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한국 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배구 여제' 김연경이 정들었던 코트를 떠났다. 김연경은 은퇴 시즌 소속팀 흥국생명을 통합 우승으로 이끌며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김연경은 올해 2월 13일 GS칼텍스와의 홈 경기를 마친 뒤 진행된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하기로 결심했다. 성적과 관계없이 은퇴를 생각하게 됐다"고 밝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김연경의 은퇴 선언은 배구계를 넘어 한국 스포츠 전반에 큰 화제가 됐고, 그는 은퇴 투어를 진행한 최초의 배구 선수가 됐다. 스포츠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프로야구의 이승엽, 이대호와 프로농구의 서장훈, 김주성 등 일부 레전드 선수들만이 은퇴 투어 영광을 누렸다.
김연경은 한국을 넘어 세계를 평정한 배구 전설이다. 2005-2006시즌 V리그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그는 데뷔 시즌부터 남달랐다. 신인상·정규리그 MVP·챔피언 결정전 MVP를 동시에 수상했고, 공격상·득점상·서브상까지 거머쥐며 데뷔 첫 해 6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국내 리그를 압도한 김연경은 해외 무대 도전에 나섰다. 일본, 튀르키예, 중국 등 국외 리그에서 활약을 펼치며 세계적인 선수로 우뚝 올라섰다. 이후 그는 2020-2021시즌 코로나19로 여파로 인해 11년 만에 V리그로 복귀했다.
오랜 기간 해외에서 활약했던 김연경은 V리그에서 단 8시즌만 뛰었다. 그럼에도 자신이 국내에서 뛴 모든 시즌(2005-2006, 2006-2007, 2007-2008, 2008-2009, 2020-2021, 2022-2023, 2023-2024, 2024-2025)에 흥국생명을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놨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있는 동안 정규리그 우승 5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4회, 통합 우승 3회를 기록했다.
특히 김연경은 라스트 댄스를 선언한 2024-2025시즌 흥국생명을 통합 우승으로 이끌며 선수 생활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압도적 선두를 달리며 정규리그를 27승 9패(승점 81)로 마쳤다.
정규리그 우승의 일등 공신은 단연 김연경이었다. 김연경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총 585점으로 국내 득점 1위(전체 7위)에 올랐고, 공격 종합 2위(공격성공률 46.03%), 리시브 2위(41.22%) 등을 기록하며 공수 전반에 걸친 활약을 펼쳤다.
김연경의 활약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챔피언결정전 5경기에서 133점을 몰아치며 역대 V리그 여자부 최초로 포스트시즌 통산 1000점(총 1045점)을 돌파하는 진기록을 작성했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그는 개인 통산 4번째 챔피언결정전 MVP를 차지했고, 리그 역대 두 번째 만장일치 MVP라는 기록도 썼다. 시즌 후엔 통산 7번째 정규리그 MVP까지 차지하며 20년 선수 생활을 완벽한 수미상관으로 마무리했다.
김연경은 지난 10월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2025-2026시즌 개막전을 통해 공식 은퇴식을 치렀다. 흥국생명은 그의 등번호 10번을 구단 최초의 영구 결번으로 지정하며 예우를 갖췄다. 김연경은 시몬(OK저축은행), 김사니(IBK기업은행), 이효희(한국도로공사), 문성민(현대캐피탈)에 이어 V리그 역대 5번째 영구 결번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김연경이 코트를 떠나면서 흥국생명은 물론 한국 배구계도 '포스트 김연경'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압도적인 티켓 파워와 스타성을 갖춘 김연경은 복귀 후 여자부 흥행을 책임졌다. 그러나 오랜 기간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지 않은 시점에서 그의 은퇴는 경기력 측면을 넘어 V리그 인기 유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은퇴식 후에도 김연경은 '과거'의 소회보단 자신이 없는 배구계가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해 걱정했다.
당시 그는 "국내보다는 국가대표팀이 국제 무대에서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 그럼 더 많은 팬들이 다시 배구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하면 잘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가 배구계의 숙제"라면서 "계획이 가장 중요하다. 당장은 성적이 안 나오더라도 장기적 플랜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관심 갖고 지속해서 지지해줄 거다. 몇 년이 돼도 상관 없으니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경의 은퇴로 한국 배구의 한 시대가 저물었다. 그가 떠난 빈자리를 메울 새로운 주인공이 탄생할 수 있을까. 이제 한국 배구계는 김연경 이후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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