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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번의 추억' 허남준, 긴장이란 불편함을 안고 [인터뷰]
작성 : 2025년 10월 25일(토) 08:00

허남준 / 사진=에이치솔리드 제공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배우 허남준은 '백번의 추억'을 통해 처음으로 '남자 주인공'의 무게를 짊어지게 됐다. 그만큼 부담도, 긴장도 컸다. 이번만 아니라 그는 언제나 현장에 긴장이라는 불편함을 안고 뛰어들었다.

지난 19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백번의 추억'(극본 양희승 김보람·연출 김상호)은 1980년대 100번 버스 안내양 영례와 종희의 빛나는 우정, 그리고 두 친구의 운명적 남자 재필을 둘러싼 애틋한 첫사랑을 그린 뉴트로 청춘 멜로 드라마. 자체 최고 시청률 8.1%로 막을 내렸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달려왔던 허남준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허남준은 극 중 끈끈한 의리로 뭉친 고영례(김다미)와 서종희(신예은)의 첫사랑 '한재필' 역으로 분했다. 한재필은 학창 시절엔 서종희를 향한 마음을 드러냈으나, 서종희가 사라진 이후 오랜 친구가 된 고영례와 연인도 친구도 아닌 묘한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JTBC 백번의 추억 스틸


'한재필'이란 캐릭터에 대해 허남준은 "표현하며 살 수 없는 가정에서 태어나 커서도 성숙하지 못한 캐릭터였던 거 같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감정이나 표현이란 게 낯설고, 우정과 사랑을 구분하지 못한 것 같다고.

허남준은 "학창 시절을 연기할 땐,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반항아 기질을 가진 친구다. 자신을 감추고 어른인 척하고 센 척하는 것처럼. 약간은 까칠하고 공격적인 느낌으로밖에 자신을 지킬 줄 모르는 경험이 부족한 친구로 표현했다"며 연기 포인트를 설명했다.

시간이 흘러 영례를 만나 자신의 연약한 부분과 약점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편안한 모습도 드러낼 줄 알게 된 것이라고. "성인이 된 이후엔 인간적인 모습과 순수한, 더 아이 같은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허남준은 "놀이터에서 종희에게 고백하는 장면"을 꼽았다. "재필이는 모르는데, 재필이를 조금씩 자신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거친 면모만 내놓다가 처음으로 자신도 모르게 사랑이란 감정 앞에서 순수한 아이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때 제가 연기할 때의 상대방이 잘 보이고, 정서를 잘 나누는 느낌의 촬영이었다. 해당 장면을 초중반에 촬영했는데 아직 긴장도 많았고 굳어있었는데 재필을 연기하며 저도 살짝 풀리더라"고 설명했다.

사진=에이치솔리드 제공


영례, 종희가 워맨스로 끈끈한 의리를 과시했다면, 재필은 영식(전성우)·정현(김정현)과 코믹한 브로맨스 케미스트리를 보여줬다. 특히 만취한 다음날 숙취에 시달리는 세 명의 모습이 소소한 웃음 포인트. 서로의 엄지손가락을 겹쳐 장면은 애드리브였다고.

허남준은 "어릴 때부터 누가 엄지를 내밀면 습관적으로 하던 거라 리허설에서 습관적으로 했는데, 반응이 좋아 '한 번해볼까요?' 했던 거다. 숙취 장면도 정현 선배가 이끌어 주신 거다. 선배님들이 좋은 아이디어가 많으셔서 재미있게 하시는 걸 보면서 욕심은 나는데 그분들에 비해 잘 안 되니까.(웃음)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까 싶어 옆에서 정현 선배가 재미있게 하시면 저도 얹혀서 가고. 배우면서 재미있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유어 아너'를 통해서도 많은 호평을 얻었던 허남준. 지금까지의 작품들 중 어느 하나도 그에게 편한 작품은 없었다. "진심으로 다 어렵다. 처음에 보고서 잘할 수 있겠다 싶었던 것도 '유어 아너' '혼례대첩' 때도 다 어려워서 감독님과 계속 얘길 했다"라고 토로했다.

더욱이 이번 '백번의 추억'은 허남준에게 조금 특별한 작품이다. 처음으로 남자주인공 역을 맡게 됐기 때문. 그만큼 부담도 긴장도 컸다. 허남준은 "어느 현장에서든 진짜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긴장을 했다. 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끝나고 보면 긴장하고 있었더라"면서 "잘하고 싶다란 마음이 들어서인 거 같다. 첫 주연이란 생각이 있긴 했던 거 같다. 그래서 최고의 긴장 상태인, 긴장한 줄도 모르는 그런 긴장감을 갖고 했던 현장인 거 같다"고 말했다.

JTBC 백번의 추억 스틸


여전히 모든 게 어려운 허남준. 목표가 높아서일까? 아니면 욕심이 많아서일까? 그는 "연기에 정답이 없다 보니 그 근처에 가고 싶다란 욕심이다. 정답이 없어서 찍어서 '오케이'가 나는 순간에도, 집에 갈 때도 '이렇게 할 걸 그랬나?' 후회되지 않겠나. 가는 순간까지도 의심을 하려고 노력한다. 제가 생각하는 것들에 갇히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허남준이 생각하는 연기는 무엇일지 들어봤다. "매번 많이 바뀌는 거 같다. 최근엔 진실되게 하려고 노력한다. 어떨 때는 기술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지금은 진정성 있는 게 최고라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엄청 대선배님들처럼 경험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연기가 뭔지.."라며 곤란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긴장'은 다소 불편한 감정이지만 잘 이용해 연기의 레벨을 끌어올리고자 했다. "긴장을 잘 이용하면 연기할 때 좋은 집중력으로 바뀌더라. 종이 한 장 차이인 거 같다. 매몰되면 아무것도 안 된다. 그런데 포인트만 살짝 바꿔주면 약간의 흥분과 자신감으로 바뀌면서 집중력이 되게 높아지는 거 같다. 엔돌핀이 도는 것도 살짝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진=에이치솔리드 제공


첫 주인공 역을 멋지게 소화해 낸 허남준의 다음 스텝도 궁금해졌다.

"내 것만 열심히 준비해서, 준비한 걸 현장에서 잘 보여주는 게 그전까지 제가 하던 연기였어요. 점점 촬영하면서 더 섬세하게, 내 것 말고 크게 바라보는 시각도 가져야 하는구나, 디테일한 장면에 선택과 상의하는 부분도 섬세해져야 하는구나, 좀 더 유연해져야 하는구나란 생각을 수없이 한 거 같네요. 시각을 좀 더 넓히고 싶어요."

허남준은 어릴 때는 누구나 그렇듯 유명하고 멋있는 사람이 되는 것을 동경했다. 30대 초반인 된 지금은 "오랫동안 연기하는 게 제일 큰 꿈"이라고 말했다. "꾸준히 계속할 수 있는 게 복인 거 같다. 나중에 나잇대에 맞는 로맨스나 장르물 이런 것들을 하고,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장르여도 다른 느낌을 낼 수 있는 좀 더 농익은 연기로 순수함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걸 계속해보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그만큼 시대극, 장르물, 현대극 가리지 않고 많은 걸 보여주고 싶은 허남준이다. "어쩌면 나도 모르는 모습도 있지 않을까?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모습이 분명히 있을 거고 그걸 증폭시키는 과정도 재미있을 거 같다. 좀 돌아가더라도 도전했으니 재미있고. 공감해 주면 더 재미있을 거 같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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