은 가족법인에 대해 ▲법인 자금이 개인적인 생활비로 사용되는 경우, ▲법인을 통해 사실상 증여·상속 효과를 얻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경우 등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법인의 소득과 비용이 실제 사업 활동에 근거해 발생했는지가 관건이다.
◆"단기적 조세 회피만 노리다간 이중 과세·고강도 세무조사 타깃"
가족법인은 자금 조달에 있어서도 개인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절세의 치트키'란 말이 유행처럼 떠돌았다. 임 회계사는 "과거에는 법인세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법인의 비용 처리 범위가 개인보다 넓게 인식되면서 가족법인이 절세 수단처럼 받아들여진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높은 세율을 피할 목적으로 가족법인을 설립하게 되면 도리어 '이중과세'를 맞을 수 있다. 법인 단계에서 나가는 법인세, 배당이나 급여 단계에서 개인소득세라는 이중 과세 구조가 존재한단 것이다. 임래훈 회계사는 "법인세율이 종합소득세율보다 낮다는 점만 보고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법인은 개인과 별개의 납세 주체이기 때문에 법인 소득을 개인이 사용하려면 배당, 급여 등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에 따른 세금이 다시 발생한다"라고 경고했다.
그렇다고 이러한 이중과세를 피하려 법인 단계에서 개인적인 목적의 지출을 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배당을 회피했다간 국세청 세무조사의 집중 타깃이 될 수 있다. 임래훈 회계사는 "이러한 기본 구조를 충분히 이해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법인을 운영하면, 의도와 무관하게 세무상 이슈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진다"라며 세금 구조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다.
개인(가족)과 법인의 경계가 모호하단 점도 문제다. 임래훈 회계사는 "원래 사업 목적으로 쓰여야 할 돈을 생활비 등 사업과 관련 없는 곳에 사용하고 그 비용을 법인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사적인 활동과 사업적 활동의 구분이 되지 않으니 탈세 의심을 받게 되는 것"라고 말했다.
가족법인은 폐쇄적인 운영으로 인해 공적 자금과 개인의 자산 구분이 불분명해진다. 임원으로 등록된 가족일지라도 법인 자금을 생활비처럼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해 법인세를 줄이거나, 법인의 돈을 이자 없이 가족에게 빌려줘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탈세에 포함된다. 법인 자산의 사유화가 발생하기 쉽고, 법인을 운영하는 이들이 가족이라 내부견제나 의사결정이 불투명해 탈세의 여지가 생긴다.
◆연예계 향한 국세청의 칼끝…"산업 이해의 차이 있을 수도"
연예계를 뒤흔든 추징금 사태. 국세청이 고소득 연예인의 1인 기획사만을 타깃으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19년 기준, 전체 법인 중 약 30%가 1인 법인으로 집계됐는데, 여기에는 연예인만 아니라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 BJ 등도 포함된다. 법인 형태를 이용해 개인 소득을 법인에 유보하거나 사적으로 사용하는 구조가 증가했다는 문제의식이 대두됐고, 이에 따라 정부는 2020년 세법개정 과정에서 '개인유사법인 과세제도'를 검토하기도 했다.
'개인유사법인'은 최대주주가 지분을 80% 이상을 보유하고, 배당을 거의 하지 않으며, 법인 이익을 개인소득처럼 활용하는 법인을 뜻한다. 연예계 1인 기획사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형식은 법인이지만 실질은 개인사업과 유사한 구조를 규제하려는 목적이었으나 과세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정상적인 1인 법인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에 부딪혀 최종적으로는 도입되지 않았다.
그러나 세무조사·사후 검증을 통해 유사한 취지의 관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연예계 1인 기획사 등을 대상으로 한 고강도 세무조사가 일례다. 연예계를 포함한 '1인 법인'을 바라보는 국세청의 엄격하고 보수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다만 업계에 대한 이해도의 차이에서 국세청과 이견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임래훈 회계사의 의견이다. 임 회계사는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BTS)이 곧 컴백을 하는데, 프로모션도 해야 하고 이와 관련한 자문도 필요할 것 아니냐. 이때 '자문의 가치'를 연예계에서 '시간당 얼마' 이렇게 지급하는 게 아니지 않나"면서 "이렇듯 국세청이 한 사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기 쉽지 않다. 그래서 처리비용 등에 대한 기준을 잡기가 어렵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업종별로 비용을 쓰는 방식과 비즈니스 모델이 다른데 그걸 다 알고 맞춰서 세법을 만들긴 어렵다. 일반적인 기준에 맞춘 세법이기 때문에 적용하는 데 있어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올 여지는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법인을 설립하는 순간부터 '이 법인이 실제로 어떤 사업을 하고 누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명확히 설계하지 않으면 오해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연예인처럼 특정 직업군의 문제만 아니라 모든 사업자가 참고할 구조적 경고 신호로도 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