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섬세한 고민과 분석을 통해 캐릭터와 작품에 숨을 불어 넣는 배우 현빈. 이번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도 치밀한 계산으로, 악인이지만 어쩌면 공감을 살 수 있는 백기태란 캐릭터를 쌓아 올렸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연출 우민호)는 시대의 소용돌이 속, 부와 권력에 대한 야망을 지닌 남자 백기태와 그를 막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검사 장건영(정우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현빈은 극 중 부와 권력이라는 자신의 목표와 욕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백기태로 분했다.
현빈은 '메이드 인 코리아' 직전에도 영화 '하얼빈'에서 우민호 감독과 함께 작업한 바 있다. 당시엔 '안중근'이란 의인 캐릭터를 맡아 연기했지만 이번 작품에선 자신이 곧 정의이고 자신의 행동을 애국이라 합리화하는, '애국'의 정반대 의미를 품은 인물을 연기하게 됐다.
그러나 현빈은 백기태를 '악인'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백기태를 단순 악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한다. 저희 드라마가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기태라는 인물이 옳지 않은 행동을 하는 건 맞다. 그럼에도 이해하고 공감 가는 부분이 존재한다 본다. 그러면서 또 불편하고 반대급부가 생긴다. 그러면서도 응원하게 된다. 그게 기태나 드라마가 하고자 한 이야기가 아닐까, 매력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현빈은 캐릭터의 가정사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기태가 가진 어릴 때의 아픔 그리고 힘든 상황 그걸 겪고 나서 청년이 되고 군대에서 겪은 고초들과 상황들이 기태를 권력과 부 이런 쪽으로 내몰아서 인물이 변해가지 않았을까. 저걸 안 잡으면 우리 가족이, 내 밑에 있는 동생들이 또 겪는 거 아닐까. 그걸 확실히 차단하고 싶어서 그런 욕망이 더 커진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매력 있는 캐릭터라 생각했다.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도 제가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들 중에서 제일 크게 직진하는 캐릭터인 거 같아 재미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스틸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다만 시청자들도 백기태를 응원하게 만들고자 한 의도는 없었다. 현빈은 "시나리오에 쓰인 상황과 헤쳐나가는 걸 보면 보시는 관점에 따라 달랐던 거 같다. 단순히 나쁜 행동을 하는 걸로 '나쁜 놈이야' 치부될 수 있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런데 가족에게 하는 걸 보면 '나라도 그랬을 수 있어'라며 공감할 수 있다"라며 양가적 감정 사이 '줄타기'라고 말했다.
"1970년대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만들어지는 작품이지만 현재에 대입했을 때 이런 인물이 없을까?란 질문을 던지면 딱히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국내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존재할 수 있죠. 백기태가 경고하는 인물이라 생각될 수도 있고요. 기태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양심이냐를 좋고 봤을 때 각자 기준에 맞춰 선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거예요. 그게 사람 사는 인생인 거 겠죠. 백기태라는 인물에 본인을 대입했을 때 상황은 똑같지 않지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조금만 다른 생각을 하면
어느 누구든 백기태처럼 될 수도 있다고 봐요."
그렇다면 백기태란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로서, 백기태의 욕망의 종착지는 어디라고 생각할지 궁금했다. 현빈은 "시즌2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그런 생각은 들었다. 기태가 추구하는, 부와 권력이 있어야 뭔가 지킬 수 있는 나라의 시스템 안에서 '이게 과연 옳은 것일까'. 그 성공의 자리에 올랐을 때 과연 백기태란 존재가 있을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성공의 기준이 다르고 원하는 게 다른데, 정작 본인의 모습에 만족했을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계속 촬영 중이다"라고 분석했다.
실내에서도 흡연이 용인되고 매체에 자연스럽게 흡연 장면이 등장하던 시기가 작품의 배경인 만큼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도 흡연 장면도 많이 등장한다. 특히 권력에 따라 자신보다 권력과 파워가 큰 사람에게 불을 붙여주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현빈은 모두 금연초였다고 밝히면서도 "그래도 힘들었다.(웃음)"라고 너스레 떨었다. "실제 그 당시에는 담배가 우리나라에서 어느 장소에서든 다 피웠기에 그런 상황을 보여줄 수 있는 소품이고 장치였다. 지금이랑 너무 달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담배'라는 소품자체가 시즌1 엔딩에서 기태가 핀 시가는 원래 천석중만 필 수 있었던 권력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결국 기태가 손에 쥐고 연기를 뱉음으로써 시즌1이 마무리됐다"면서 "높은 사람에게 불을 붙여주는 행동 등이 권력의 상징처럼 보일 수 있을 거 같다"라며 자신의 생각과 해석을 들려줬다.
메이드 인 코리아 스틸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이번 작품에서 현빈은 포마드와 딱 맞는 슈트 차림 등으로 여성만 아니라 뭇남성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도 영화 '하일빈' 촬영 때에 비해 벌크업을 한 상태라고 밝혔는데, 이번 백기태를 만들면서 어떤 외형적 스타일링과 포인트에 신경 썼을지 궁금했다.
현빈은 "저는 개인적으로 처음에 작품을 하게 되면 캐릭터가 대사를 안 할 때, 카메라에 잡혔을 때의 모습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백기태란 인물이 속한 중앙정보부라는 기관이 그때 당시 최고의 권력기관이고 위압감을 조성했기에 인물을 봤을 때 그 위압감이 있었으면 좋겠다란 생가기에 벌크 업을 했다. 그래서 '하얼빈' 기준으로 13~14kg 정도 벌크업해서 백기태란 캐릭터를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태가 가진 철저하고 약점 안 잡히려 하고 칼 같은 성격이지 않나. 헤어 슈트에서 나타나는 게 흐트러짐 없는 모습이 외형으로 보였으면 했다. 칼같이 가르마가 갈라진 포마드, 어떻게 보면 낄 수도 있는 슈트 등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또 백기태의 와이셔츠를 보면 목 부근에 단추가 있다. 목 부근 넥타이 라인이 도드라지게 보이는데, 그런 것들도 의상실장님이 만들어내셨다. 넥타이도 약간 얇은 걸로 선택하는 등 철저히 계산된 것"이라고 밝혔다.
백기태의 스타일링만 아니라 태도, 자세까지도 철저히 계산됐다. "나랏일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잔동작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 현빈은 "(백기태를 연기할 때)어떨 땐 오히려 더 많은 손동작을 하기도 한다. 서있을 땐 손을 집어넣고 어떨 땐 빼고, 담배를 어떻게 필지, 이 모든 걸 계산했다"라며 치밀했던 악역 연기 준비를 전했다.
백기태란 캐릭터를 만들어가면서, 현빈이 생각한 백기태는 "처세를 잘하는 인물"이었다. "목표가 정확하지 않나. 이 주변에 수많은 사람이 있고, 적이든 아니든 걸림돌이 되면 치워버리고 이런 식으로 어떻게든 올라가려 한다"라며 각각의 인물을 만날 때마다 달라지는 백기태의 태도에 주목했다. "1화에서 어린아이를 볼 때, 백금지(조여정)를 만날 때, 이케다 유지(원지안)를 만날 때 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나. 그게 기태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자신을 많이 드러내지 않고 사람에 대해 파악하고 맞춰 처세하는 인물. 매 인물마다 대하는 게 조금씩 다르게 하려고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어 가는 과정 외에도, 현빈은 각각의 캐릭터와 합을 주고받는 재미를 느꼈다고. "각 캐릭터별로 너무 다르다. 연기하는 방식이 다르기도 하고. 연기를 준비해 온 당일날 같은 공간 안에서 처음 주고 받을 때 느낌도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지점이 너무 많다"면서 "일단 관계가 재미있다. 백기태 입장에서 장건영과 대립된, 서로 애국이라고 하지만 서로 다른 애국을 외치는 두 사람이 만났을 때의 상황이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영화 '하얼빈'에 이어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까지. 우민호 감독의 페르소나라는 평가도 나왔다. 현빈은 이러한 평가에 "일단 저는 감독님께 감사하다. 우 감독님을 만난 뒤 좋은 작품을 하는 것도 그렇고, 좋은 결과도 얻었고 지금도 전혀 다른 얼굴로 다른 장르로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저에겐 늘 감사한 분이다"라고 했다. 특히 배우의 새로운 면모를 꺼내주는 우 감독의 능력에 감사하다고. "배우가 많은 모습을 갖고 있다고 해도 연출하는 감독님임 안 꺼내고 안 써주면 의미가 없지 않나. 보여주고 싶은 모습도, 내가 몰랐던 것도 발견해서 꺼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했다.
반대로 현빈은 우민호 감독을 "그 작품에 가장 미쳐있는 인물"이라 평가했다. "'하얼빈' 때도 그렇지만 이번 작품도 똑같다. 당일날 까지도 고민해서 바꾸시는 분이다. 고민해서 이게 최선이 아니라면 언제든 좋은 걸 위해 바꾸신다. 대사든 상황이든, 심지어 한 테이크를 했을 때 자신이 생각한 정도가 아니면 다음으로 넘기시고 다시 대사를 쓰겠다 하실 때도 있다. 아니면 촬영을 다른 공간에서 하실 때도 있다.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처음엔 당황스럽고 '뭐지?' 할 때도 있지만 정작 바뀐 걸 찍어보면 감독님의 생각이 맞아왔다. 점점 확신으로 바뀌게 된다. 끝까지 대본을 다시 보신다든가 현장 편집을 계속 보신다. 계속 찾아내면서, 같이 일하는 사람도 그만큼 준비 안되면 안 된다란 생각에 더 준비하게 되는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철저히 계산하고 준비하는 현빈 배우, 최선을 찾아 이리저리 바꾸는 우민호 감독. 서로 다른 스타일 때문에 오히려 힘들진 않았을까? 싶었지만, 현빈은 "전혀 생각지 못한 다른 것들이 나올 때가 있는 거 같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물론 미리 두 세 가지 아이디어를 만들어가려는 현빈의 입장에선 아쉬움과 어려움도 있었다. 다만 현빈은 "다행히 어릴 때부터 드라마 작업을 했고, 예전엔 쪽대본도 많았기 때문에 그런 과정을 겪었던 사람이라 당황스럽거나 그런 건 없다. 해놓고 나서 '이랬으면 어땠을까?' 싶더라도,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갑자기 맞딱드린 신 아니더라도 몇날 며칠 고민하고 찍어도 그것도 정답이 아닐 수 있고 그래서 어려운 거 같다"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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