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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최초의 여성 주심, 수준이 왜 이래?…WBC 또 다른 숙제는 '오심 극복' [ST스페셜]
작성 : 2025년 11월 15일(토) 23:44

파월 주심 / 사진=Gettyimages 제공

[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메이저리그(MLB) 소속 주심의 오심이 한일전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한국은 15일 오후 6시 30분(한국시각)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5 K-베이스볼 시리즈 평가전 일본과 1차전에서 4-11로 크게 졌다.

이날 패배로 한국 야구는 한일전 10연패 수렁에 빠졌다. 한국이 일본을 야구로 꺾은 건 지난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준결승이 마지막이다. 한국은 이 경기 이후 이날까지 일본과 10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졌다.

그러나 야구 팬들의 시선은 '10연패'가 아닌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쏠렸다.

논란의 장면은 5회에 나왔다. 3-3으로 팽팽하게 맞선 5회초 선두타자 문현빈이 바뀐 투수 마츠모토 유키를 상대로 투수 방면 강습 타구를 만들었다. 이 타구는 마운드 부근을 강타한 뒤 1루 파울 지역으로 튀어 올랐고, 1루수 사사키 다이의 글러브로 들어갔다.

이미 1루 베이스를 밟은 문현빈의 내야 안타가 예상되는 상황. 그러나 젠 파월 주심은 안타가 아닌 아웃을 선언했다. 타구가 투수 발을 맞고 1루로 향했다는 판정이었다.

느린 중계 화면에선 흙이 튈 정도로 명백하게 그라운드를 맞은 타구로 보였으나, 4심 합의 후에도 원심이 유지됐다. 이에 류지현 감독이 박차고 나와 강하게 항의했지만 끝내 번복되지 않았다.

비디오 판독도 거부됐다. 이번 평가전에선 피디오 판독 요청이 가능하지만, 내야에서 수비수가 처리한 타구의 포구 여부는 판독 대상에서 제외된다.

내야 안타로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주자를 잃었고, 후속타자 김주원과 박해민도 범타로 물러나며 허무하게 이닝을 마쳤다.

이어진 5회말에도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5회말 선두타자 노무라 이사미의 타구가 도쿄돔 천장을 맞고 1루 관중석 방향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주심은 파울 지역으로 떨어진 타구를 2루타로 선언했다. 이에 노무라는 2루에 안착했지만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신민재를 비롯해 주변으로 모인 한국 선수들 역시 이해가 안 간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다행히 4심 합의 끝에 파울 타구로 판정이 됐다. 그러나 연속된 오심과 지연된 경기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무사 1, 2루 위기에 몰린 한국은 이호성이 대타 기시다 유키노리에게 3점포를 맞으며 3-6 역전을 허용했고, 이어진 무사 만루에선 바뀐 투수 성영탁이 연속 적시타를 내주며 3실점했다.

스트라이크 존도 경기 내내 일정하지 않았다. 많은 팬들이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가 그립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일본이 대거 6점을 올리며 빅이닝을 완성한 5회말 존은 특히 가관이었다. 먼저 마운드에 올라온 김택연은 선두타자 노무라 이사미에게 7구째 볼넷을 내줬다. 파월 주심은 1구 헛스윙, 2구 볼, 3구 스트라이크, 4~5구 볼, 6구 파울, 7구 볼을 선언했다. 그러나 중계 화면에는 김택연이 던진 모든 공이 존을 통과한 것으로 나왔다.

마운드를 이어 받은 이호성은 기시다에게 홈런을 맞은 뒤 이시가미 다이키를 상대했다. 심판의 판정 상 이호성은 이시가미에게 5구를 던지며 스트라이크 하나, 볼 4개로 볼넷을 내줬다. 그러나 중계 화면에선 이호성이 투구한 5개의 공이 모두 존 안에 형성됐다. 이시가미를 내보낸 뒤 이호성은 계속해서 흔들렸고, 고조노에게 안타, 니시카와에게 사구를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성영탁도 마찬가지였다. 무사 만루 위기 상황에 등판한 성영탁은 첫 타자 사카모토 세이시로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파월 주심의 판정에 따르면 성영탁은 1구 스트라이크, 2~4구 볼, 5구 파울로 이어진 풀카운트에서 6구째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성영탁의 1~4구 역시 모두 스트라이크 존에 걸쳤다.

이번 일본과 2연전은 내년 3월 열리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대비하기 위한 모의고사 성격을 지닌다. 대표팀은 선수단의 합을 맞추고, 본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있는 상대의 전력을 미리 점검하며 대회를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순수 경기력이 아닌 외적 요인으로 흐름이 좌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국제 대회에 참여하는 모든 팀에 해당된다.

선수단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드러났다. 이번 대표팀은 대부분 20대 초반의 역대 가장 어린 구성으로 꾸려졌다. 태극마크를 처음 다는 선수들도 많다. 아직 국제 대회 경험이 적은 선수들은 위기 상황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불리한 판정이나 변수가 생기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번 평가전과 내년 WBC, KBO리그의 가장 큰 차이는 ABS 시스템 도입 여부다. KBO리그에선 ABS로 투구 판정을 하는 반면, WBC는 심판이 직접 판정을 내린다. 따라서 한국 대표팀은 기계가 아닌 사람의 판정한다는 생각을 갖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한편 초청을 받아 이번 평가전에 합류한 파월 주심은 MLB 15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심판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지난 8월 10일 마이애미 말린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1루심으로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고, 2차전에선 3루심으로 나섰다. 11일 경기에선 사상 첫 여성 주심을 맡으며 MLB 역사에 이정표를 세웠다.

[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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