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중후한 목소리와 분위기로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 중인 배우 원지안은 요즘 '무게를 덜어내는' 연습 중이다. 걱정과 고민은 내려놓고 일단은 "해"라는 태도로 연기에 임하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연출 우민호)는 시대의 소용돌이 속, 부와 권력에 대한 야망을 지닌 남자 백기태(현빈)와 그를 막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검사 장건영(정우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원지안은 극중 야쿠자 두목 이케다 오사무(릴리 프랭키)의 수양딸이자, 조직의 실세 이케다 유지 역으로 분했다.
이번 작품은 원지안에게 꽤나 도전적인 작품이었다. "일본어도 해야 하고 야쿠자 역도 있어서 부담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감독님이 직접 보시고 저한테 차갑고 서늘하고 칼날 같은 느낌을 받으신 거 같다. 감독님의 시선을 믿고 참여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우민호 감독의 시선처럼, 극 중 원지안은 날카롭고 냉철한 분위기를 풍겼다. 과연 어떻게 야쿠자를 준비 했을까. 그는 "투박한 느낌과 동시에 기민함과 예민함이 있다고 생각해 그 두 가지를 조화롭게 장면마다 보여줄 수 있길 바랐다. 감독님이 외형적인 면에서도 신경을 많이 쓰셨다. 보이는 부분이 중요하다 여기는 편이셔서 제스처, 걸음걸이 등을 많이 연구했다"라고 말했다. 특히나 높은 힐을 신어야 했는데, 원지안은 "힐 신고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자세 등을 열심히 만들어 나가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일본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했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준비했다고 말한 원지안은 "일본에서 나고 자란 캐릭터라 입에 붙이기 위해 시간을 많이 들였다. 일본어 선생님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현장에 항상 상주해 계셨다. 바로 코칭받으면서, 진짜 일본인 선배님들과 호흡을 나누게 된 장면도 있어서 특히나 떨면서 했다"라고 털어놓았다.
특히나 극중 아버지이자 야쿠자 두목인 릴리 프랭키와 일본어로 연기 합을 맞춘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해외 촬영이 처음인데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연기까지 해야 하는 낯선 상황 속 굳어있던 원지안을 풀어준 것은 릴리 프랭키였다. "너무 신기하게도 프랭키 선배님의 고유의 에너지와 분위기가 있다.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게 있다. '뭐지 이 포근함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연기로서 호흡을 나누고 오갈 수 있다는 걸 새롭게 경험했다. 편해지면 연기도 많이 달라진다 생각한다. 연기하면서는 정말 받기만 했다. 주시는 것들에 반응만 해도 충분히 많은 게 만들어지더라"고 말하며 릴리 프랭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시즌2에서는 장검 액션도 예고됐는데, 원지안은 "장검까지 나오게 되면 재미있는 장면이 만들어질 거라 생각했다. 몸 쓰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검은 처음 다뤄봐서 다른 운동과 병행해서 열심히 준비하는 중이다"라고 귀띔했다.
2021년 'D.P.'(디피)로 데뷔한 원지안의 성장세는 매우 가파르다. '오징어게임2' '북극성' 등 굵직한 작품에 함께 하고 '소년비행1·2' '경도를 부탁해' 등에선 주인공 역으로 많은 사랑받았다. 원지안은 "저를 찾아주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사실 운과 제 주변에서 노력해주신 분들의 노력 덕분이라 생각된다. 일단 보람차다"면서 "타이밍과 상황이 잘 맞물린 거 같다. 어떤 것도 운이라고 예길하지만 그냥 되는 것도 없지 않나. 찰나의 우연이 쌓여서 어느 순간 크게 사건으로 벌어진다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경력에 비해 많은 선배들을 뵙게 되면서 귀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란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은 혼자 잘 해내서 그런 건 아니라 생각된다"라며 공을 돌렸다.
작품마다 새로운 얼굴을 갈아 끼우는 원지안은 종종 같은 인물이라 생각되지 않는 연기로 대중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러한 평가에 원지안은 "껍질을 잘 만들어야겠다란 생각이 든다. 역할을 입는 것 보다도 피부로 느끼는 게 크다 생각해보려 한다"라고 운을 뗐다.
"원래는 저도 잘 표현하고 싶다란 욕심 때문에 이런저런 해석도 해보고 전사를 상상도 많이 해보는 편이에요. 물론 분석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대본을 보면 내가 여기서 무슨 역할을 해줘야 할지 파악부터 해봤는데, 요즘은
'그냥 많이 움직여야겠다'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좀 더 편하게. 모르는 미지의 것에 뛰어든다는 것에 두려움도 있잖아요. 항상 미리 대비를 많이 대비하고 생각하는 편이었어요. 이제는 그런 걸 좀 덜어내고
'자신감 있게 드러내보자'하는 생각이에요."
시간도 흐르며 원지안을 둘러싼 환경이 달라졌고 원지안의 연기에 대한 생각도 변했다.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진 거 같다. 매년 느낀다. 조금씩 달라지는데, 성장인지 모르겠지만 새롭다 느껴왔다. '소년비행' 당시엔 연기를 너~무 진지하게 대했다. 그로 인해 받았던 스트레스나 걱정도 많았는데, 지금은 의미를 알게 됐달까? 연기가 어떤 의미인지를 좀 깨달은 거 같다"라고 말했다.
"또 변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처음 연기를 시작하고, 20대를 보내오면서 항상 해내야 하고 '잘 해내야만 해' 미션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때마다 '이게 나랑 안 맞나?' '적성이나 성격과 안 맞는데 무리하나?'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시기가 필요했나 보다 싶어요. 그런 시간을 자연스럽게 보내고 나니 사실은 연기라는 게 나를 구하는 일이었을지도 몰라요. 입시 때부터 연기를 접하니 당시엔 몰랐는데,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밝지 않았을 거 같아요. 사람도 잘 못 대하고 그랬을 거 같아요. 제 직업은 다양한 나잇대를 만나는 장이 생기잖아요. 사회성도 길렀어요.(웃음) 좀 더 섬세하게 다뤄나가고 싶어요."
이렇게 변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물었더니, 원지안은 "명확히 있다. 작년에 '경도를 기다리며' 끝날 무렵이었다"라고 답했다. "그전까진 일을 계속해왔다보니 체력적으로 지쳤던 거 같다. 운동도 열심히 하긴 했지만, 그런 고민을 하기에도 당장의 매일을 연기해나가야 했다. 그리고 감정적 소모해야 하는 연기도 많았다. 그런 것들을 반복하니까 어느 순간 뭔가 '다 없었다'. 그렇게 되어서야 연못에 돌 던지듯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배우로서 변화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어쩌면 명상을 시작한 게 도움이 됐을 거 같다"라고 밝혔다.
연기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면서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연기도 많았다.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다 나온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체화시키려 고민하는 등 정신없이 흘러가곤 했는데, 결국 원지안의 답은
"에라 모르겠다" "해보자"였다. 그는 "잘하고 싶다고 해서 잘되는 것도 아니고,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게 될 수밖에 없으니까 '하자' 싶었다. 생각을 좀 덜고 단련을 좀 했다"라고 말했다. 힘을 덜어내는 연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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