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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가족들', 게이·레즈·자발적 비혼모와 만난 KBS의 시도 [ST포커스]
작성 : 2025년 12월 26일(금) 17:00

이웃집 가족들 포스터 / 사진=KBS 제공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공영방송 KBS가 신선한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유튜브 채널 '여의도 육퇴클럽'에서 공개되는 2부작 웹콘텐츠 '이웃집 가족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웃집 남편들'의 스핀오프인 '이웃집 가족들'은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 애 둘 아빠 게이 홍석천, 유부녀 레즈비언 엄마 김규진과 함께 하는 신개념 가족 토크쇼다. KBS 저출생위기대응방송단(단장 최성원)이 제작을 맡았다.

지난 19일 1회가 공개된 이후 누리꾼의 반응도 꽤나 핫하다. 찬성과 반대를 차치하고, 공영방송으로서 보수적인 KBS에서 이러한 콘텐츠가 탄생했단 점에서 의외라는 것. 그만큼 예민할 수 있는 주제를 어떻게 다루게 된 것일지, 어려움은 없었을지 '이웃집 가족들' 연출을 맡은 유경현 PD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올해 KBS 저출생위기대응방송단의 어젠다(안건)는 '가족'이었다. 가족의 탄생, 가족의 가치에서 출발한 고민은 가족의 다양성으로 나아갔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웃집 남편들'에 이어 '이웃집 가족들'로 콘텐츠가 확장됐고 입양·정자 기증을 통해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유지 중인 홍석천, 사유리, 김규진이라는 출연진 라인업이 완성됐다.

기획의도에 대해 유경현 PD는 "기존에 육아, 출산과 관련한 것들이 다 여성의 일로만 묘사됐는데, 시선을 남성의 시선으로 바꿔 '이웃집 남편들'을 진행했다. 그러다 '그렇다면 가족은 도대체 무엇인가'. 사회적으로 이른바 '정상 가족'의 틀에서 벗어난 가족도 많은데 그런 가족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고, 과연 뭐가 다른지 조금 더 생각해 보자는 의미에서 '이웃집 가족들'을 제작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사진=유튜브 채널 여의도 육퇴클럽-이웃집 가족들 영상 캡처


'이웃집 가족들'을 선보이는 데 있어 제작진이 마지막까지 고민한 지점은 다름 아닌 '댓글창을 열지, 말지'였다. 유경현 PD는 "업로드 직전까지도 고민했다. 왜냐면 닫으려 한 이유를 아마 추측이 가능하실 텐데, '보지 말자' 'KBS 왜 이러냐' 이런 댓글도 상당히 많고 항의 전화도 많이 들어왔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과연 댓글을 열었을 때 출연자 분들이나 자녀들이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이런 고민 때문에 제작진으로서도 부담이 있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실제로도 포스터와 티저가 공개된 이후부터 특정 단체나 반대 입장에서 시청자 센터에 항의가 쏟아졌다. 그러나 유 PD는 "다양한 의견을 받고, 이분들을 응원하는 댓글도 많을 거라 생각했다"라며 댓글창을 열기로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기억에 남는 댓글이 무엇인지 묻자, 유PD는 '댓글을 열었기 때문에 이 콘텐츠가 진짜로 완성됐다'라는 댓글을 언급했다. "저희가 생각한 것보다 인터넷 댓글에 공론장의 역할이 되게 중요하단 걸 느꼈다. 또 시청하는 분들이 생각했던 상식보다 훨씬 깨어있고 합리적이란 생각에 고민했던 제작진이 부끄러워졌던 기억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의 고민이 무색하게, 댓글창에는 가족의 확대·다양성에 대한 존중·육아 및 출산율 감소에 대한 건전한 의견으로 가득하다. 콘텐츠가 사회적 주제를 던지고, 댓글창이 공유의 장이 된 것이다.

이러한 시도를 통한 '이웃집 가족들'의 궁극적 목표는 따뜻한 사회가 되길 바라는 아빠의 마음과도 결을 같이 한다. 유경현 PD는 "내 아이가 어떤 길을 가든, 어떤 선택을 하든 사회가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란 바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린 남편의 시선에서 '이웃집 남편들'이 제작됐다면 그 시선과 생각이 가족 단위로 넓어지게 되고, 내 아이가 자라 겪게 될 사회가 좀 더 따뜻하길 바라는 아빠의 바람이 '이웃집 가족들'에 녹아든 것. '이웃집 가족들'이 가족의 해체가 아니라 가족의 정의를 확대하고, 사회의 온기를 더하려 하나의 시도로 응원받길 바라본다.

한편 2부작 '이웃집 가족들'의 2화는 오늘(26일) 저녁 6시, 유튜브 채널 '여의도 육퇴클럽'을 통해 공개된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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