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시간은 유한하지 않다. '넘버원'이 잊어서는 안되는 소중한 시간들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11일 개봉되는 영화 '넘버원'은 어느 날부터 엄마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하나씩 줄어드는 숫자가 보이기 시작한 하민(최우식)이 그 숫자가 0이 되면 엄마 은실(장혜진)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엄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어느날, 엄마가 해준 음식을 먹고난 뒤 숫자가 보이는 고등학생 하민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자신에게만 보이는 숫자가 엄마의 남은 수명임을 알게 된 하민은 그때부터 엄마밥을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고, 주류 회사에 취직해 혼자 살고 있는 하민. 회사 구내 식당 영양사인 여자친구 려은(공승연)과 사랑도 키운다. 동시에 엄마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숫자에 대한 트라우마도 함께.
여기에 하민이 려은에게 프러포즈했으나, 려은이 자신의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조건으로 결혼한다고 하자 좌절에 빠진다. 은실은 아들이 여전히 자신을 피하는 것에 서운함을 느낀다. 하민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결국 폭발하고, 새롭게 알게 된 진실에 절망감과 후회를 느끼기 시작한다.
작품은 우와노 소라의 소설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를 원작으로 둔다. 주인공이 엄마와 운명을 개척하고 둘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는 여자친구 캐릭터를 추가해 서사의 개연성을 돕는다.
이야기는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으면 엄마의 수명이 줄어든다'는 판타지적인 설정 아래 인물들이 느끼는 변화, 성장 과정에 집중한다. 특히 '집밥'이 주는 보편적 감성에 '효(孝)심'이라는 메시지를 올려 관객들의 몰입을 더한다.
다소 판타지적인 설정의 부족한 현실감은 배우들의 열연이 채운다. 최우식과 장혜진은 과장되지 않은 자식과 부모의 모습을 보여준다. 섬세한 연기와 촘촘히 쌓아올린 감정의 빌드으로 여운을 안긴다.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만 같은 하민을 생동감있게 그려낸 최우식, 절절한 모성애를 연기한 장혜진의 호연은 영화를 힘있게 이끈다. 공승연도 강단있는 여자친구 역으로 모자의 중간 다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다만, 집밥을 피하려고만 했던 하민이가 초반에 알수도 있었던 방법을 결말에 다와서야 깨닫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때문에 전반에 흐르는 감정의 깊이가 클라이막스에 다다라도 얕게 다가온다. '압'을 반복하는 하민의 부산 사투리의 맥락도 다소 몰입을 저해한다.
그럼에도 메시지만은 확실하다. 우리가 어쩌면 잊고 살았던 시간, 사랑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엔딩에서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우리'의 부모님 사진들은 먹먹함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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