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구교환이 가장 현실적인 연기를 보여줄 때, 그 인상은 어느 때보다 여운이 짙다. '만약에 우리'로 공감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그다.
영화 '만약에 우리'(감독 김도영·제작 커버넌트픽처스)는 뜨겁게 사랑했던 은호(구교환)와 정원(문가영)이 10년 만에 우연히 재회하며 기억의 흔적을 펼쳐보는 현실공감연애 영화다.
구교환은 극 중 '게임 개발로 100억 벌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삼수 끝에 서울로 올라온 컴퓨터 공학도 은호 역을 연기했다.
"영화의 완성은 관객을 만날 때인데 지금도 영화를 찍고 있는 느낌이에요. 리뷰를 듣기 시작했는데, 각자의 세계에서 은호와 정원을 탄생시켜주고 있어요. 지금도 계속 영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만약에 우리'는 정말 현실적인 커플들이 겪는 위기와 감정, 사랑을 오롯이 보여준다. 구교환이 연기한 은호는 꿈에 대한 야망도 크고 연인에 대한 사랑도 깊은 캐릭터다. 현실이란 잔인한 벽에 부딪히면서 성장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청년의 표상이기도 했다. 이제껏 구교환이 보여준 캐릭터 중 가장 현실에 발붙인 '우리'의 모습이었다. 구교환은 "뭔가 출사표라기보다는 이 캐릭터를 잘 선물해 드려야겠다,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은호는 내가 잘 아는 이야기, 나도 사랑해 봤는데? 나도 사랑하고 있는데에서 공감됐다. 이건 정말 잘 완성된다면 어떤 4DX 영화보다 엄청난 체험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구교환은 은호와의 싱크로율에 대해 "제일 잘 맞는 건 은호가 팔리지 않지만, 본인의 철학이 확실한 게임을 만드는 게임 디렉터라는 점이다. 저도 은호만큼 만들어지지 못한 시나리오가 많다. 미련하게 실패함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인장을 놓치지 않는구나, 결국엔 만들어내고 잘 팔리는 구나, 나도 저기까지 가고 싶다란 생각이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청년, 뭔가에 도전하고 만드는 사람의 교집합이기도 한 것 같다. 이 점이 제일 비슷했다. 은호가 취업했을 때 성공한 쾌감을 느꼈다"고 웃었다.
구교환은 역시 시나리오를 작업하고 차분히 연출적 능력을 쌓아가고 있는 배우다. '만약에 우리'에 마음이 통한 것도 김도영 감독의 연출이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이 작품의 선택 이유가 감독님이다. 배우 출신이기도 하고, 저분이라면 나를 은호로 만들어줄 수 있겠다 싶었다. 제의가 들어오자마자 빨리 하고 싶었다. 텍스트도 중요하지만, 전 연출자가 너무 중요하다. 그 사람이 만들어 낸 얼굴이 있는데, 저 사람이 보는 나를 담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멜로 호흡을 맞춘 배우 문가영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구교환은 "장면에 대한 설계가 좋은 배우다. 그 설계가 좋은 만큼 정서적으로 언제든 무너트리면서 새로운 연기를 하더라. 냉탕과 온탕의 스위치를 바꿀 수 있는 좋은 배우다. 첫 로맨스인데 상대배우를 잘 만났다 싶다. 저 또한 다른 현장에서도 언제든지 설계를 부실 용기를 가지고 연기를 하고 있게 됐다"고 얘기했다.
구교환은 문가영과 함께 감정의 빌드업을 섬세하게 쌓아가며 멜로의 진수를 보여줬다. 꾸밈없이 솔직한, 어느 순간 스며들어 '나'의 연애를 떠올리게 만든 현실 로맨스말이다. 호평이 나오자 구교한은 "장면을 만들 때 현장에서 리허설을 무조건 한다. 그 리허설을 디테일하게 감독님이 주문해 주셨다. 동선과 대사는 애드리브 없이 가지만 순간의 감정적인 연기를 나눴던 것 같다. 엔딩 장면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오열을 하는데 그 한 테이크만큼 서럽게 울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대사의 변화는 없지만 감정은 처음 겪는 것처럼 마주 하자였다. 거기서 문가영과 감독님의 지분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 영화는 두 사람이 정말 잘 이별하는 영화였구나 싶어요. 재밌는 게 '결말이 해피엔딩일까요, 새드엔딩일까요'라는 질문이 있었어요. 저는 잘 이별한다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해피엔딩 같아요".
구교환은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그는 "저는 과거 보다 내일을 더 걱정한다. 장기적으로 계획도 못 세운다. 내일 것까지 계획은 있다. 내일 촬영할 대사를 외운다. 내일 촬영을 잘 끝낸다 여기까지다. 오늘이랑 내일만 사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가치관을 얘기하기도 했다.
그의 연기 방향도 비슷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지란 목표점보다 그 순간 흥미로워하는 것, 재밌어하는 것에 집중하고 선택했다. 구교환은 "흥미로운 캐릭터를 다 했기 때문에 소비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봉되는 '군체'와 '만약에 우리' 은호는 너무 반대되는 지점의 역할이다. 좋아하고 흥미로워하고 하는 것을 연기하고 있다"며 "'D.P' 한호열도 못 만난 지 몇 년이 지났다. 나이가 먹은 한호열이 사립탐정하면 어떨까란 상상도 하고 있다"고 웃었다.
이어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정하진 않는다. 로맨스물도 지금의 것과 성질이 다르면 할 것 같다. 다음 작품은 또 다른 방식으로 환기시킬 것 같다. 상상의 인물을 연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계속 이 일에 재미를 잃지 않고 계속 흥미롭게 만드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컷 하는 소리가 좋아요. 장면 속에 존재했다는 감정을 느끼게 해 줄 때죠. 연출은 누군가에게 썰을 푼다는 재미를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시상 때도 재밌었어요. 제가 재밌어하는 이야기, 왜 단편 영화가 거기서 끝나야 하는지 그런 얘기를 할 때 생기가 돌더라고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 욕구인 것 같아요. 그러면에서 이 일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아. 스탠딩 코미디도 하고 싶어요. 하나의 연기고 구성이 정확해야 하는 하나의 예술이라고 생각하니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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