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비 내리는 궂은 날, '키스는 괜히 해서!' 김선우 역, 배우 김무준을 만났다.
다정다감하게 주변을 세심히 챙겼던 김선우처럼, 실제 김무준도 그러했다. 첫 마디부터 "비가 와서 오시는데 불편하셨죠?"라며 걱정하더니, 마지막까지 "제가 나중에 작품을 찍으면 열심히 할 테니까 또 인터뷰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귀여운 당부를 남겼다. 말하자면 김무준은 '현실판 김선우' 그 자체였다.
김무준은 SBS 수목드라마 '키스는 괜히 해서!'(극본 하윤아·연출 김재현)와 행복한 연말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이 연말을 '키스는 괜히 해서!'와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쁘다. 물론 떠나보내야 한다는 아쉬움도 있는데 함께 한 모든 분들, 각자 자리에서 빛나실 거니까 응원하고, 지금까지 '키스는 괜히 해서!'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키스는 괜히 해서!'는 국내에서 7주 연속 전 채널 평일드라마 시청률 1위를, 해외에서 6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최상위권을 차지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다만 김무준은 "지표를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잘 돼서 행복한데 제가 직접 체감을 하는 부분은 없는 것 같다"면서 "애초에 모자 눌러쓰고 마스크, 안경 끼고 다니고, 사람 많은 데를 잘 안 간다. 딱히 그렇게 노출될 건 없어서 더더욱 체감을 못하는 걸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래도 온라인에서의 인기는 확실히 체감 중이다. 실제 김무준은 SNS, 기사 등 다양한 곳에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찾아본다고. 그는 "당연히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기억에 남는데, 꽂힌다고 해야 하나. 인상에 남는 건 아무래도 악플 같다. 인신공격이나 욕은 없다. 근데 저는 그런 게 조금 더 가슴 아프더라. 예를 들어 장롱신이면 '선우야 문 닫아'라든가. 비 오는데 산속에서 다림(안은진)이 구하러 가는데 '선우야 미끄러져라' 그런 게 조금 속상하더라"라고 털어놨다.
김무준은 극중 홀로 6세 아들 준이를 키우는 싱글대디로, 20년 지기 절친인 고다림을 남몰래 짝사랑하는 역할을 맡았다. 다만 시청자 입장에선 김선우가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해 이미 아이까지 있는 설정이다 보니 전 부인과의 관계, 친구였던 고다림을 사랑하게 된 시기와 계기 등 김선우에 대한 서사가 자세히 그려지지 않으며 캐릭터 자체에 대한 아쉬움과 궁금함이 남았다.
이 물음에 김무준은 "저는 대본을 보다 보니까. 대본에 힌트들이 다 있다고 생각한다. 선우라는 캐릭터가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는데 전 부인이 바람을 피워서 이혼을 하고 상처를 받는다. 제정신이 아닐 때 준이를 함께 돌봐준 게 다림이다. 그 세월을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선우의 마음에 다림이가 스며들었다고 생각한다. 실제 선우 대사 중에 '나 이혼하고 제정신 아닐 때' 그런 대사가 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인생에서 가장 힘들 때 내 곁에 있었던 여자가 다림이인 거다. 그래서 선우의 감정이 너무나 이해가 됐다. 그래서 좀 더 아프고 짠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11부에 다림이한테 고백한 게 장난이라고 하면서 마음을 접지 않나. 그때 선우한테 지문이 하나 있다. 또 늦어버린 걸까... '또'라는 건 지혁(장기용)이가 나타나기 전에도 다림이를 좋아했던 거다. 근데 절친이고 사랑하기 때문에 잃을까봐 두려워서 망설인 거다. 삭히고 삭히고 삭히다가 공지혁이라는 인물이 나타나면서 좀 더 발동이 걸렸을 수는 있다. 좋아하는 마음을 자각한 건 훨씬 전부터가 맞다"고 설명했다.
김무준은 고다림에게 고백하는 9부에서의 신을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으로 꼽았다. 해당 신을 찍으면서 김무준은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됐다고. "그 신을 촬영하면서 정말 좋았다"며 김무준은 "선우가 다림이를 정말 사랑하지만 동시에 미안함을 느끼고 있지 않나. 근데 그 신 마지막쯤에 '너 놓치면 많이 후회할 것 같거든'이라는 대사를 한다. 그 대사 전까지는 제가 그냥 앞을 보고 얘기하는데 그 대사할 때는 다림이를 탁 보고 얘기한다. 방송분에선 편집됐지만 실제 촬영은 다림이를 보고 1분 가까이 아무 말도 못 했다. 근데 감독님이 컷을 안 하시는 거다. 다림이 눈만 계속 쳐다보는데 눈물이 흐르더라. 그만큼 선우가 많이 누르고 있었구나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울 생각이 전혀 없었고 지문도 없었다. 그런 신이 아니었다. 리허설도 그런 게 아니었는데 '슛'하고 누나(안은진) 얼굴을 탁 보니까 말이 안 나오고 울컥하면서 눈물이 흘렀다. '컷'하고 감독님과 '눈물이 흐르는 것까진 가면 안 될 것 같다' 그런 얘기를 했다. 보통은 리허설 때 어느 정도 맞추고 그 틀로 가는데, 전혀 그런 게 아니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되니까 저도 그게 너무 신기했고,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는 촬영 날이었다"고 털어놨다.
고다림을 마음에 품은 김선우는 재벌녀 유하영(우다비)의 브레이크 없는 짝사랑에도 일절 흔들리지 않는다. 김무준의 표현을 빌리자면 고다림을 볼 때는 생기가 있는 눈으로 챙겨주지만 유하영에게는 '동태눈'으로 감정을 지웠다고. 마지막 회까지 김선우는 유하영과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됐다.
김무준은 "선우한테는 하영이에게 이성적인 감정이 없다. 갑자기 생겨도 이상하다. 다림이를 그렇게 사랑해놓고 갑자기 그러면 다림이에 대한 감정이 가벼워지니까. 그 세계관의 시간대로라면 작품이 14부작이니까 쉽사리 사람이 왔다 갔다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작가님들의 결말을 존중하고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 '김무준이라면' 어땠을까. 그는 "김무준으로 다림이와 하영이 중에 굳이 고르라고 하면 다림일 것 같다. 하영이는 혼자 잘할 것 같다. 다림이는 챙겨줘야 할 것 같고. 제 성격이 선우랑 비슷하다. 챙겨주는 걸 좋아해서 다림이면 좀 챙겨줄 수 있지 않을까"라며 "선우는 다림이에게 고백하는데 저는 못할 것 같다. 그거 빼고는 김선우와 거의 다 비슷하다. 김무준은 좋아하는 여자한테 쌍방을 느끼지 않는 한, 확신이 들지 않는 한, 고백을 못 할 것 같다"고 답했다.
'키스는 괜히 해서!'는 3월부터 9월까지 사전제작되며 실제 방송 종영까지 약 3개월의 간극이 있었지만, 김무준은 여전히 대본의 지문을 세세히 기억하고 김선우의 감정에 오롯이 이입한 모습으로 감명을 줬다. 노력이 무색하지 않게 드라마는 큰 인기를 얻었고, 연말 시상식도 다가오고 있다. 2년 전 'MBC 연기대상'에서 '연인'으로 신인상을 탔던 김무준. 올해도 내심 기대하고 있지 않을까.
그러나 김무준은 "진짜 솔직하게 지금 이 인터뷰 시점까지는 없다. 두근두근 거리거나 긴장되거나 '받고 싶다' 그런 것도 딱히 없고 '주시면 감사하다' 그 정도다. 이 인터뷰 끝나고 나가는 순간부터 '받고 싶은데' 할 수는 있는데 지금 이 시점까지는 고요하다"고 웃었다.
1998년생인 김무준은 20대가 되자마자 입대해 2020년 전역 후, 같은 해 웹드라마 '뉴런'으로 데뷔했다. 입대가 상당히 빨랐던 셈. 그는 "선택지가 없었다. 고3 때 입시에 다 떨어져서 대학교를 못 갔다. 근데 입영통지서는 오니까 '군대 가자' 했다. 군대에 있어 보니까 내가 할 줄 아는 게 연기 빼고 없더라. (학생 때) 공부보다는 연기에만 몰두했다. '마지막으로 연기를 해보자' 해서 군대 안에서 입시를 했다. 근데 운이 좋게 합격을 해서 1월에 전역하고 3월에 입학을 하게 됐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더 열심히 작품하고 연기하면서 살아야겠다' 그런 생각밖에 없다"고 했다.
그 마음 그대로 김무준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연기에 임하고 있다. 그는 "'이 배우가 저 배우였어?'라는 소리를 듣는 게 목표다. '못 알아봐서 섭섭하다'가 아니라 그만큼 캐릭터마다 차이점을 보여줬다는 얘기로 들려서 앞으로도 '이 배우가 저 배우였어?' 이 소리를 듣고 싶다. 그렇게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역할도 많다. 김무준은 "저는 지금까지 서로 사랑하는 역할이 없었다. 다 일방적이다. 이번 현장에서도 두 분(장기용, 안은진) 연기하는 거 보는데 아름다워 보이고 행복해 보이더라. 저도 그런 로맨스 멜로를 해보고 싶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여자한테 사랑받고 싶다. 또 멋있게 옷 갖춰 입고 꽃미남 왕세자, 멋있는 왕세자로 사극도 해보고 싶다. 교복도 입고 청춘물도 해보고 싶다. 안 해본 게 워낙 많아서 해보고 싶은 게 많다"고 밝혔다.
"매년 끝날 때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는 것 같아요. 일이면 일, 추억이면 추억, 뭔가 더 남겨야겠다고 생각해요. 올해 세 작품 공개되면서 무언가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뭘 안 한 것 같더라고요. 나태지옥에 가기 싫어서 그런가. '더 바쁘게 살 수 있었는데' '뭘 해도 뭔가는 더 했을 텐데' 다 아쉬워요. 그래서 그게 제 2026년의 원동력이 될 것 같아요."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