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지난해 11월 소속사 어도어와의 전속 계약 무효와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와의 합승을 선언하며 어도어 및 모회사 하이브와 법정 투쟁을 벌여 온 걸 그룹 뉴진스가 1심 패소 이후 복귀를 선언했지만 2 대 3 구조가 형성되는가 하면 민 전 대표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며 또 다른 정국을 형성하고 있다. 과연 뉴진스는 완전체 복귀가 가능한 것일까?
민 전 대표는 지난 15일 노영희 변호사를 통해 "처음부터 다섯을 놓고 그림을 만들었다. 외모, 소리, 색, 스타일, 동선까지 모두 다섯 명을 전제로 설계된 구조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열광했고 그래서 하나의 형태가 완성됐다. 뉴진스는 다섯일 때 비로소 꽉 찬다. 각자의 색과 소리가 맞물려 하나의 완전한 모양이 된다. 이제 돌아온 이상 이 다섯은 귀하게 여겨져야 한다. 불필요한 분란과 해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본질은 나를 겨냥한 것이지만 그 과정에 아이들을 끌어들이지 말길.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하고,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뉴진스는 다섯일 때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노 변호사는 또 "민 전 대표가 어도어가 왜 2 대 3 구조를 만들었는지 의아해했다"고 부연했다. 어도어는 지난 12일 오후 해린과 혜인의 복귀를 알리며 적극적인 후원을 약속했다. 그로부터 약 1시간 뒤 다니엘, 하니, 민지가 어도어가 아닌, 법무법인을 통해 어도어에 복귀한다고 알렸다. 그러나 어도어는 환영의 뜻 없이 '확인 중'이라고만 전했다.
그리고 5~6일이 흘렀음에도 어도어는 3명의 멤버의 복귀에 대한 입장이 없다. 민 전 대표는 그런 애매모호한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전원 어도어 복귀를 선언한 뉴진스에 대해서도, 그런 뉴진스를 '무조건적으로' 응원하는 민 전 대표에 대해서도 여론은 곱지 않다. 왜 그런 것일까? 어디서부터,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타임머신을 타고 6년 전으로 되돌아가 보자. 민 전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를 퇴사한 뒤 2019년 7월 1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레이블의 걸그룹 론칭 담당 및 브랜드 총괄 임원 자격으로 방시혁 사단에 합류했다. 방 의장은 2021년 어도어를 설립하고 민희진을 대표 이사 자리에 앉혀 뉴진스 론칭의 총지휘를 맡겼고, 민 전 대표는 보란 듯이 성공했다.
민 전 대표의 기획 능력은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그동안 멤버 다섯 명이 하이브라는 공룡과 방시혁이라는 거물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민 전 대표를 추종한 것만 보더라도 뉴진스의 민 전 대표에 대한 신뢰도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민 전 대표는 프로듀서이지 크리에이터는 아니다. 기획자와 창작자는 다르다. 민 전 대표의 첫 번째 착각이다.
뉴진스와 방시혁에 대해 유튜브를 통해 따뜻한 위로와 따끔한 충고를 마다하지 않는 윤일상이나 JYP의 수장 박진영을 비교해 보면 답이 나온다. 두 사람은 직접 작사, 작곡, 편곡, 연주, 기획 등 창작과 제작의 모든 플레이를 해낸다. 완벽한 프로듀서다. 그러나 민 전 대표는 음반의 색깔, 안무의 스타일, 팀의 이미지, 세계관 등을 기획하는 사람이다.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이 박진영과 다른 이유는 창작에서 그만큼 발군의 기량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 전 대표는 양현석만큼의 기획력을 갖추었는가? 만약 그녀가 SM이나 하이브가 아닌, 중소 기획사에 근무했다면 레드벨벳이나 뉴진스를 만들 수 있었을까? 하이브의 전폭적인 경제적 지원과 그 존재감의 배경 등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이브는 국내 연예 기획사 중 유일하게 재벌 기업으로 인정받은 메이저 스튜디오다. 이는 한두 명의 천재가 조직을 이끄는 게 아니라 거대하고 탄탄한 시스템이 강점이라는 뜻이다. 즉 방시혁이 없어도 잘 돌아가는 유기체에 다름없다는 의미다. 하이브가 반항하는 민 전 대표에게 눈곱만큼의 미련도 두지 않고 강등시킬 수 있었던 배경이다. 바로 조직력.
물론 비틀스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위대한 록 밴드에게도 고 조지 마틴이라는 훌륭한 프로듀서가 있었다. 그러나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라는 유니크한 창작 콤비가 없었더라면 조지 마틴이 이런 위대한 밴드를 만들 수 있었을까? 민 전 대표는 하이브의 배경과 지원을 무시한 채 오로지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민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기자회견을 열고 하아브와의 전면전을 선언했는데 그전부터 방시혁을 무시하거나 거리를 두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던 것을 잊고 있을까? 그녀가 두 번의 기자회견으로 독립군 행세를 하는 가운데 뉴진스 멤버들 역시 노골적으로 그녀의 편에 서서 싸울 것을 천명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의 전속 계약 무효 선언은 그 총합이다.
지금까지의 분쟁 과정에서 뉴진스를 끌어들인 사람이 민 전 대표가 아니라면 방시혁이라는 말인가? 뉴진스는 분명히 민 전 대표와 함께하겠다고 공언했고 그녀와 행보를 맞추었다. 도대체 '어른들' 싸움에 '아이들'을 끌어들인 장본인이 누구라는 말인가? 대관절 '아이들을 보호하지 않고 이용한' 주인공은 누구라는 말인가?
해린과 혜인, 그리고 어도어 역시 입장을 확실하게 하여야 한다. 뉴진스 사태의 피해자는 하이브와 어도어 주주 및 임직원, 그리고 뉴진스, 아일릿, 르세라핌과 그들의 팬들이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내부적으로 해결하면 된다. 한 그룹 소속 및 주주들이니 서로 사과하고 위로하면 된다. 그러나 상처받고 속상했던 팬들은 달리 치유해 주어야 한다.
어도어, 해린, 혜인은 먼저 자신들의 팬들에게 사과하면서 봉사하는 활동을 약속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다음은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어도어를 이탈하면서 부정적으로 거론한 아일릿과 르세라핌 그리고 그로 인해 상처받은 그녀들의 팬들에게 고개를 조아렸어야 마땅한 순서였다.
현재까지의 그림으로 보면 해린과 혜인은 백기 투항이다. '헤어질 결심'을 철회하고 어도어의 정책에 순응해 착실하게 활동을 속개하겠다는 뜻이다. 어도어 역시 그녀들의 자세에서 진심을 읽은 것으로 보인다. '활동을 전적으로 지원하겠다'라는 약속의 행간에 그런 뜻이 충분히 담겨 있다.
그렇다면 다니엘, 하니, 민지에 대해서는 왜 아직 '확인 중'일까? 항간에는 세 명이 아직도 민 전 대표 복귀라는 기존의 고집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어도어가 선뜻 세 명의 손을 잡아 주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 않더라도 어도어로서 납득하기 힘든 옵션을 제시하는 분위기는 맞는 듯하다.
뉴진스는 지난해 민 전 대표와 하이브의 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제 두 명은 완전히 발을 뺐고, 세 명은 한 발을 뗐다. 그러자 이번에는 민 전 대표가 '뉴진스는 내가 만든 5명의 구성이 완벽한 모양새인데 어도어는 왜 2 대 3 구조를 만드는가?'라는 식으로 참견하고 있다. 싸움에 참여시킬 때는 언제고, 이제 남의 집안일에 관여하는 것일까?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 K-팝 팬들은 이미 피프티 피프티를 통해 유사한 사례를 목도한 바 있다. 멤버 4명이 소속사 어트랙트와의 전속 계약 무효를 주장하며 이탈하면서 법적 분쟁이 시작됐고, 결국 어트랙트가 승소했으며 멤버 중 키나가 백기 투항했다. 어트랙트는 나머지 세 명을 해고한 뒤 4명의 새 멤버를 보강해 피프티 피프티 2기를 출범시켰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