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범죄도시2'의 실제 모티브가 된 필리핀 한인 연쇄 납치·살인 사건의 주범 최세용의 편지가 공개됐다. 그의 범행 일부 또한 밝혀졌다.
9일 방송된 SBS '괴물의 시간' 4부에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최세용의 자필 편지가 최초 공개됐다.
최세용은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인들을 표적으로 삼아 연쇄 납치·살인을 저질렀다. 그는 자신을 '살인기업 CEO'로 칭하며 다수의 한국인들을 납치하고 금품을 갈취하는 범행을 조직적으로 지휘했다. 앞선 3부에서는 최세용 일당이 피해자들을 감금하고 협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끔찍한 일들이 공개됐다.
이날 최세용이 지난 9월 제작진에게 보내 온 자필 편지에는 "폭염에 지친 수인에게 채찍 같은 님의 서신을 지난주 무겁게 받았다. 이미 10여 년 전에 영구 추방돼 미랭시(未冷尸, 아직 식지 않은 시체)가 되어가는 죄인이지만 아직도 고통은 느끼는 존재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하였기에 사람이 아닌 범행을 하고 죽어서 지옥에 가기 전에 살아서 지옥에 있기에 살인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것은 삶의 의지가 아닌 생존 본능일 뿐이었다"고 적혀 있었다.
또한 최세용은 편지에서 "저는 점심이 있다는 것을 초등학교 3학년에 처음 알았다. 세 끼 밥 먹고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고기를 먹을 수 있다면 하는 소원이 있었다. 그 소원, 환갑이 다 되어 교도소에서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최세용은 어린 시절부터 특수절도, 폭력 등으로 징역형을 살았다. 교도소에서 공부를 하며 중학교,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했다. PC방이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동생에게 창업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친동생은 "형이 내다보는 게 있었다. 3000만 원이 없었는데 형이 컴퓨터를 가져왔다. 나중에 경찰에서 전화가 왔는데 PC를 절도해서 모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세용은 국내부터 필리핀까지 많은 장소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실장이 있는 자리에서 그가 데려온 사람을 죽이는 등 공범으로 만드는 일종의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실장 또한 최세용에게 극존칭을 썼는데, 당시 담당 형사에 따르면 세뇌를 시킨 것 같다고.
최세용은 위조 여권을 위해 도플갱어를 만들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수사망이 좁혀오자 전 실장에게 위조 여권을 부탁했고, 이에 전 실장은 국제 결혼을 빌미로 송동환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 당시 검사였던 심강현은 "최대한 최세용의 얼굴 형태와 비슷한 사람을 찾다가 송동환 피해자를 타겟으로 정했다"며 "여권 사진을 찍을 때 뿔테 안경을 씌워 달라고 요구한 것 같다. 최세용한테 알맞은 여권을 공급하기 위해서 안경까지 씌우는 치밀함, 주도면밀한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송동환이 왔을 때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니까 여권을 빼앗고 죽일 수는 없어서 당시 태국에서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겼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믿을 수는 없었다며 "최세용이 잡혔을 때 송동환 씨의 여권이 나와서 최초 사건을 특정하게 됐다. 그전까지는 실종신고도 없었고 수사기관에서 파악해 보니 이 분이 고아였고 연고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입국 기록만 있고 출국 기록은 없었고, 전화나 신용카드 이용 내역 등 어떤 생존 반응도 없었다며 "아마 다른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살해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세용에게는 여러 명의 공범이 있었다. 가장 어린 사람은 '뚱이'라는 인물로, 범행에 가담했을 때 나이가 17세였다. 당시 수사 검사였던 김영남은 "호텔에서 최세용을 만났는데 최세용은 호텔 사업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했고, 어른으로서 호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러다 나중에 최세용이 '너도 같이 하자'고 제안해 조금씩 가담을 하게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당은 최소 19명을 납치하고 7명을 살해한 걸로 추정되지만, 그중 시신을 찾지 못해 현재까지 실종 상태인 피해자도 4명에 이른다. 아직 실종 상태인 윤철완의 사체 또한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러다 공범인 김 씨가 보낸 편지를 토대로 마닐라에서 일당이 은신처로 쓴 곳에 윤철완의 시체가 묻혀있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윤철완의 부모님은 해당 장소를 방문해 거주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정밀 탐사와 추가 발굴을 위해서는 한국과 필리핀 정부 간의 사법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아버지는 "이제 그만 필리핀 구경했으면. 한국으로 가자. 엄마 아빠하고 같이 가자 이놈아"라며 오열했고, 어머니는 "나중에 엄마하고 천국에서 만나자"고 말해 안타까움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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