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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박지환, 비로소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 [인터뷰]
작성 : 2025년 10월 10일(금) 13:00

보스 박지환 /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를 시작으로 '1987' '봉오동 전투' '한산: 용의 출현' '핸섬가이즈' '보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경성크리처' '탁류'까지. 배우 박지환은 매 순간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냈다. 오랜 무명 시절을 거쳐 날아오른 그는 여전히 날갯짓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개봉한 '보스'는 조직의 미래가 걸린 차기 보스 선출을 앞두고 각자의 꿈을 위해 서로에게 보스 자리를 치열하게 '양보'하는 조직원들의 필사적인 대결을 그린 코믹 액션 영화로, '바르게 살자' '용기가 필요해' 'Mr. 아이돌' 등을 연출한 라희찬 감독의 신작이다.

박지환은 극 중 그 누구도 보스감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유일하게 보스가 되길 갈망하는 판호 역으로 열연하며 또 한 번 코미디 장인의 면모를 입증했다.

먼저 박지환은 "회사 대표님의 제안으로 대본을 받게 됐다. '재밌는데 읽어볼래?' 하시더라. 그러면서 '우진이가 하기로 했다'고 조우진 형의 출연 소식을 전해주셨다. 역할이 쉽진 않았지만 우진이 형을 내심 사모하고 있던 차라 망설임 없이 하겠다고 말했다"고 '보스'를 선택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완성된 영화를 보니 촬영을 하던 때가 많이 떠오르더라. '보스' 촬영장은 정말 이타적인 현장이었다. 출연진들과 친분이 조금씩은 있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훨씬 가까워졌다"며 동료들과의 훈훈한 분위기를 자랑했다.

특히 조우진을 향한 격한 애정이 눈길을 끌었다. "우진이 형과는 과거 한두 작품을 같이 했는데 확 붙은 장면이 거의 없었다. '보스' 촬영을 통해 비로소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됐다. 반해버렸다"며 "반지로 만들어 끼고 다니고 싶다. 호랑이라면 가죽을 벗겨 옷을 만들고 싶다. 새라면 깃털을 뽑아 꽂고 다니고 싶을 정도"라고 비유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직업을 대하는 마음, 현장에서 자신을 내려놓고 상대방이 어떤 걸 원하는지 읽는 자세 등 모든 게 좋았다. 형과 영화 외적으로도 같이 시간을 보내고 술도 많이 마셨다. 좋아하게 됐다. 아마도 짝사랑은 아닌 것 같다"고 진심을 전했다.

박지환은 추석 대목을 잡기 위한 빡빡한 홍보 일정이 힘들진 않았을까. 그는 "우진이 형 앞에서 이런 얘기하면 큰일 난다"고 손을 내저으며 "형은 정말 마지막 설거지까지 하고 자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관객분들이 생각보다 더 좋아해 주신다는 말을 들으니 황송했다. 선물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보스 박지환 /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코미디 영화가 처음이 아니었던 만큼 기시감에 대한 걱정도 있을 법했다. 그러나 박지환은 "이전에도 조폭 연기를 많이 했지만 딱히 우려하지 않았다.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관여해도 득 될 게 없다. 주어진 대로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소신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판호 역에 진심으로 임했던 그였다. "판호가 대놓고 웃기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쁜 사람도 아닌 것 같았다. 그 절묘한 선에 대해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보스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순수하게 나타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하다 보니 재밌다고 해주셔서 믿고 갔다. 'SNL 코리아' 같은 거다. 수많은 자본이 들어왔는데 '전 이런 거 못 해요'라며 고상한 척을 할 시간이 없다."

그는 잇따른 연기 호평에 대해서도 "저 혼자 한 게 아니다. 그걸 내가 한 거라고 오판하는 게 굉장히 무서운 것"이라며 "저도 어느 순간 제가 연기를 되게 잘한다고 느꼈다. 그런데 집에서 카메라를 켜놓고 똑같이 촬영해 봤더니 더럽게 못하더라. 결국 좋은 결과물은 함께하는 분들과 같이 만들어가는 거다. 찰리 채플린 급의 경지가 아니고서야 '내 연기 기가 막히네'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겸손함을 내비쳤다.

극 중 그토록 원하던 보스가 되던 날, 판호는 마치 축구선수처럼 세리머니를 펼친다. 박지환은 해당 장면을 두고 "감독님께서 컷을 안 하시더라. 그래서 저도 모르게 솟아오르는 기쁨을 표현했다. 그 모든 과정이 작업이었다"며 "감독님이 굉장히 독특하신 스타일"이라고 웃어 보였다. 이와 함께 "판호에겐 실제 제 모습이 다 있다. 재밌기도 하고 진지하기도 하다. MBTI는 몰라서 비유를 못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강의 팀워크를 자랑한 '보스' 배우진은 한밤중 난데없는 춤사위를 벌이기도 했다고. "모든 순간이 재밌었지만, 촬영이 매우 힘들었던 어느 날 밤 우진이 형 방에서 경호와 셋이 춤을 췄다. 취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우리 춤 출래?' 하고 춘 거다. 형 방에 있던 부러진 빨래 건조대가 아직도 또렷이 기억난다."

보스 박지환 /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2006년 '짝패'로 데뷔해 10년 이상 무명으로 활동했던 박지환. 그는 "마니산을 보고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다소 특이한 계기를 밝혔다. "산에 올라 '난 뭘 하고 살아야 할까' 고민을 했다. 그러던 중 '연극을 해보면 사람에 대해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무명이 길었어도 좋아하는 일이라 큰 걱정 없이 계속했다.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첫 드라마 주연을 맡게 됐는데, 사실 그때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새로운 작품이 왔구나' 정도였다"고 덤덤함을 드러냈다.

아울러 "배우는 자신의 안에 있는 걸 꺼내 쓰는 직업이다 보니 부족하면 채워가야 한다. 전 워낙 가진 게 없어서 고갈은 잘 안 된다. 주변 좋은 동료들이 그런 부분을 채워줄 때 다행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타고난 끼는 '코미디 장인'이 되는 데 한몫을 했단다. "원래도 즐거움이 늘 있는 편이고, 살아오며 훈련된 것도 있다. 그저 작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길 바랄 뿐이다. 배우는 기본적으로 관찰을 많이 해서 눈썰미가 좋다. 전 일기도 꾸준히 쓴다."

터닝포인트를 묻는 질문에는 "아무래도 '범죄도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자, 앞으로 또 캐스팅되기 위해 노력하자, 성실한 모습을 보이자, 힘들다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말자고 생각했다. 어차피 죽으면 쉬는 거니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데뷔 20년 차를 맞이한 베테랑이지만, 연기에 대한 고민은 끊이지 않았다. 박지환은 "20대 때는 빨리 성장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기다림이 좋아졌다. 그때 안 보이던 것들이 이젠 보이더라.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또 다른 것들을 계속 공부해야 할 것 같다"며 "대중들이 '저 친구 덕분에 재밌었어'라는 생각만 해주시면 바랄 게 없다"고 소망했다.

더불어 "전 '이런 역을 맡고 싶다'고 말할 수가 없다. 역할을 고를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안이 오면 하는 배우일 뿐"이라며 다시 한 번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끝으로 박지환은 '보스' 예비 관객들을 향한 인사를 건네며 인터뷰를 매듭지었다.

"극장에 오셔서 즐거운, 아기자기한 스포츠 경기 보듯 신나게 즐기셨으면 좋겠다. 흥행이 되면 좋겠지만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전 그저 열심히 모를 심겠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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