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연예인들의 '1인 기획사'를 보는 대중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세금 관련 특혜를 보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의혹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들어 연예계 잇단 1인 기획사의 탈세 논란이 불거지면서 의구심은 겉잡을 수없이 커지고 있다.
과연 1인 기획사 특히 가족 법인이라면 모두가 '탈세자'인 걸까. 톱스타들 사이 유행처럼 퍼져있는 '절세와 탈세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더 파이낸스 회계사무소 임래훈 회계사의 도움을 받아 살펴봤다.
◆연예계 뒤흔든 탈세 논란 사례
가수 겸 배우 차은우가 200억이라는 탈세 의혹에 휘말렸다. 어머니가 설립한 법인을 통해 수익을 축소해 세금을 누락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 여기에 배우 김선호도 탈세 및 횡령·배임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선호는 서울 용산구 자택 주소지로 법인을 세워 이사와 감사에 부모님의 이름을 올린 뒤 월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례 모두 가족이 주주나 임원으로 참여한 가족법인이다.
연예계 1인 기획사에 대한 의구심이 갑자기 생겨난 건 아니다. 여러 연예인이 가족법인을 포함한 1인 기획사를 운영하다 억대 추징금을 낸 역사(?)가 존재한다. 장근석은 모친이 운영하는 기획사를 통해 해외 수입을 누락해 약 100억원 이상의 추징금을 납부했다. 이후에도 모친이 역외 탈루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억원을 납부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밖에도 배우 권상우, 유연석, 이준기, 이하늬, 조진웅, 한효주 등이 억대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연예계 탈세 논란의 유형과 사례는 다양하다.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 혹은 '유령회사'(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설립해 소득을 축소한 뒤 법인세마저도 줄이고, 용역을 제공받지 않았음에도 가족에게 월급을 지급하는 방식이 있다. 법인의 사업목적과 관련 없이 고가의 스포츠카·건물 등을 '업무용'으로 구매해 사적 유용하거나,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조세 회피처에 숨겨 과세 당국의 눈을 피하는 방식도 있다.
이로 인한 '억대 추징'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보니, 마치 1인 기획사가 탈세의 온상이 된 것 같은 인식이 세간에 확산되고 있다.
◆고소득 연예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절세의 유혹과 그레이존
그중에서도 스타들이 국세청과 대립한 포인트는 주로 '개인의 소득으로 볼 것이냐 법인의 소득으로 볼 것이냐', 그리고 연예인들이 설립한 법인이 '실질적 용역을 제공하는가'다. 대부분 "세법 해석의 차이"라고 해명했는데, 고의적 탈세는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합법과 불법 사이 교묘한 '그레이존'(Gray Zone)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유명 스타들이 법인이라는 절세와 탈세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소위 말하는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 불릴 정도의 '몸값'이 되면 자연스럽게 절세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벌어들이는 소득이 이전에 비해 훨씬 많아지면서 같은 세율이라도 세금으로 나가는 절댓값이 커진다. 더욱이 수입이 10억원을 초과하는 '톱스타'들의 경우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실질적 세율이 수입의 절반에 가까운 49.5%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법인'이라는 조언을 얻게 될 가능성이 높다. 종합소득세율에 비하면 세율이 훨씬 낮아 절세를 위한 하나의 선택지가 된다. 실제로 한때 '가족법인은 절세의 치트키'란 말이 유행처럼 떠돌기도 했다.
문제는 "당장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다들 이렇게 한다"는 단기적 관점의 얕은 조언 탓에 아무런 이해 없이 위험한 유혹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단순히 높은 세율을 피할 목적으로 가족법인을 설립하게 되면 도리어 '이중과세'를 맞을 수 있다. 임래훈 회계사는 "법인세율이 소득세율보다 낮다는 점만을 보고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법인은 개인과 별개의 납세 주체이기 때문에 법인 소득을 개인이 사용하려면 배당, 급여 등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에 따른 세금이 다시 발생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를 피하려 법인 단계에서 개인적인 목적의 지출을 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배당을 회피한다면 세무조사의 집중 타깃이 될 수 있다. 임래훈 회계사는 "이 기본 구조를 충분히 이해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법인을 운영하면, 의도와 무관하게 세무상 이슈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진다"라며 세금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예계 향한 국세청의 칼끝…"산업 이해 차이 있을 수도"
국세청이 고소득 연예인만을 타깃으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19년 기준, 전체 법인 중 약 30%가 1인 법인으로 집계됐는데, 여기에는 연예인만 아니라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 BJ 등도 포함된다. 법인 형태를 이용해 개인 소득을 법인에 유보하거나 사적으로 사용하는 구조가 증가했다는 문제의식이 대두됐고, 이에 따라 정부는 2020년 세법개정 과정에서 '개인유사법인 과세제도'를 검토하기도 했다.
'개인유사법인'은 최대주주가 지분을 80% 이상을 보유하고, 배당을 거의 하지 않으며, 법인 이익을 개인소득처럼 활용하는 법인을 뜻한다. 연예계 1인 기획사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형식은 법인이지만 실질은 개인사업과 유사한 구조를 규제하려는 목적이었으나 과세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정상적인 1인 법인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에 부딪혀 최종적으로는 도입되지 않았다.
그러나 세무조사·사후 검증을 통해 유사한 취지의 관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연예계 1인 기획사 등을 대상으로 한 고강도 세무조사가 일례다. 1인 법인 특히 가족법인을 바라보는 국세청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업계에 대한 이해도의 차이에서 국세청과 이견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임래훈 회계사의 의견이다. 임 회계사는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BTS)이 곧 컴백을 하는데, 프로모션도 해야 하고 이와 관련한 자문도 필요할 것 아니냐. 이때 '자문의 가치'를 업계에서 시간당 얼마 이렇게 지급하는 게 아니지 않나"면서 "이렇듯 국세청이 한 사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기 쉽지 않다. 그래서 처리비용 등에 대한 기준을 잡기가 어렵다"면서 "업종별로 비용을 쓰는 방식과 비즈니스 모델이 다른데 그걸 다 알고 맞춰서 세법을 만들긴 어렵다. 일반적인 기준에 맞춘 세법이기 때문에 적용하는 데 있어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올 여지는 있다"라고 설명했다.
◆법인 돈도 내 돈? 연예인 1인 법인(가족법인), 법인과 개인의 모호함
물론 1인 법인이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과 법인의 경계가 모호해질 때 문제가 발생한다. 임래훈 회계사는 "원래 사업 목적으로 쓰여야 할 돈을 생활비 등 사업과 관련 없는 곳에 사용하고 그 비용을 법인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사적인 활동과 사업적 활동의 구분이 되지 않으니 의심을 받게 되는 것"라고 말했다.
특히 가족법인은 폐쇄적인 운영으로 인해 공적 자금과 개인의 자산 구분이 불분명해진다. 임원으로 등록된 가족일지라도 법인 자금을 생활비처럼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해 법인세를 줄이거나, 법인의 돈을 이자 없이 가족에게 빌려줘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탈세에 포함된다. 법인 자산의 사유화가 발생하기 쉽고, 법인을 운영하는 이들이 가족이라 내부견제나 의사결정이 불투명해 탈세의 여지가 생긴다.
국세청이 가족법인에서 주의 깊게 보는 점은 법인의 소득과 비용이 실제 사업 활동에 근거해 발생했는지를 살핀다.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법인 자금이 개인적인 생활비로 사용되는 경우 ▲실제로 법인 사업에 기여하지 않는 가족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경우 ▲법인을 통해 사실상 증여·상속 효과를 얻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경우 등이 있다.
임래훈 회계사는 "어디까지나 의심이 발생하는 지점일 뿐, 법인의 실질적인 사업 내용과 거래의 합리성이 설명된다면 문제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라고 했다.
아울러 "법인을 설립하는 순간부터 '이 법인이 실제로 어떤 사업을 하고 누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명확히 설계하지 않으면 오해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연예인처럼 특정 직업군의 문제만 아니라 모든 사업자가 참고할 구조적 경고 신호로도 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