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영암의 딸' 김세영이 고향 팬 앞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세영은 19일 전라남도 해남 파인비치 골프링크스(파72/6785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30만 달러, 우승상금 34만5000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9타를 쳤다.
김세영은 최종합계 24언더파 264타를 기록, 2위 하타오카 나사(일본, 20언더파 268타)를 4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김세영은 지난 2020년 11월 팰리컨 위민스 챔피언십 우승 이후 약 5년 만에 승전고를 울리며 시즌 첫 승, LPGA 통산 13승을 달성했다. 기존 대회 최저타 기록(2021년 고진영·임희정 22언더파 266타)을 경신했으며, 개인 통산 3번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도 성공했다.
올 시즌 한국 선수가 LPGA 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김아림(1월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김효주(3월 포드 챔피언십), 유해란(5월 블랙 데저트 챔피언십), 이소미-임진희(6월 다우 챔피언십), 황유민(10월 롯데 챔피언십)에 이어 여섯 번째다.
고향 팬들 앞에서 거둔 우승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김세영은 대회장과 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전남 영암 출신이다. 이번 대회 기간 내내 많은 가족과 지인들의 응원을 받으며 힘을 얻었고, 우승으로 응원에 보답했다.
또한 김세영은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세 번째 한국인 우승자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지난 2019년 처음 열린 이 대회에서는 2019년 장하나, 2021년 고진영이 우승을 차지했지만(2020년 코로나 19로 미개최), 2022년부터 외국 국적의 리디아 고(2022년, 뉴질랜드), 이민지(2023년), 한나 그린(2024년, 이상 호주)이 정상에 올랐다. 한국 선수로는 4년 만에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김세영은 한국 여자골프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날 자신을 상징하는 빨간 바지를 입고 경기에 나선 김세영은 2위 그룹에 4타 앞선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맞이했다. 하지만 우승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1번 홀에서 버디 찬스를 잡았지만 짧은 거리의 퍼트를 놓치며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3번 홀에서는 보기를 기록했다. 그사이 노예림이 1타 차까지 따라붙으며 선두 자리를 위협했다.
하지만 김세영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5번 홀에서 첫 버디를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바꿨고, 7번 홀까지 3개 홀 연속 버디를 성공시키며 안정을 찾았다. 이후 9번 홀에서도 버디를 보태며 2위권과의 차이를 다시 4타로 벌렸다.
이후 김세영은 4타 차 리드를 바탕으로 여유 있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15번 홀과 16번 홀에서는 다시 연속 버디를 보태며 일찌감치 우승을 예약했다. 남은 홀을 파로 막은 김세영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동료 선수들도 샴페인 세례로 축하를 전했다.
하타오카는 마지막 날 5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를 기록했지만, 김세영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아림과 셀린 부티에(프랑스)가 18언더파 270타로 공동 3위에 올랐고, 노예림(미국)과 한나 그린(호주)은 17언더파 271타로 공동 5위에 자리했다.
최혜진과 안나린, 린디 덩컨(미국)은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공동 7위에 랭크됐다. 김효주와 이소미, 이민지(호주), 다케다 리오(일본) 등은 15언더파 273타로 공동 10위에 오르며 톱10을 달성했다.
고진영과 오수민(아마추어), 브룩 헨더슨(캐나다)은 13언더파 275타로 공동 19위를 기록했고,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는 지은희는 12언더파 276타로 윤이나, 로티 워드(잉글랜드) 등과 공동 24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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