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배우는 단 세 명뿐이지만, 스크린에는 빈틈이 없다. 쫓고 쫓기는 밀실 술래잡기가 손에 땀에 쥐게 만든다.
28일 개봉된 영화 '시스터'(감독 진성문·제작 와인드업필름)는 거액의 몸값을 노리고 언니를 납치한 해란(정지소)과 모든 것을 계획한 태수(이수혁), 그리고 이를 벗어나려 극한의 사투를 펼치는 인질 소진(차주영) 사이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는 납치 스릴러다.
영화는 비오는 밤, 으슥한 골목길에서 소진이 납치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해란과 태수는 미리 만들어놓은 밀실에 소진을 가둬놓고, 본격적인 인질극에 착수한다.
부유한 집안의 딸이지만, 오래전 아버지와 절연했다는 소진. 그럼에도 해란과 태수는 소진을 강하게 협박하며 아버지에게 돈을 요구하라 지시한다. 결국 소진은 아버지에게 살려달라며 애원하고, 태수는 이를 촬영해 협박 도구로 활용한다.
폭력적인 태수와 달리 해란은 소진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느낀다. 태수는 그런 해란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해란 역시 폭력적인 태수에게 반발심이 생긴다. 결박된 소진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생존을 위한 심리전을 펼친다. 태수는 더이상 돈이 목적이 아닌 듯, 살기를 내뿜고 해란, 소진은 안팎으로 폐쇄된 밀실에서 탈출하려 고군분투한다.
'시스터'에는 2명의 납치 강도와 1명의 인질. 캐릭터 세 명만이 등장한다. 공간 변화도 크지 않다. 인질을 가둬둔 방, 집, 차 안, 숲 속 정도다. 공간은 차 안에서 작은 방, 집 전체, 숲 속으로 공간이 점차 확장되지만, 오히려 긴장감은 응축된다. 인물들의 감정선이 촘촘하게 쌓이면서 클라이맥스에 다다를 때까지 몰입도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배우들의 연기도 손색이 없다. 이수혁은 특유의 저음 목소리와 함께 광기 어린 눈빛으로 잔인한 '태수'를 보여준다. 해란과 소진을 술래잡기하듯 뒤쫓는 모습에서 '과연 돈이 목적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소름돋는 광기가 느껴진다.
정지소도 표면상으로는 빌런이지만, 누군가를 지켜야한다는 책임감을 지닌 입체적인 캐릭터 '해란'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이수혁과 팽팽하게 맞선다.
차주영의 연기 변신도 눈에 띈다. 살려달라고 처절하게 애원하는 모습부터 강인한 생존본능, 강도와의 수싸움, 과감한 모습까지 리얼하게 소화하며 평면적일 수 있는 인질 소진 역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땀으로 범벅된 차주영이다.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과 심리전은 차주영의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한다.
다만, 장르적 특성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묘사된 폭력성은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들만큼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밀실 스릴러에 초점을 둔 탓에 각 인물들의 전사가 생략된 점도 아쉽다. 특히 빌런에게 서사가 필수는 아니지만, 동기가 불분명한 태수의 잔인한 폭력성이 두 여자 캐릭터에게 발현되는 방식은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시스터'는 연기 구멍 없는 배우진, 영리한 반전 장치를 통해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러닝타임 8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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