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김예슬PD는 존경하는 선배 나영석PD와 함께 넷플릭스에서 '케냐 간 세끼'를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해했다. 지난 2019년 방송된 '신서유기7'에서 이수근, 은지원, 규현 팀이 게임 우승 특권으로 케냐 기린 호텔 숙박권을 뽑은 이후 '케냐 간 세끼'가 세상에 공개되기까지 약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김예슬PD는 오랜 기간 기다려준 팬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했다.
김예슬PD가 연출을 맡은 넷플릭스 예능 '케냐 간 세끼'(작가 이우정·연출 나영석, 김예슬)는 믿고 보는 웃음 메이커 3인방 이수근, 은지원, 규현의 우당탕탕 아프리카 여행기다. 지난달 25일 첫 공개돼 2일 6편의 에피소드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케냐 간 세끼'는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 1위,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TV쇼 부문 5위를 비롯해 총 5개국에서 톱10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김 PD는 "글로벌 시청자를 타깃으로 했다기보다 오랜 기간 기다려 주신 분들의 니즈를 만족시켜보자는 생각으로 기획부터 제작까지 했던 프로그램인데, 비영어권에서 톱5에 들었다고 하니까 정말 감격스러웠다. 저희가 한국 전통적인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다 보니 글로벌에서 통할까란 의문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잘 나오니 뿌듯했다. 오랜 시간 기다려주신 분들을 타깃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케냐에서도 순위권에 오른 것에 "우리와의 접점이라고는 그냥 가서 촬영한 것밖에 없는데 이렇게도 되는구나 신기했다"고 전했다. 김 PD는 "저희 회사(에그이즈커밍)에서 많이 하는 게임들은 주로 한글 기반이거나 한국 문화나 정서가 들어간 게임들이 많다. 그래서 기획할 때 고민이 많았다"며 "글로벌에서 통했다고 생각하는 건 출연진 세 명의 케미 같다. 오랜 시간을 보내며 쌓아온 밀도 높은 관계성이 있다 보니 그들이 싸우고 티격태격하는 것만으로도 웃음 포인트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 부분들이 좀 어필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케냐는 국내 방송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신선한 여행지였다. 김 PD는 "출연자분들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처음에는 낯선 마음이 컸다. 그런데 막상 그곳에 가니 음식도 잘 맞고 마사이 마라에서는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울컥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 부분이 케냐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낯설지만 조금씩 동화되는 모습에서 케냐가 얼마나 좋고 매력적인 여행지인지 보여준 것 같다"고 전했다.
'케냐 간 세끼'는 그동안 '신서유기' 시리즈를 방영했던 tvN이 아닌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서 편성돼 많은 주목을 받았다. 김 PD는 에그이즈커밍과 넷플릭스의 협업에 대해 "평소 유튜브나 방송 콘텐츠는 찍는 것부터 내보내는 것까지 길어야 한 달 정도 걸린다. 반면 '케냐 간 세끼'는 장시간 걸리다 보니 새롭게 느껴질 정도였다"며 "과정이 이렇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서 검수나 검토를 많이 해 주시더라. 이런 부분이 저도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느꼈다. 저희 같은 경우는 주로 한국 시장을 겨냥하고 만들다 보니까 저희 내부에서만 검토를 하는데, 이제 해외 시장으로 넓혀가는 과정에서 해외 시청자들이 예민할 수 있는 부분이나 그것에 대한 잣대라든지 협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음악 저작권 문제로 인해 이수근이 흥얼거리는 노래가 방송에 나가지 못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PD는 "워낙 흥이 많으신 분들이라 여행을 하다가도 게임을 하다가도 노래를 부르신다. 그리고 저희 게임 중에 음악 퀴즈도 있는데 그게 좀 걱정이 됐다. 저희가 채널에서 방영할 때는 이미 계약돼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 편하게 쓸 수 있는데 OTT 같은 경우에는 곡 하나하나, 초수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다 보니까 좀 부담스럽더라. 덕분에 수근 선배님의 자작곡이 나오고 규현 선배님이 핸드폰을 잃어버린 자신의 심경을 담아 또 한 번 불러주셔서 웃음 포인트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김 PD가 생각하는 이수근, 은지원, 규현 각자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수근 선배님은 순발력이 진짜 좋으신 분이다. 저희가 밤늦게까지 사파리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까 조명이 켜져 있었는데 그 조명 불빛 때문에 날파리들이 엄청 많이 모였었다. 그런데 갑자기 수근 선배님이 '아낙수나문!'이라고 외치시더라. 되게 힘든 상황일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재치 있게 넘겨주시는 모습이 좋았다. 지원 선배님은 '은초딩'이라 하는데 사실 촬영 중간중간 쉴 때는 저한테도 '피곤하지는 않으시냐' 물어봐 주시고 열심히 하는 것에 대해 칭찬도 많이 해 주신다. 규현 선배님도 얼마 전에 촬영장에 오셔서 편집된 걸 보고서 '편집 잘했더라' 이런 얘기를 해 주셨다"며 "그런 부분들이 팀을 돈독하게 해주고, 하나로 뭉쳐서 굴러갈 수 있게 하는 게 되게 큰 장점이라고 느꼈다. 출연자로서의 장점뿐만이 아니라 이런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장점이 많은 분들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케냐 간 세끼'는 기존 '신서유기'의 정통성을 잇는 한편, 김 PD의 젊은 감각을 더한 방식으로 구성됐다. 김 PD는 "저희 회사에서 잘하는 바이블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며 "제 색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것도 좋지만 예를 들면 라떼를 만들 때 우유에 커피를 조금씩 붓듯이 이런 식으로 제 색깔을 표현하면 어떨까를 모토로 삼았다"고 자신만의 연출 색깔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다양하게 변주를 주고 싶었다. 게임도 그냥 세 명이서 하는 것보다는 출연자 외에 스태프들을 껴서 좀 더 다이내믹한 그림을 만들어봤고, 챗GPT를 통해서 결과물을 채점해 주면 새로운 감성으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조금씩 제 색깔을 넣어보려 했다"고 밝혔다.
나영석PD와 출연진 모두 익숙한 조합으로 했던 걸 또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 PD는 "쓴 소리도 많고 좋아해 주시는 분도 많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일단 이 프로그램의 시발점 자체가 워낙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다리시는 분들이 우선적으로 보고 싶은 그림이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오랜만에 만난 세 명이 진짜 잘하는 걸 보여주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계속 넷플릭스와 협업도 하고 저희가 또 다른 IP를 낼 때도 새로운 걸 하려는 시도도 당연히 해야겠지만 이 '케냐 간 세끼' 프로젝트만큼은 원하는 그림이 명확하고 우리가 잘하는 걸 해보자는 마인드로 만들었기 때문에 저는 기획 의도에 충실하게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즌2 제작에 대해서는 "아직 후속이 결정된 건 아니지만 넷플릭스와 이야기도 잘 되고 저희도 스케줄 조율도 잘 되고 해서 후속을 한다면 강호동 선배님이 오셔서 같이 즐기신다면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희끼리는 '어디 놀러 가보면 좋을 것 같다', '우리 셋이 또 여기 가보면 좋지 않겠냐' 이런 얘기를 많이 했다"며 "일단 비영어권에서 5위로 들어서 내부적으로는 다행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우리 회사가 어떻게 보면 관심을 많이 받는 회사이지 않나. 그래서 되게 다행이다, 우리가 그래도 열심히 한 만큼 성과가 있었구나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와의 이 기회를 발판 삼아 다음에도 더 좋은 협업을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김 PD는 올 한 해를 돌아보며 "해보지 못했던 걸 많이 해보는 배움의 기회가 많았던 한 해인 것 같다. 감개무량하게 이런 대형 OTT에도 제가 먼저 론칭해보고, 글로벌 시장에서 가져야 할 스탠스도 넷플릭스를 통해 많이 배울 수 있었고, 그리고 제가 팬이었던 분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하면서 웃고 즐기면서 프로그램을 할 수 있었다. 유종의 미를 거두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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