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레전드 가수 이정석이 출연해 데뷔곡의 숨은 이야기부터 가요계 복귀까지 자신의 음악인생을 들려줬다.
지난 1일 방송된 KBS1 '백투더뮤직 시즌2'에서 80~90년대를 휩쓴 '원조 아이돌' 이정석의 가요사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로 가수 데뷔 40주년을 맞은 이정석은 1986년 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데, 사실 같은 해 열린 '강변가요제'에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탈락의 아픔 속에서도 이정석은 '배움'을 얻었다. 이정석은 "2~3마디 부르면 '음 됐습니다' 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처음부터 심사위원을 사로잡을 정도로 임팩트를 남겨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 탈락을 계기로 이정석은 히트곡 '첫눈이 온다구요'를 만들었고, 그렇게 '신인가수 이정석'이 대한민국 가요사에 첫 등장하게 된다.
강변가요제 탈락이 쏘아 올린 공은 이정석이란 보물을 발굴하는 것뿐 아니라, 우리나라 가요 음악에도 신선한 바람을 가져왔다. 음악평론가 루노라쿠스는 "전문작곡가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노래가 히트하는지 성공 공식을 알고 있기 때문에 통상적인 것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잘 안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정석의 '첫눈이 온다구요'는 이러한 관용적인 구조를 벗어난 형태였다. 루노라쿠스는 "그 당시 우리나라 가수들이 팝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발라드라인을 만들었다 생각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정석 님의 음악은 해외 팝트렌드하고는 가장 거리가 멀지만 얼마든지 매력적인 노래가 나올 수 있다란 걸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흔히 말하는 '머니 코드'를 따르거나 큰 음악 시장이란 주류를 따라가지 않았음에도, 이정석이 직접 작곡한 '첫눈이 온다구요'는 1980년대 대표 발라드로 자리매김했다.
그야말로 혜성처럼 데뷔한 이정석은 이듬해 정규 1집 앨범 '사랑하기에'를 발매하며 인기몰이를 이어갔다. '사랑하기에' 역시 업계 호평 속 두 달여간 방송횟수 1위라는 기록을 세우고, 특히나 10대들의 주제곡으로 불릴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사랑하기에'는 빛을 보지 못할 뻔한 곡이었다. 대학가요제 동기였던 작곡가로부터 '사랑하기에'란 곡을 들은 후, 이정석은 "사실은 이때 첫 번째 앨범 녹음이 거의 90% 이상 끝났을 때였다. 제가 이 노래가 너무 좋아서 불러야겠다 그래서 제작자에게 녹음하겠다고 하니 난리가 난 거다"라고 앨범 준비 비화를 밝혔다. '이제 와서 무슨 녹음하겠다는 거냐'라며 반대하는 제작자와 달리, 이정석은 '사랑하기에'를 타이틀곡으로 밀어붙이기까지 했다. 이러한 고집은 가수로서 '사랑하기에'란 곡에 대한 애정이 있었던 덕분이었다. "그냥 처음에 한 번 듣고 너무 좋았다. 일반적인, 제가 여태껏 들어왔던 가요하고 너무 다른 패턴이었다"라고 말했다.
타이틀곡으로 지정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해당 곡이 거의 5분가량의 길이라 라디오방송에는 적합하지 않은 데다 무더운 6월에 발매되면서 여름의 분위기와는 맞지 않다는 고충이 있었다. 그럼에도 '사랑하기에'는 10월 말부터 반응을 얻기 시작해 연속 1위를 할 수 있는 최장 기간인 14주를 꽉 채우는 쾌거를 거뒀다.
이후에도 조갑경과 함께 부른 듀엣곡 '사랑의 대화'까지 성공했고, 이정석은 80~90년대 가요계를 휩쓴 스타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하나뿐인 몸으론 감당하기 벅찬 스케줄, 하나의 소모품처럼 다뤄지던 현실, 너무 어린 나이에 데뷔해 승승장구하다 지친 이정석은 미국으로 향하게 됐다.
슬럼프를 겪었음에도 '노래하고 싶다'란 마음으로 돌아온 이정석은 미국 생활 중에 쓴 레트로 발라드곡 '비가 내리고 있어'를 발매하며 11년 만에 활동 재개에 나섰다. "늘 현장에서 팬들과 같이 호흡하고 나누고 싶다"라는 그의 바람처럼, 추억 속에만 남은 발라더가 아닌 가요사에 살아있는 레전드로서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정석은 K-POP 한류 확장과 관광 활성화를 위한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K-문화강국 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정책·문화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해왔으며, 최근에는 신한류를 선도하는 연예 전문 온라인 미디어 티브이데일리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K-문화강국 해외관광객 유치 캠페인' 준비위원장으로 위촉돼 주목받았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