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양부모 학대로 세상을 떠난 '정인이' 얼굴을 공개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헌법재판소에서 취소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헌법재판소는 서울서부지검이 SBS 이동원PD에게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2021년 1월 정인이의 죽음을 재조명하고 아동학대 현실을 다룬 '정인이는 왜 죽었나, 271일간의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 '정인아 미안해, 그리고 우리의 분노가 가야할 길' 편을 방영했다.
당시 제작진은 정인이 얼굴이 나온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에 대해 "학대의 흔적이 유독 얼굴에 집중돼 있고, 아이의 표정에 그늘이 져가는 걸 말로만 전달할 수 없었다"며 얼굴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방송은 가해자가 기소된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니라 살인죄로 처벌받아야 함을 주장하며 수사기관 등 관련기관을 비판하고 후속 조치와 제도적 보완 장치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같은해 10월 정인이의 얼굴과 생년월일 등을 노출했다며 이동원PD를 고발했고, 서울서부지검은 2023년 6월 그를 아동학대처벌법(보도금지의무)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아동학대처벌법은 방송사 편집책임자 등이 아동보호 사건에 관련된 아동학대 행위자, 피해 아동, 고소·고발인 또는 신고인의 주소, 성명 등 인적 사항이나 사진 등을 출판물에 싣거나 방송매체를 통해 방송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이동원PD는 검찰의 처분에 불복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고, 헌법재판소는 2년여에 걸친 심리 끝에 "피해 아동의 상황, 이 사건 방송이 이뤄진 경위와 구체적 보도 내용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의 행위는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의 상당성·적합성이 인정된다"며 "오히려 이 사건 방송은 피해 아동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해당 방송이 아동학대범죄의 잔혹성을 고발하고 가해자의 범행 내용에 부합하는 처벌을 촉구함과 동시에 아동학대 예방 방안을 공론화하는 공익적 목적으로 제작됐음이 인정되고 언론의 자유라는 기본권 행사로서의 의미도 가진다고 밝혔다.
생후 16개월 정인이는 생후 7개월 무렵 양부모에게 입양된 후 학대 속에 271일 만에 사망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 사건의 실체를 파악했고, 방송 이후 정인이 양모는 살인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35년형이 확정됐다. 아동학대를 묵인한 양부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헌법재판소는 아동학대범죄의 예방과 처벌에 관한 법령이 정비되는 등 후속 조치와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으며, 해당 방송은 다수 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짚었다.
한편 이동원PD는 지난 2012년 SBS에 입사 후 '그것이 알고 싶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등을 연출했다. 현재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연출을 맡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제2기 법무부 교정정책자문위원회 외부위원으로도 위촉됐다.
지난 2022년 12월에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그것이 알고 싶다' PD로 있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정인이 사건을 꼽았다. 당시 이동원PD는 "정인이 묘지를 갈 때마다 예보에 없던 폭설이 내렸다"며 "아이가 계속 떠오르고 살았으면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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