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포츠
포토
스투툰
[10구단 헬로 이방인①]한화 모건, 데이비스·피에의 길을 따르라
작성 : 2015년 02월 09일(월) 15:54

한화 이글스 정근우(33)와 장난을 주고받고 있는 나이저 모건(35·왼쪽) / 한화 제공

[스포츠투데이 오대진 기자]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지난 시즌 준수한 활약을 펼친 외국인 외야수 펠릭스 피에(30)를 뒤로 하고 '베테랑' 외야수 나이저 모건(35)을 새 식구로 들였다.

당초 한화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피에와의 재계약에 무게감이 쏠린 상황이었지만, 최종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지난 시즌 타율 0.326 17홈런 92타점 9도루로 맹활약한 피에는 한화 구단이 책정한 연봉보다 많은 연봉을 요구했고, 끝내 계약조건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한화 팬들로서는 피에와의 재계약 실패에 아쉬움이 남았지만, 구단은 이미 대체자원을 물색한 모습이었다. 한화는 지난해 12월8일 피에와의 협상 결렬 4일 후인 12일, 새 용병 모건과의 계약을 발표했다. 총액 70만 달러 계약으로 계약금과 연봉은 각각 15만 달러와 55만 달러다.

한화의 새 용병 영입 발표 후, 피에와 모건의 비교가 화제가 됐다. 두 선수 모두 호타준족 스타일로 빠른 발과 넓은 외야 수비, 수준급 타격 능력이 비교가 됐다. 여기에 '악동 이미지' 또한 비슷했다.

모건은 피에에 앞서 한화의 레전드 외인타자로 불린 제이 데이비스와도 닮아 있다. 역시 '악동'으로 불렸던 데이비스는 지난 1999년부터 2006년까지(2003년 제외) 7시즌 동안 총 836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3 167홈런 591타점 108도루로 맹활약하며 한화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이끌었다. 입단 첫 해인 1999년에는 한화 첫 우승의 주역이기도 했다.

데이비스와 피에를 추억하는 한화 구단과 팬들은 모건이 그 이상의 활약을 해주길 바란다. 모건은 적어도 '이름값'에서는 기대를 충족시킨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모건은 워싱턴 주 왈라왈라 대학 출신으로 2002년 미국 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33라운드로 입단해 2007년 9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180㎝ 80㎏의 다부진 체격을 자랑하는 모건은 좌투좌타자로 컨택 능력과 선구안이 장점으로 꼽히며, 경기 운영 센스와 주력도 뛰어난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59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2 550안타 136타점 12홈런 도루 120개를 기록했다. 2013년에는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 요코하마DeNA 베이스타스 소속으로 10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4 109안타 11홈런 50타점으로 활약했다.

메이저리그 무대 뿐 아니라 일본 무대까지 경험한 모건은 타 외인 선수들보다 국내 적응이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와 계약을 마친 모건은 "먼저 나에게 관심을 가져준 한화 구단에 감사드린다"며 "두 번째로 아시아에 진출하는 만큼 더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고 짧지만 자신감 넘치는 소감을 밝혔다.

한화 이글스 나이저 모건(35·오른쪽) 김성근 감독(73)이 지켜보는 가운데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 한화 제공


그러나 첫 행보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지난달 25일 새 외국인투수 쉐인 유먼(36)-미치 탈보트(32)와 함께 한화의 전지훈련지인 일본 고치에 합류한 모건은 "올 시즌이 너무 기대된다. 구단과 팬들을 모두 즐겁게 할 수 있는 야구를 펼치겠다"고 캠프 합류 소감을 전했지만, 지난 2일 홀로 한국으로 넘어왔다.

한화 김성근 감독(73)은 모건이 훈련을 소화할 몸이 아니라고 판단해 2군 선수들이 훈련 중인 서산구장행을 결정했다.

8개월간의 공백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모건의 마지막 실전 경기는 지난해 5월16일(한국시간) 치른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이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으로 출전한 모건은 수비 도중 무릎 부상을 당해 시즌을 마무리했고, 이후 실전 경기를 갖지 못했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김성근 감독님이 모건을 두고 '예의 바르고 태도가 좋다'고 평하셨다"며 "스프링캠프 훈련이 워낙 힘든 훈련이다. 모건 뿐 아니라 몸 상태가 100%가 아닌 선수는 감독님이 재활캠프나 서산캠프를 통해 몸 상태를 끌어올린 후 합류를 지시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모건은 아직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아 서산에서 이정훈 감독(52)과 일대일 훈련을 진행 중이다. 김성근 감독님이 이정훈 감독에게 매일 보고를 받고 있고, 몸 상태가 순조롭게 올라올 경우 오는 15일 2차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 경력만 놓고 본다면, 모건은 국내 프로야구에 등장한 외인타자들 중 단연 손에 꼽히는 경력을 자랑한다. 다만, 지난 시즌 SK 와이번스의 루크 스캇의 경우에서 보듯이 메이저리그 경력과 국내 프로야구에서의 활약은 반비례 하는 경우도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135홈런을 기록한 스캇은 지난 시즌 3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7 28안타 6홈런 17타점 17득점을 기록한 뒤, 항명 사태로 국내 무대를 떠났다.

'야신' 김성근 감독을 시작으로, 'FA 3인방' 배영수(34)-권혁(32)-송은범(31), '외인 3인방' 유먼-탈보트-모건까지, 한화는 공격적인 행보로 최근 굳어진 '꼴찌'의 오명을 벗겠다는 각오다. 모든 선수들의 활약이 필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외국인 선수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지난 시즌 피에가 한화에서 보여준 에너지는 '최하위' 한화에도 신선한 바람이었다.

첫 단추가 매끄럽게 꿰지진 않았다. 남은 스프링캠프기간 동안의 꾸준하고 성실한 노력이 모건에겐 필요하다.

모건의 올 시즌 성적이 데이비스와 피에에 가까울지, 스캇에 가까울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오대진 기자 saramadj@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
스투 주요뉴스
최신 뉴스
포토 뉴스

기사 목록

스포츠투데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