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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은 어디로 갔을까…'한복 입은 남자', 韓 넘어 세계로 [ST종합]
작성 : 2025년 12월 09일(화) 17:56

한복 입은 남자 포스터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과 세계적인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만남. 기발한 상상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한복 입은 남자'가 창작 공연의 새로운 판도를 연다.

9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행사에는 배우 박은태, 신성록 등이 참석했다.

'한복 입은 남자'는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방송국 PD 진석이 자료 조사를 하던 중 이탈리아 유학생 엘레나에게 오래된 비망록 한 권을 건네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신분의 한계를 넘어 꿈을 향해 나아간 인물 장영실을 다룬다.

유럽 뮤지컬의 무대 미학과 한국적인 정서를 아우르는 동시에 조선과 이탈리아, 현대와 과거를 넘나드는 시공간적 구조를 사용했다. 아울러 모든 배역을 1인 2역으로 구성해 마치 전혀 다른 두 공연을 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한복 입은 남자 포스터 박은태 신성록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장영실의 이야기, 세계로 뻗어나가다

엄홍현 총괄 프로듀서는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한 작품을 올리기까지 보통 7년 정도 소요되는 것 같다. 주로 유럽 뮤지컬을 해왔는데, 다빈치의 이야기로 뮤지컬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우리나라에도 다빈치만큼 훌륭한 과학자 장영실이 있다'는 이야기를 던져주신 분이 계셨다.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게 원칙이었는데, 코로나19 당시 집에 혼자 있던 날 갑자기 그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읽고 나서 스스로에게 정말 부끄러웠고, 충격이기도 했다. 과연 내가 다빈치보다 장영실을 알고 있을까, 그분은 어디로 사라지셨을까 싶었다. 바로 전화를 돌려 개발 중이던 모든 작품을 스톱했다. 1막이 '그분을 아시냐, 꼭 알아달라'라면, 2막에선 아무도 말하지 못했던 그분만의 속마음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고 싶었다."

한국의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습에 대한 의견도 전했다. "갑자기 아카데미에서 '기생충'이 상을 받고,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걸 봤다. 흐름이 바뀐 것 같다. 계획해서 장영실 이야기를 한 건 아닌데, 소재 자체에 조선과 다빈치의 이야기가 있었다. 이 작품이라면 '우리 역사에 이런 분이 있어'라고 할 때 흥미롭게 느끼지 않을까 싶었다. 이번에 영어, 중국어, 일본어 자막기도 설치했다."

원작 소설을 뮤지컬화하는 과정에서의 노력도 엿보였다. 권은아 연출은 "고민이 많았는데, 첫 번째는 다빈치였다. 장영실이 다빈치를 만났다는 설정은 굉장히 기발하고 참신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떤 분들껜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다고 느꼈다. 다빈치는 누구나 인정하는, 범접할 수 없는 천재지 않나. 장영실이 그를 만났든 안 만났든 업적에 큰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장영실이 죽을 고비를 넘기며 유럽에 도착해,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만나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에서 의미를 찾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소설 내용이 굉장히 방대한데, 인물이 굉장한 승리를 거두진 않는다. 나 또한 소위 말하는 '매운맛'과 도파민에 중독된 어른이 됐구나 싶었다. '성공의 요소를 충족시킨 사람들은 극소수고 그들 모두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호언장담할 순 없을 텐데, 그럼 대다수의 사람들은 실패한 삶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깨달음과 평안을 얻은 장영실의 모습처럼. 삶의 행복을 사회가 정한 성공의 기준에 둬선 안 되겠다는 마음이 굳어졌다. 관객분들께 강요하는 것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감성을 전하기 위해 음악에도 공을 들였다. 이성준 음악감독은 "우리가 초등학생 시절부터 민요를 배우지 않나. 다양한 장면에서 태평소나 꽹과리를 썼다. 밀양아리랑을 인용하기도 했다. 가장 한국적인 부분들을 융합하는 작업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한복 입은 남자 박은태 신성록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韓 이야기 다룬 창작 뮤지컬…새로운 기회 됐다

영실·강배 1인 2역은 베테랑 배우 박은태가 담당했다. 박은태는 작품을 선택한 계기로 프로듀서, 연출, 음악감독에 대한 신뢰를 꼽았다. "창작 뮤지컬이라 처음 받은 대본과 지금의 대본이 완전히 달라 그걸 믿진 않았다"던 그는 "많이 힘들 것 같았지만 기우였다. 너무나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제가 '프랑켄슈타인' 당시 샤워하면서 울었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똑같이 울었다. 혼자 남아 넘버를 부르는데, 역사적 사실이 아닌 픽션이지만 어릴 때 부모님과 헤어지는 아이의 마음, 군대 가기 전날의 마음 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감정이 들었다"며 "정말 장영실이 이탈리아 어느 먼 곳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상상하면 가슴이 아프더라. 장영실과 다빈치라는 두 거장의 만남도 그렇지만, 이 작품의 매력은 인물에게 공감할 수 있는 요소인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극 중 세종·진석 역을 맡은 신성록은 "우리나라의 소재로 뮤지컬을 만든다는 게 굉장히 궁금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동안 많은 해외 작품의 인물들을 맡아봤지만, 세종이란 역을 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창작 뮤지컬인 만큼 연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 나가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어떤 작품보다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아이들,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이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명나라와의 정치적 상황 등에 있어 백성을 구해내지 못한 세종의 마음이 많이 다뤄진다. 제가 느끼기에 백성을 구할 수 있는, 세종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빛나는 별'은 장영실이었던 것 같다. 함께 길을 갈 수 있는 든든한 지원자였지 않나 싶다"는 생각을 덧붙였다.

또한 퀵체인지에 대해 언급, "시간이 많이 없다. 헤어스타일을 직접 바꾸지 못하고 가발로 가시는 분들도 있다. 3~40초가량의 시간에 여러 스태프분들이 한 번에 제게 달려드셔서 바로 다음 장면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보시는 분들께서 최대한 이질감이 없게끔 노력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복 입은 남자'는 지난 2일 막을 올렸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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