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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죽였다' 전소니가 곧 설득력이 되는 순간 [인터뷰]
작성 : 2025년 11월 18일(화) 09:15

당신이 죽였다 전소니 / 사진=넷플릭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은수로 살면서 간절한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혹여 실수하진 않을까, 오해를 불러일으키진 않을까 걱정도 들었지만 우리와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죠. 어떤 이야기를 하든 쉬운 건 없는 것 같아요. 그저 최대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인물을 대하고, 시간을 쏟고, 연기할 타당성을 찾을 뿐입니다".

배우 전소니가 표현한 '조은수'는 담대하고, 따뜻하고, 능동적이었다. 스스로를 옭아맨 두려움을 깨부순 조은수, 충동적일 수 있던 선택을 확신으로 바꾼 조은수, 세상 그 누구보다 강했던 조은수. 이 모든 문장은 인물을 이해하려 했던 전소니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지난 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는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살인을 결심한 두 여자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일본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를 원작으로 했다.

극 중 백화점 명품관 VIP 전담팀 대리이자 가정폭력의 간접적 피해자인 조은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전소니. "사실 출연을 하게 될지 모르고 원작을 먼저 읽었다. 어렵기보단 재밌다는 생각이 컸다.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지더라. 시간이 흘러 대본을 받고 어디서 본 것 같다 싶더라니 그 책이 맞았다. 시청자들에게 잔상 같은 이야기로 남았으면 했다. 지금의 나와 상관이 없더라도, 한 번쯤 스스로를 대입해서 생각하고 얻어갈 수 있는 게 있다고 판단했다"며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가정폭력'이라는 쉽지 않은 소재를 다룬 만큼 큰 용기가 필요했을 터. "배우로서의 자아론 어려운 이야기를 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던 그는 "어떻게 전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내용에 동의해줄까보단 나부터 인물에게 당당해지고, 미안해하지 않는 게 우선이다.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되짚는다. 혼자선 잘 안 되는 일이 여러 사람과 같이 할 땐 가능해지기도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조은수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직장인이면서 우연찮은 일로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는 인물이다. 전소니는 그런 조은수를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을까. "사회생활을 하면서 체득한 부분들이 은연중에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위 '낄끼빠빠'(낄 땐 끼고 빠질 땐 빠진다)라고 하지 않나. 고객이 원할 땐 듣고 싶은 말을 해주고, 빠져줬으면 할 땐 조용히 사라지는 걸 많이 해왔을 것 같았다. 진사장에게도 두려움이 들 순 있지만 밀리진 않는 사람이길 바랐다. 그러면서 언젠가 엄마를 구해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았겠다 싶더라. 곁에 있는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에 대한 무력감, 죄책감 등이 행동을 촉발시키는 모습을 그리려 했다."

강해지고 싶은 열망을 가진 은수였기에 주짓수를 배우는 노력도 필요했다. "장면을 해낼 수 있을 만큼은 되고자 연습을 열심히 했다. 굉장히 힘들더라. 주짓수가 타인과 가까이 붙어 질질 끌면서 승부를 내는 운동이지 않나. 하다 보면 합이 깔끔하게 떨어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대역을 쓰기 어렵겠다는 걸 느껴서 제가 하려고 노력했다. 결국 혼자 다 소화했다."

당신이 죽였다 전소니 / 사진=넷플릭스


원작에서 여성이었던 진소백(이무생) 역은 드라마에서 남성으로 각색됐다. 전소니는 이와 관련 "진 사장은 은수와 희수가 상황을 타파하고 나아가는 데 그림자가 돼주는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사건에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더라도 내 고통과 닮아있다 느끼고 힘이 돼주고 싶다는 마음을 보여준 게 아닐까. 은수와 희수는 여성이지만,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은 사람은 여성과 남성 모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로 작가님께서 성별을 바꾸신 거라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저희가 원작에 대해선 크게 얘길 나누지 않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살해 신'이었다. 조은수는 남편 노진표(장승조)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절친 조희수(이유미)와 합세해 그를 죽이고 만다. "누가 봐도 중요한 장면이라 준비하면서 많이 초조했다. 촬영이 오래 걸리진 않았는데, 롱 테이크라 통째로 여러 번을 반복해야 했다. 러닝타임 자체가 길다 보니 테이크를 한 번만 가도 기진맥진해졌다. 그래도 스트레스를 받고 계실 시청자분들께 두 사람의 과감함을 보여주고 싶어 욕심내서 한 번 더 찍고 그랬다"고 떠올렸다.

노진표의 여동생이자 조희수의 가정폭력 피해를 알고도 묵인하는 노진영(이호정)과의 대치 장면도 백미였다. "두 사람이 말싸움을 하다 진영이 은수의 얼굴에 침을 퉤 뱉는다. 이건 원래부터 대본에 있던 설정이었다. 촬영 당일 그 장면이 정말 무서우면서도 기대됐다.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며 "연습을 굉장히 많이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로 촬영에 들어갔다. 그런데 호정 씨가 침 뱉는 걸 정말 잘하더라. 제가 장난으로 '알파카 같다'는 말까지 했다. 한 두세 번 만에 촬영이 끝났다. 물을 머금거나 한 게 아니고, 진짜 침이었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누가 뭐래도 등장인물 중 가장 나쁜 사람은 노진영 같다. 방관하는 걸 넘어 본인은 떨어져서 안락하게 살고, 희수의 아픔을 자신의 이익에 이용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덧붙였다.

함께한 배우들과의 이야기에서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지기도 했다. "다들 포근하고 다정다감한 스타일이다. 서로 사소한 일상 얘기를 많이 나누며 지냈다. 유미 씨는 되게 에너제틱한 사람이라 힘도 넘치고, 항상 밝고 통통 튀었다. 은수와 희수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거나 고민될 때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사이였다. 극 중 희수에게 '이제 괜찮아'라는 대사를 치는데 눈물이 너무 나더라. 갑자기 울어서 감독님께 '이렇게 울면 안 되는 거죠?'라고 여쭸는데, 오히려 '은수에게 희수가 얼마나 큰 존재인지 실감이 났다'고 해주셨다."

살벌한 연기를 펼친 장승조의 실제 모습은 인물과 전혀 달랐단다. "촬영장에 멘탈 케어를 위한 상담사 선생님이 계셨다. 희수 역을 연기하다 힘들 때 찾으라고 상주하신 분이었는데, 실제론 승조 선배가 제일 많이 찾아가셨다. 원래는 그렇게 유약한 분이시다. 오히려 드라마 속 역할과 거리가 멀어서 그런 연기를 하실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당신이 죽였다 전소니 / 사진=넷플릭스


서로의 구원이 되기로 한 두 인물의 선택은 처절했지만,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소니는 "사람이 항상 최선의 선택만 할 순 없는 것 같다. 궁지에 몰려서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당장 그 상황을 벗어날 방법이 왜 없었을까가 야속할 뿐"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이어 "직접 움직이지도 않는 내가 희수에게 무언갈 시도해보라고 얘기하는 게 무책임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설득력은 대본에 충분히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일부러 은수와 희수의 시점을 나눠서 보여준 게 아닐까 싶다"며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머리로는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실망도 하고 상처도 받긴 한다. 연기를 하면서 내가 하는 말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후반부 잘못을 담담히 인정하는 법정 신은 모두를 먹먹하게 만들기도 했다. "메시지가 담긴 중요한 대사이기에 잘해내고 싶었다. 그럴 때일수록 욕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사실 작품을 하면서 원대한 꿈을 가지진 않는다. 다만 똑같은 일상을 살더라도 전엔 못 보고 지나친 것을 발견한다던지,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출소 후 두 사람은 진소백과 베트남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당시 금발로 등장한 전소니는 "은수의 달라진 심리를 보여줌에 있어 어떤 선택이 효과적일지 감독님과 고민했다. 노란 머리의 내 모습이 되게 낯설더라. 놀 줄 아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웃음). 하필 베트남에서 돌아오자마자 넷플릭스 '멜로무비' 제작발표회에 가야 했다. 가발로 숨겨볼까 싶었지만 너무 티가 나서 다시 염색을 했다. 결국 금발로는 제대로 나가보지도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소니가 꼽은 '당신이 죽였다'의 관전 포인트는 '음악'과 '빠른 템포'였다. "음악을 다채롭게 활용해서 보는 동안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은 힘들 수 있지만 사건이 일어나고 그로부터 도망치고, 또 잡히면서 템포도 확확 바뀌지 않나. 쉼 없이 일어나는 변화들이 드라마를 계속해서 보고 싶게 만드는 것 같다."

작품이 '가정폭력'에 관한 이야기로만 치부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전했다. "내 힘으로 도망칠 수 없던 곳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하는 이야기 같다. 정확히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단순히 재미로만 끝나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지난해 '기생수: 더 그레이'를 시작으로 '멜로무비' '당신이 죽였다', 차기작 '기리고'까지 넷플릭스 작품만 연달아 네 개를 선보이게 된 전소니. 그는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 인연이 참 신기하다. '넷플릭스의 딸, 아들'은 너무 많아서 새로운 걸 생각해보려 했는데 잘 떠오르질 않는다. '넷플릭스의 애착인형'이 되고 싶다고 해야 하나. 뭐가 됐든 최대한 쉬지 않고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고 유쾌하게 다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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