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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앞둔 지드래곤 "우물 안 개구리 8년…비로소 즐길 수 있게 돼" [ST리뷰]
작성 : 2025년 12월 14일(일) 21:19

위버멘쉬 인 서울 앙코르 지드래곤 / 사진=갤럭시코퍼레이션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이다. 결코 평탄하진 않았다. 소란은 끝이 없지만, 팬들의 절대적 지지와 사랑도 계속됐다. 그룹 빅뱅의 리더이자 솔로로도 대성한 지드래곤. 그가 되찾은 여유를 드러내며 새로운 도약을 예고했다.

1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지드래곤 2025 월드투어 '위버멘쉬' 인 서울 : 앙코르'(G-DRAGON 2025 WORLD TOUR 'Übermensch' IN SEOUL : ENCORE)가 개최됐다. 지드래곤은 지난 3월 막을 올린 월드투어 '위버멘쉬'의 화려한 피날레를 서울에서 장식했다.

흰색 퍼재킷을 입고 무대에 등장한 지드래곤은 지난해 발표한 7년 4개월 만의 싱글이자 정규 3집 선공개곡 '파워'(PO\ER)로 포문을 열었다.

태양, 대성과 함께한 빅뱅 완전체의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도 이어졌다. 관객들은 한 무대에 오른 세 사람의 모습에 열띤 환호를 보냈다. 지드래곤은 "오늘 모든 걸 쏟아붓고 가겠다"며 열정을 불태웠다.

세 번째 곡은 '미치GO'와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였다. 지드래곤을 대표하는 곡 중 하나인 만큼 공연의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노래가 끝나자 관객들은 연신 "권지용"을 외쳤다.

위버멘쉬 인 서울 앙코르 지드래곤 / 사진=갤럭시코퍼레이션


지드래곤은 "오늘이 드디어 마지막 공연이다. 하루 더 할까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밖이 춥다. 그래도 3월보단 낫지 않냐"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위버멘쉬' 첫 공연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당시 날씨 관련 문제로 콘서트 시작이 1시간 40분가량 지연된 바 있다.

그는 "세계 곳곳을 이렇게까지 사랑을 받으면서 돌 줄은 몰랐다. 시작을 천재지변과 함께해 마음이 항상 무거웠다"고 심경을 전하며 "많은 볼거리로 유일한, 마지막 쇼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미니 1집 타이틀곡 '크레용'(Crayon)이었다. '머리 어깨 무릎 발 Swag'이란 가사로 유명한 '크레용'은 떼창을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정규 3집 '위버멘쉬'의 수록곡 '보나마나'(BONAMANA)도 선보였다. '크레용'으로 달궈진 분위기를 다크하고 서정적인 느낌으로 뒤바꾸는 순간이었다. 감성은 정규 1집 인기곡 '버터플라이'(Butterfly)로 더욱 무르익었다.

분위기가 또 한 번 반전됐다. 강렬한 분위기의 '너무 좋아 (I Love It)' '니가 뭔데 (Who You?)'가 흘러나오자 함성 소리가 커졌다.

'투데이'(Today)를 부를 때는 직접 무대 아래로 내려가 관객들과 소통했다. 팬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지드래곤의 모습을 열심히 담았다. 한 관객은 그에게 '위버멘쉬'가 적힌 흰색 모자를 건넸고, 지드래곤은 이를 착용한 채 노래를 이어갔다. '삐딱하게 (Crooked)'는 뜨거워진 분위기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위버멘쉬 인 서울 앙코르 지드래곤 / 사진=갤럭시코퍼레이션


공연이 절반가량 진행됐을 때쯤, 데뷔를 향해 달려온 지드래곤의 어린 시절이 시그니처 곡 '소년이여'를 배경으로 펼쳐졌다. 앳된 얼굴로 랩을 하고 춤을 추던 소년의 땀과 눈물이, 오늘날의 지드래곤을 만들었음을 느끼게 했다.

'위버멘쉬' 활동을 기점으로 지드래곤과 함께해 온 비트박서 윙(Wing)의 무대도 깜짝 공개됐다. 윙을 비롯한 '비트펠라 하우스'(Beatpella House) 네 명은 지드래곤의 '세상을 흔들어 (Shake The World)' '알오디'(R.O.D) 등을 멋진 비트박스로 선보여 큰 환호를 받았다.

'근본곡'으로 불리는 '하트브레이커'(Heartbreaker)도 빠질 수 없었다. '하트브레이커'는 2009년 지드래곤이 본격적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한 자작곡이다. 첫 솔로 앨범의 타이틀이었던 만큼, 본인과 팬들에게 의미가 남다른 노래다.

지드래곤은 슈트로 환복 후 등장, '하트브레이커'와 '개소리 (BULLSHIT)' '테이크 미'(TAKE ME)를 열창했다. '테이크 미'에서는 기타를 들고 연주하는 듯한 퍼포먼스도 더해졌다.

흩날리는 꽃가루와 함께 정규 3집 타이틀곡 '투 배드'(TOO BAD) 무대도 펼쳐졌다. 중간에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우승 크루 '베베'(BEBE)의 수장 바다가 깜짝 등장, 지드래곤과 '스모크'(Smoke)를 함께 추며 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위버멘쉬 인 서울 앙코르 지드래곤 / 사진=갤럭시코퍼레이션


이날 지드래곤은 "무대도 좋지만 '티키타카가 난무'하고, '땀이 주르륵' 났으면 좋겠다. 같이 무대 할래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컴백한 지 1년이 지났다. 아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열심히 보냈다. 잘하고 싶은 건 맞다. 이렇게까지 질과 양을 모두 얻기 위해선 다른 한쪽을 좀 낮춰야 했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두 가지를 다 얻으려고 살았다"며 "도무지 안 되겠어서 머리를 잘랐다. 군대는 다녀왔다. 걱정하지 말라"라고 말했다.

농담은 계속됐다. "아까 태양이랑 대성 나왔지 않나. 놀라지 마시라. 그거 AI다. 요즘 기술이 엄청나다. 제가 말 안 했으면 모르셨지 않나. 이번 한 번을 위해 따로 전담팀을 만들었다. 얼마 전에 완성돼서 마지막날 선보여야겠다 싶었는데, 이런 퀄리티면 내 걸 만들걸 하고 깨달았다"고 능청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마마'(MAMA)도 나갔고, 파리에서 공연도 했고, 예능 '굿데이'도 했고, 혼자 여러 페스티벌도 많이 나가봤다. APEC 무대에도 영광스럽게 섰다. 훈장 어딨냐. (전광판에 띄워진 훈장 이미지를 보며) 진짜로 보면 얼마나 멋있는지 아냐. (보여달라는 관객들의 외침에) 집에 두고 왔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본의 아니게 새로 상이 생겨서 상을 받았다. 1년 만에 '마마' 무대에 섰다. 절 응원하는 말들이 많더라. 제가 '좋아요 봇'이긴 한데 그건 좀 못 누르겠더라. 부끄러웠다"고 덧붙였다.

빅뱅 20주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절 안 지 얼마 안 된 친구들도 있겠지만. 열아홉 살이다. 내년이면 저희 그룹 빅뱅이 20주년을 맞이한다. 스무 살 빅뱅은 성인식을 치른다. 어린 친구들은 많이 먹고 무럭무럭 빨리 자라야 한다. 성인식이라 열아홉 살 넘어야 할 수도 있다. 아무튼 빅뱅은 내년 4월부터 워밍 업을 시작한다. 워크숍 같은 거다. 저도 솔직히 투어 일 년 돌면서 이제 몸이 풀렸다."

위버멘쉬 인 서울 앙코르 지드래곤 / 사진=갤럭시코퍼레이션


길었던 멘트 타임이 끝나고, 지드래곤은 '위버멘쉬'에서 가장 서정적인 곡 '드라마'(DRAMA)를 가창했다. 이후 VCR을 통해 그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평범한 일상을 나름 가지려고 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8년이란 시간을 지내왔다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시간을 허투루 써봤다. 결론만 말씀드리면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새로운 걸 시작하기 전 동기부여가 됐다. 그러면서 계속 되뇌게 된 단어가 '위버멘쉬'였다. 저에겐 주문 같은, 보호막 느낌이었다. 어렸을 때 가수를 동경해서 가수가 되고 싶었다. 꿈이 실현된 후에는 뭔가 공허하고, 새로운 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컴백이나 사람들을 만나게 될 때, 신경을 어디에 써야 할지 잘 몰랐을 거다. 혼자 많은 걸 해보면서 부딪쳐도 보고, 실패도 해봤다. 비로소 즐길 수 있게 되고 재밌어졌다. 순수함을 찾았다고 해야 할 듯싶다."

공연장이 암전되자, 관객들은 모두 슬로건을 들고 '테이크 미'를 불렀다. 한참 동안 가사를 흥얼거리던 순간, 지드래곤이 일명 토롯코(움직이는 무대) 위로 등장했다. 그는 응원봉을 형상화한 소품을 등에 멘 채 '디스 러브'(This Love)를 열창했다. 정규 1집 수록곡 '1년 정거장'은 그 시절 추억에 젖어들게 만들었다. 이어진 '아이빌롱투유'(IBELONGIIU)로 분위기가 한층 농익었다.

함께한 댄서들과 세션들을 소개하는 시간 역시 빠지지 않았다. 콘서트가 막을 내리는 듯했지만, 빅뱅 완전체의 '위 라이크 투 파티'(WE LIKE 2 PARTY)와 '눈물뿐인 바보'가 앙코르로 펼쳐졌다. '진짜 마지막 곡'은 오랜 시간 사랑받은 발라드 '무제(無題) (Untitled, 2014)'였다. 지드래곤은 바이크를 탄 채 플로어석을 돌며 팬들과 인사를 나눴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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