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미현 기자]내 이름은 더스틴 니퍼트(33). 지난 2011년 미국에서 한국으로 무대를 옮겨 두산 베어스 한 팀에서만 5년째 선발 투수를 맡고 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자기소개가 아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1년도 못 채우고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 투수가 적지 않다. 두산에서 니퍼트는 이제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 5년 차에 접어든 그는 실력 면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니퍼트는 4시즌 동안 총 107경기에 나서 678.1이닝을 소화했다. 프로야구 통산 52승27패 평균자책점 3.25 탈삼진 538개를 기록하며 두산의 완벽한 에이스로 거듭났다.
지난해에도 30경기에 출전해 14승7패 평균자책점 3.81로 4년 연속 두 자리 수 승수를 올리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4시즌 동안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도 67번이나 기록했다.
두산은 지난해 12월29일 니퍼트와 총액 150만 달러(약 16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구단에서도 외국인 선수 중에서 역대 최고 연봉을 선사, 에이스 니퍼트에 대한 대우를 확실하게 했다.
니퍼트는 인성도 에이스다. 이닝이 끝날 때마다 덕아웃에 들어가기 전에 동료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격려한다. 사소한 행동일 수 있지만 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틀림없다.
팀을 위해서는 보직도 가리지 않았다. 2013시즌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을 당시 니퍼트는 선발 뿐 아니라 불펜이나 마무리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또 어려운 환경에 처한 소외 가정 아동 1000여 명을 야구장에 직접 초대해서 자비로 유니폼과 모자 등을 준비해서 나눠주는 선행도 서슴지 않았다. 동료들은 물론 두산 팬들도 경기장 안팎에서 니퍼트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까지 니퍼트는 더할 나위 없었던 투수다. 그러나 지난해 두산 마운드에는 변화가 있었다. 고참 투수로 두산 불펜을 책임졌던 정재훈이 롯데로 떠났다. 마무리 이용찬도 상무로 군 입대를 했다.
FA 장원준이 영입되면서 선발진은 채워졌지만 토종 선발 노경은과 유희관이 부활해야 니퍼트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최고참 이재우(34)와 함께 어린 투수들을 이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두산의 외국인 투수 유네스키 마야가 지난해 7월 두산 유니폼을 입고 올해도 함께 하게 됐다. 옆에서 동갑내기 마야의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니퍼트의 몫이다.
니퍼트의 개인적인 과제로는 평균자책점이 2.55(2011년)-3.20(2012년)-3.58(2013년)-3.81(2014년)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타고투저인 지난 해, 평균자책점 3.81 리그 5위로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에이스' 니퍼트이기에 다소 끌어내릴 필요가 있다.
두산 팬들은 실력과 인성을 동시에 갖춘 니퍼트를 '니느님'이라 칭송하며 그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어느 새 완전히 두산맨이 된 니퍼트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별명이다.
그의 별명처럼 올해도 눈부신 활약으로 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투수가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김미현 기자 dodobobo@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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