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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팬레터',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왈츠 [ST리뷰]
작성 : 2025년 12월 28일(일) 08:50

뮤지컬 팬레터 포스터 / 사진=라이브(주)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뮤지컬 '팬레터' 속 매혹적인 3인의 댄스에 시선이 꽂힌다. 각자의 욕망을 위해 서로가 서로를 놓지 못하는 것처럼, 관객들까지도 이들의 위험한 왈츠에 빠져들고 만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팬레터'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천재 문인들의 모임 '구인회'의 일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시대적 분위기와 예술가들의 삶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팩션 뮤지컬. 천재 소설가 김해진과 그를 동경하는 작가 지망생 정세훈, 그리고 비밀에 싸인 천재 작가 히카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품은 유쾌한 문인들의 입담과 함께 밝은 분위기 속 시작된다. 그런데 조명이 점차 어두워지면서 분위기도 더욱 짙어진다. 조명이 밝게 쏟아지던 무대 위로 그림자와 실루엣이 드리워지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매혹적이면서 위험한 향기로 가득해지고, 관객들도 웃음 소리 대신 숨죽인 채 무대 위 배우들의 춤에 집중하게 된다.

세훈과 히카루는 "난 거짓이 아냐/넌 거짓이 아냐"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넘버 '거짓말이 아니야'를 통해 가상의 인물을 실존하는 인물로 '자기 세뇌'를 한다. 거울을 보듯 똑같은 동작을 좌우반전된 안무, 위험을 직감케 하는 고조되는 음악이 더해져 아슬아슬한 두 사람의 댄스에 눈을 뗄 수 없게 된다. 특히 정반대의 이미지인 소년미 가득한 세훈의 분위기와 히카루의 매력적인 유혹이 맞붙어 그야말로 도파민을 자극한다.

팽팽한 긴장감과 도파민이 최고조에 달하는 것은 해진과 세훈, 히카루 3인의 왈츠 장면이다. 해진을 두고 세훈과 히카루가 번갈아가며 추는 3인의 얽히고설킨 댄스는 마치 자아가 분열하듯 갈등하는 세훈과 히카루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해진을 향한 애틋한 동경과 동시에, 천재 소설가를 자신의 손으로 쥐락펴락하는 것에서 느끼는 고양감마저 느껴지는 듯하다. 위험한 줄타기 중이란 걸 알면서도 자극적인 도파민에 중독된 사람처럼 위태로운 거짓말에 자꾸만 시선이 모인다.

각자의 욕망을 위해,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킨 파멸의 라스트 댄스. 자기 파괴적이기에 아슬아슬하면서도, 종국엔 서로를 위하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스토리가 자꾸만 아른 거린다.

한편 뮤지컬 '팬레터'는 2026년 2월 22일까지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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