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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 웃고 울린 '왕사남' [인터뷰]
작성 : 2026년 01월 26일(월) 08:01

왕과 사는 남자 유해진 / 사진=쇼박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왕과 사는 남자' 유해진의 사극은 옳았다. 깊게 공감하고, 몰입하고, 진정으로 그 인물을 살아 숨쉬게 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국 영화 최초로 단종의 숨겨진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 영화다.

유해진은 극 중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 산골 마을 광천골 촌장 엄흥도 역을 맡았다.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하지만, 보살펴야 하는 대상이 폐위된 단종임을 알게 된 후 본격 고생길로 접어든 인물이다.

작품은 역사에 기록된 사실과 설을 적절히 섞은 엄흥도와 단종의 신분초월 '우정' 이야기로 흘러간다. 단종을 둘러싼 정치 싸움, 암투보다 각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관계에 집중한다.

유해진은 '왕과 사는 남자'에 대해 "단종의 알려져 있는 부분만이 아닌, 유배 가서 어땠을까, 죽음까지 그려냈다는 점에서 좋았다. 한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같이했던 사람들의 우정이 너무 좋더라"고 말했다.

실존 인물 엄흥도를 잘 알지 못했다는 유해진이다. 실제로 역사 속 기록은 단 두줄뿐. 장항준 감독은 이 두 줄의 사실에 기반해 엄흥도와 단종의 관계를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유해진은 "다른 것은 몰라도 엄흥도가 엄씨 가문에서는 엄청난 분이라더라. 동료 중에 엄씨가 있는데, 이런 작품을 한다고 하니 가문에서는 정말로 존경하는 분이라고 해서, 그분을 표현하는 게 조심스럽긴 했다. 실제 기록에는 두 줄 뿐이라고 하는데. 그런 훌륭한 분에게 누가 되진 않을까 싶었다"고 얘기했다. 이어 "초중반 분위기를 쭉 무겁게 갈 순 없지 않나. 재미 요소를 넣긴 했는데, 희화될까 싶어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상당히 조심스럽게 엄흥도를 만들어갔다. 관객분들이 이정도는 이해해주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엄흥도는 항상 단종과 함께였다. 굳이 대사로 풀어내지 않아도 눈빛과 분위기로 관계가 설명되는 신뢰, 믿음, 우정이 그려졌다.

"언론시사회 때 많이 울었어요. 특히 엄흥도가 단종을 관아에 고발하겠다고 했는데, 다시 돌아왔을 때 단종과 나누는 대화에서. 그때부터 눈물이 많이 나더라구요. 주책맞게. 진짜 많이 울었어요. 이 이야기가 가벼운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오래가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저한테 (의미가) 많이 남아있을 것 같다. 굉장히 좋은 작업이었어요".


유해진의 마음을 이토록 동하게 만든 건 단종을 연기한 배우 박지훈 때문이었다. 박지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연신 칭찬을 쏟아낸 유해진이다.

그는 "감정신을 찍는 날, 박지훈 얼굴을 보면 눈이 벌써 그렁그렁하고 있더라. 그러면 저 또한 동작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때부터 박지훈이 아닌, 어린 단종으로 보이는 거다. 그런 시간이 많았다"고 "초반에 감정신을 맞춰보는데 에너지에 깜짝 놀랐다. 표현이 가볍지가 않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촬영장에서의 특별했던 순간도 떠올렸다. 유해진은 "촬영 장소를 너무 좋은 곳으로 선택했다. 집 뒤 절벽은 CG인데, 그 앞에 보이는 풍경은 그대로다. 너무 좋았다. 물 안개 피고, 촬영에만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이다. 그 장소를 너무 좋아했었다. 마침 촬영장과 분장버스 있는 곳까지는 걸어 다녀야 했다. 그 길에서의 박지훈과의 시간도 좋았다. 작품 얘기도 하고 쓸데없는 얘기도 하고 좋았다. 그러면서 더 돈독해진 것 같다"며 "연기처럼 이 친구가 진지한 면, 묵직함이 있다. 발랄함도 있지만 진지함도 있고, 참 괜찮은 청년 같은 느낌이다. 왔다 갔다 하면서 가까워지고, 그러면서 서로의 감정 마일리지가 쌓였던 것 같다. 마치 단종이 유배를 와서 엄흥도와 가까워지는 과정처럼.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고 얘기했다.

예정에 없던 장면도 탄생했다. 유해진은 "영화 말미 엄흥도가 강가에서 물 튀기고 있는 단종을 슬프게 바라보는 장면은 아예 없었다. 스태프가 촬영 전에 박지훈이 강가에서 손 씻고 있는 것을 멀리서 찍고 있는 걸 SNS에 올린 거다. 그 사진을 우연히 봤는데 실제 단종이었으면 물가에 가서 얼마나 한양을 그리워했을까 싶더라. 그 모습을 멀리 보고 있는 엄흥도를 같이 찍었으면 좋겠다, 부모의 시각일 수 있겠구나, 싶어서 제가 촬영을 제안했다. 그게 또 적절하게 잘 들어간 거다. 얼마나 그 모습이 마음이 저리겠냐. 엄흥도는 단종을 모시는 관계에서 나중에는 아버지 같은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고 남다른 감정을 드러냈다.

그만큼 엄흥도, 단종, '왕과 사는 남자'에 깊게 몰입한 유해진이다. 결말 역시 엄흥도, 단종에 입장에서 공감했단다. 그는 "여러 설 중에 하나를 가져와서 붙인 거다. 그쯤 됐을 때는 서로 관계에 대한 깊이가 생겼을 거다. 그런 마당에 저들 손에 죽고 싶지 않다 나와 가까운 당신의 손에 죽고 싶다는 것은 엄흥도 입장에서 100% 이해가 됐을 것 같다. 더 깊게 가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이건 영화적으로 가면 이해해주시겠지 싶었다. 여러 설 중에 그렇게 돌아가셨다고 하더라도 이해가 되더라. 그들의 손에 죽고 싶진 않았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왕의 남자' '올빼미' 등 유독 사극에서 빛을 내는 유해진은 '왕과 사는 남자'에서 깊이가 다른 감정의 진폭을 보여줬다.

"저는 그냥 똑같아요. 옷만 다르게 입을 뿐이죠. 다만 그렇게 보이려고 하는 부분은 이야기 속에 잘 녹아있으면 된다는 것이죠. 잘보면 유해진이에요(웃음). 하나 하나의 작은 목표는 그 신에 잘 녹아있자, 대사를 내 것으로 만들자가 작은 목표입니다. 관객들이 '유해진이 뭘 하려고 하는지 알겠어'라면 되는 거에요. '왕과 사는 남자'는 유해진의 감정의 진폭이 많게끔 보여주는 작품 같아요. 저는 햇볕 좋은 날 현장에서 있을 때, 행복하게 있을 때 끝나고 소주 한 잔 했으면 좋을 뿐이에요(웃음)".

유해진은 "이 이야기의 타깃은 2030 세대 뿐만 아니라, 다 좋아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모처럼 세대를 폭넓게 포용할 수 있는 작품은 오랜만인 것 같다. 또 명절하고 색깔이 어울리지 않나.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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