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강태구 기자] 일본전서 좋은 투구를 보인 정우주가 의욕을 불태웠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17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귀국했다.
대표팀은 지난 16일과 17일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 대표팀과의 평가전을 마쳤다. 1차전에선 일본에 4-11로 패배했고, 2차전에선 9회말 2아웃에서 김주원의 극적 동점포가 나오면서 7-7로 비겼다.
이번 평가전에서 대표팀은 마운드의 불안감은 지우지 못했고, 결국 숙제로 남게 됐다.
그럼에도 빛은 보였다. 2차전 선발 투수였던 정우주가 3이닝 무피안타 4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하면서 희망의 불씨를 보여줬다.
귀국 후 정우주는 "도쿄돔이 워낙 크기도 하고, 관중수가 너무 많아서 압도되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팬분들도 많이 와주셔서 좋은 기운을 받고 던졌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마운드에서 보완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 느꼈다. 어떤 방향으로 준비하면 좋을 지 깨달은 것 같다"고 의욕을 보였다.
사실 정우주는 올해 프로에 데뷔한 신인 중에 신인이다. 그런 신인 선수가 대표팀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는 것은 엄청난 책임감과 부담감이 동반할 수밖에 없다.
그는 "고척에서 일본 넘어갈 때 선발 소식을 들었다. 듣는 순간부터 긴장이 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일본에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그 선수들한테 압도당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압도하자고 마음 속으로 다짐했는데, 그게 결과로도 잘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위기는 있었다. 정우주는 2회초 1사 2, 3루 위기를 맞이했으나 2루수 직선타와 삼진으로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정우주는 "사실 그 위기를 제가 자초한거라서 제가 어떻게든 막고 싶었다. 거기서 막으면 분위기가 다시 올 수 있었기에 이 악물고 던졌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장 만족스러운 투구에 대해선 "2, 3루에서 삼진을 잡았을 때다. 원래 슬라이더를 몸 쪽으로 잘 못 던지는데, 그때는 저도 모르게 던졌던 것 같다. 그 공이 가장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번 경기를 통해 정우주를 '차세대 일본 킬러'라고 부르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그는 "아직은 너무 큰 수식어 같다. 이제 첫 국제 대회 경험이라서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할 것 같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번 경기로 정우주는 자신의 가치를 확실히 입증했고, 내년 열릴 WBC에서도 모습을 보일 것이 유력해 보인다.
정우주는 "우선 승선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 것 같다. 사실 제 공에 대한 자신감은 계속 있었지만, 사실 검증이 안돼서 될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이번 계기로 좀 더 믿음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데뷔한 정우주는 곧장 한화 이글스의 필승조로 활약했고, 한국시리즈까지 경험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접했다.
그는 "1년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는데, 너무 인상 깊은 해였던 것 같다. 사실 이정도의 임팩트가 있는 해는 다시 안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웃었다.
이번 평가전은 WBC를 대비해 KBO리그 내에서 사용했던 자동투구판독시스템(ABS)가 적용되지 않았고, 투수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정우주는 "ABS 존 있었을 때는 하이볼이 장점이라서 그걸로 위주로 갔는데, 아무래도 심판 분들이 판단하는 것이기에 좀 더 낮게 던지려고 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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