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대장금 신화' 이영애도 어쩔 방도가 없었다. '산소 같은 여자'가 마약상이 되는 파격 변신을 시도했지만, 침체된 KBS 드라마의 구원투수가 되진 못 했다.
지난달 첫 선을 보인 KBS2 토일드라마 '은수 좋은 날'이 오는 26일 종영을 앞뒀다. 이영애와 김영광의 만남으로 눈길을 끈 것도 잠시, 12부작 여정이 끝나가는 와중에도 이렇다 할 화제성은 없었다.
'은수 좋은 날'은 가족을 지키고 싶은 학부모 강은수(이영애)와 두 얼굴의 선생 이경(김영광)이 우연히 얻은 마약 가방으로 벌이는 위험 처절한 동업 일지를 그린 이야기다. '또 오해영' '뷰티 인사이드' '연모' 등을 연출한 송현욱 감독과 '아르곤' '모두의 거짓말'을 집필한 전영신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은수 좋은 날'은 전작의 후광을 크게 받지 못 한 작품이었다. 앞서 방송된 마동석 주연 '트웰브'는 첫 방송 시청률 8.1%(닐슨코리아 기준)로 기분 좋게 출발했으나, 낮은 완성도로 혹평을 받으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결국 최종회 2.4%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조용히 퇴장해야 했다. 최고 시청률 17.1%의 경쟁작 tvN '폭군의 셰프'에게 그야말로 완패한 모습이었다.
이 같은 상황 속 '은수 좋은 날'은 과감한 소재와 배우들의 연기력에 승부를 걸었다. 드라마 '구경이' '마에스트라' 등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던 이영애가 평범한 주부가 마약 공급책으로 변모하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까마득한 후배 김영광은 이영애의 동업자로 등장해 16살 나이차를 뛰어넘는 케미를 그려냈다.
걱정과 기대 속 출발한 '은수 좋은 날'은 첫 회 시청률 3.7%로 순조롭게 스타트를 끊었다. 서사가 본격적으로 깊어진 5회에서는 자체 최고인 5.1%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최근 방송분인 10회에서 1회와 동일한 3.7%가 나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 됐다.
다만 시청자들은 "몰입해서 보게 된다" "웰메이드 드라마" "근래 본 KBS 드라마 중 가장 좋다" 등의 호평을 쏟아내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 샀다. 일각에서는 "방송 시간대가 주말이 아닌 평일이었다면 시청률이 더 높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올해 KBS 드라마국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 했다. '킥킥킥킥' '24시 헬스클럽'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 등 평균 시청률 1~3%대인 작품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오직 주말드라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만이 최고 시청률 21.9%로 고전을 면할 수 있었다.
콘텐츠 시장이 계속해서 변모하는 가운데, 작품성 하나만으로 승부를 내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완성도와 화제성이 비례하진 않다는 걸 우리는 여러 작품을 통해 배웠다. 지상파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시청자들을 붙잡으려면, 좀 더 확실한 '한 방'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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