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영화인 박중훈이 작가로서 지난 날을 회고했다.
4일 오후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박중훈 에세이 '후회하지마'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박중훈은 자신의 40년 연기 인생을 담은 에세이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은 영화배우가 아닌 작가로 불리자, 박중훈은 "쑥스럽긴 하다"면서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작가로서는 처음 책을 내게 된 소감을 묻자, 처음 영화를 선보였던 86년 3월을 떠올렸다. 그는 "그때 너무 신기하고 모든 게 새로워서, 처음 하는 일들의 설렘이 있지 않나. 도파민이 나온다 하던데, 제 경우엔 너무 셀레고 행복 도파민이 나오는 거 같다"면서 "한편으론 부끄럽다. 연기를 오래 해서 연기가 보이는 것에 호평, 혹평을 들어도 익숙하다.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대필이 아닌 이상 자신을 숨길 수 없지 않나. 좋은 의미와 부끄러운 마음이 섞여 설렌다"고 했다.
사실 박중훈이 자신의 글을 대중에게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500자 분량의 칼럼을 신문사에 연재한 적이 있었는데, 박중훈은 "당시 물리적으로 글을 쓰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는 걸 경험했다. 그러면서 흔한 이야기로 생각을 글로 정리한다고 하지 않나. 그때면 30대 중반이었는데 내 생각에 대한 생각을 했던 경험이,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준 걸로 기억한다"면서 "이번엔 1500자가 아니라 9만자 정도로 저로선 방대한 양의 글을 썼는데 힘들었다. 생각이 많이 정리가 됐다"고 밝혔다.
칼럼을 썼던 경험도 있는 만큼, 그간 책 발간 제의를 많이 받기도 했다. 그러나 처음엔 거절을 했다고. 박중훈은 "제 직업이 배우이고, 특징 중 하나가 기록된다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기록된다는 건 말 그대로 거의 영원히 남지 않나. 그래서 하나하나 신중하다. 당시엔 글이라는 건 인쇄돼 수천 년 뒤에도 후세가 볼 수 있는, 기록된다는 게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책 발간을 처음 제안을 받을 때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다 차인표의 제안을 받고 이번 에세이를 내게 됐다고. "차인표 씨가 저랑 같은 스포츠클럽에서 운동을 한다. 어느 날 저녁을 먹다가 갑자기 책 한 권 쓰면 어떻겠냐고, 집요하게 권유를 하더라. 그간의 좋은 기억들을 써봐야 하나? 싶었는데, 제 성격상 망설이다가 결국 하게 된다"라고 했다.
이번 '후회하지마' 에세이는 박중훈의 자전적 에세이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작가로서 창작력을 발휘하던 영화감독 때와 또 달랐다. 박중훈은 "막연하게 저를 알고 있던 것과 달리, 책을 쓰니 그때의 감정이 생각나더라"면서 "제가 좀 말도 좀 작은 편도 아니고 자신감 있는 편에 속해 보이지 않나. 그런 면도 있지만 자신감 없는, 자존감이 낮은 부분도 많다. 자책도 많이 하고. 자신에 대한 칭찬이 인색한 편이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열심히 살아왔구나, 힘들게 살아온 내 자신이 장하다란 생각이 들었다. 진부한 '힐링'이란 단어보다 제 자신에게 선물을 준 거 같다. 자책만 하며 살 일은 아니구나. 책을 스기 전보다 자존감이 좀 더 올라갔다. 좀 더 밝아진 거 같다"면서 책을 쓰며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후회하지마'는 박중훈이 20대 시절 가장 많이 쓰던 말이다. "요즘 감수성과 맞지 않지만, 남자만 세명인 종갓집에서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도 예전 분이시라, '사나이는' '남자니까' 이런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남자는 후회는 없고 반성만 있는 거야' '교훈을 얻고 앞으로 나아가는 미래 지향적인 태도야' 이러고 살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생각했는데도 이렇게 후회되는 일이 많았다. 후회하지 않고 살려했지만 너무 후회가 많더라"면서 에세이 제목을 '후회하지마'로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그렇게 수많은 후회 중 하나는 대마초 사건이다. 스스로 꺼내기 불편한 이야기지만 박중훈은 "스스로 용비어천가만 쓰면 오히려 믿음이 가지 않을 거 같다. 그렇다고 추악한 부분까지 다 꺼낼 필욘 없겠지만 대마초 사건이 그 당시 큰 일이었다. 소회를 밝히는 것도 이 책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을 거 같았다"고 했다.
이어 "흔한 이야기 있지 않나. 과거는 결국 제 것이다. 못한 일이든 잘한 일이든 다 제가 한 일이다. 이 나이가 돼 잘 회복하고 계승발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시멘트가 콘크리트가 될 때 자갈과 모레가 섞여야 굳건한 콘크리트가 된다'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런 실수를 이겨내고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생각된다. 자갈과 모레가 돼 콘크리트가 된 거 같다. 지난 실수마저도 반복하려는 게 아니라 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며칠 뒤면 박중훈이 영화인으로 살아온 지 40년이 된다. 30년은 배우로, 10년은 감독으로 살아온 박중훈. "이젠 연기를 잘할 수 있을 거 같다"며 배우로서 향후 대중과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게 진짜 마음 속 연기를, 과장하지 않고 해볼 수 있을 거 같다란 마음이 생겼다"며 "제가 올림픽에서 한, 두 번 금메달을 따본 것만 같다. 다시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예선에 들어간 마음이다. 세 번째 금메달을 따겠다는 사람은 첫 번째 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면서 연기자로서 다시 대중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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