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넷플리스에 또 하나의 여성 서사를 담은 작품이 탄생했다. 두 여자의 연대, 복수를 담은 '당신이 죽였다'가 매회 긴장감을 안긴다.
5일 서울 용산구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극본 김효정·연출 이정림)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자리에는 이정림 감독, 전소니, 이유미, 장승조, 이무생이 참석했다.
'당신이 죽였다'는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살인을 결심한 두 여자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작품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초청작으로 주목받았다.
◆ 두 여자의 연대, 복수
'악귀' 'VIP' 등을 연출한 이정림 감독이 반복되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대하는 두 여자의 우정을 담고 있다.
이정림 감독은 "비슷한 트라우마를 가진 두 여자가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지옥에서 탈출하고자 결심한다. 거기서 벌어나는 일들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당신이 죽였다'는 오쿠다 히데오(奧田英郞) 작가의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를 원작으로 두고 있다. 이 감독은 "소설이 나온지 얼마 안됐을 때 영상화 소식은 없었다. 먼저 책을 읽으면서 두 여자의 삶에 공감하고 슬퍼하고 또 나아가려는 모습에 여러가지 감정이 몰려왔다. 후에 영상화가 된다는 소식에 '나에게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싶었다.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는 잘 만들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제목이 달라진 이유도 설명했다. 이 감독은 "저는 원작 제목도 좋아하지만, 저희는 8부작 시리즈라 소제목을 따왔다"며 "'당신이 죽였다' 제목은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너와 나 우리, 방관하는 의미도 내포하고, 8부작을 보며 모두가 생각을 해보지 않을까 싶다. 설득이 필요한 일을 두 여주인공이 하기에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얼마나 잘 설득시킬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1~4부까지 폭력적인 묘사가 다소 수위높게 그려져 우려스러운 반응이 예상되는 상황. 이 감독은 "시작부터 마음에 염두에 두고 있었다. 잘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고민을 가지고 필요한 몽타주를 신경썼다. 정말 균형을 잘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폭력이 중심소재라 인물들이 파괴되는 모습이 설득력있게 보이도록 많이 고민했다. 불편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 많을 수있지만, 두 여자 위에 시청자가 올라타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또 음악 감독님과 분위기가 처지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 여러 이야기, 주변 인물을 활용하면서 잘 끌어가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 전소니와 이유미의 설득력
전소니와 이유미가 각각 절친 사이인 조은수와 조희수를 연기하며, 폭력에 맞서 서로를 구원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그려냈다.
전소니는 극 중 백화점 명품관 직원 조은수 역을 맡았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전소니는 "이들의 선택이 어느정도 설득력있기를 바랐다. 이해하고 싶었던 은수는, 누군가를 위해 용기를 내고 결단력있는 사람다. 어떤 점이 그를 움직였을까를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유미는 남편에게 맞고 사는 조희수 역할을 맡았다. 한때 촉망받는 동화 작가였지만, 남편에 의해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던 중 은수의 제안으로 남편을 살해하기로 계획하는 인물이다. 연기 톤을 잡으려고 노력한 점에 대해 "카메라 앞에 서있는 희수를 완벽히 진짜 사람처럼 보이게끔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심적으로 연약해인 상태이지만, 그 속에 강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 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얘기했다.
첫 만남부터 통함을 느꼈다는 전소니와 이유미다. 전소니는 "이유미라는 사람이 건강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이더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런 분위기가 좋은 영향을 끼쳐서 항상 든든했다. 그래서 은수가 희수에게 가지는 마음에도, 어떤 여력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유미도 "저도 언니를 처음 봤을 때부터 따뜻한 사람으로 느껴져서 빨리 친해지고 싶었다"며 "쉬지않고 질문을 쏟아내고, 그렇게 알아가다보니까 촬영장에서 만나니 너무 즐겁고 믿음이 가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 1인 2역 장승조와 미스터리한 이무생
장승조는 극 중 조희수의 남편 노진표,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완전히 대비되는 장강까지 1인 2역으로 소화해냈다.
장승조는 "노진표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성공한 인물이지만, 집 안에서는 희수에게 집착하고 폭력적인 인물"이라며 "장강은 진소백 밑에서 열심히 일하는 청년"이라고 설명했다.
간극이 큰 캐릭터를 소화한 장승조다. 그는 "외적으로 변화를 줄 수 있는 지점이 많았다. 헤어, 서 있는 태, 목소리 웃음소리 등 다양한 점에 차별함을 두려고 했다. 또 대본이 잘 짜여져 있어 대본에 충실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폭력적인 묘사의 중심인 캐릭터를 소화했기에 SNS에 다양한 욕들이 올라올 상황도 예상되는 바. 장승조는 "느껴지는 대로 마음대로 느껴달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장승조는 "폭력성을 가진 인물을 표현하기 전에, 희수와 은수 두 사람을 끄집어내고 구해주고 싶었다"며 "노진표란 인물이 이 드라마가 가진 긴장감을 표현하는데 필요한 인물이기에 욕심을 가지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특히 장승조는 대본을 읽었을 때를 회상하며 "스트레스 지수가 100을 넘어 신기했다. 현장에서도 체크해보면 스트레스 지수가 그 지점에서 올라가있더라"고 해 웃음을 안겼다.
이무생은 은수와 희수를 지켜보는 비밀스러운 인물 진소백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그는 "남들은 모르는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 장강을 1등 사원으로 모시고 있는 인물인데, 백화점에서 우연히 은수를 만나고 또 희수를 만나다가 심상치 않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 곁에서 바라보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단발 헤어스타일을 시도하며 비주얼적으로 변신을 한 이무생이다. 그는 헤어에 대한 반응이 나오자 "헤어스타일은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뒤 정했다"고 멋쩍어했다. 이어 이무생은 "어두운 과거에 갇혀있는 진소백이라 순간순간 표출되는 두려움이 있다.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할지 고민했다. 그런 상황에서 은수와 희수를 만나게 되면서 진소백 역시 자신의 트라우마에서 한발짝 멀어지게 된다. 또 두 사람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그 거리감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배우들은 '당신이 죽였다' 속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유미는 "오프닝 장면이 머리에 남아있다. 여러 곳에서 많이 찍었는데, 짧은 그 순간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시작부터 임팩트있게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승조도 "각 회차에 엔딩이 기억에 남는다. 다음 회차를 끌어들인다. 멈출 수 없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이무생은 "저는 마지막 엔딩이다. 어떻게 결말을 지어질 것인가, 시청자들이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당신이 죽였다' 오는 7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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