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메이저리그(MLB) 두 번째 시즌을 마치고 돌아온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둔 각오를 밝혔다.
이정후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3위(81승 81패)에 그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이정후는 30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정후는 2023시즌 종료 후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586억 원) 계약을 맺으며 빅리그에 입성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홈런성 타구 수비 과정에서 어깨 부상을 입으며 6월 수술대에 올랐고, 결국 2024 데뷔 시즌 단 37경기에 나서 타율 0.262 OPS(출루율+장타율) 0.641 2홈런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재활을 마친 이정후는 올 시즌 돌아와 건강한 몸으로 완주에 성공했다. 이정후의 시즌 성적은 타율 0.266(560타수 149안타) 8홈런 55타점 73득점 10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34다.
타율은 샌프란시스코 팀 내 타율 1위다. 또 이정후는 3루타 12개로 리그 전체 3위에 올랐는데, 이는 2005년 스즈키 이치로와 함께 역대 아시아 타자 시즌 최다 기록이다.
귀국한 이정후는 "시간이 빠르다는 게 느껴진다. 작년에는 한국 오고 싶고 그런 느낌도 들었는데 올해는 그런 생각이 안 들었다. 잘 쉬고 준비 잘 하겠다"며 "작년에 비해 미국 생활에 대한 적응을 많이 했다. 선수들이나 구단 직원들이랑도 많이 친해졌고, 구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온전히 알고 올 시즌을 들어가서 훨씬 좋았던 것 같다. 내년엔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준수한 성적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이정후는 4월 한 달 동안 타율 0.324 3홈런 16타점 OPS 0.908로 펄펄 날았다. 특히 2루타는 9개나 뽑아냈다.
그러나 5월부터 주춤하기 시작했다. 5월 타율 0.231에 머물렀고, 6월 월간 타율은 0.143까지 떨어졌다. 다행히 이정후는 7월부터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7월 타율 0.278(79타수 22안타)로 살아났고 8월 0.300, 9월 0.315로 상승세를 그리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정후는 "야구하면서 올해처럼 기복이 심했던 시즌이 있었나 싶다. 야구를 하면서 경험해 보지 못한 감정들을 많이 느꼈다. 거기서 무너지지 않고 조금이라도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야구를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야구 인생에 있어 올해가 가장 중요한 한 해지 않았나 싶다"고 평가했다.
이날 이정후는 내년 3월 열리는 WBC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류지현) 감독님, (조계현) 기술위원장님을 다 만났다. 한국이 계속 안 좋은 성적을 냈는데 뽑히게 되면 잘 준비해서 이번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뽑힌다면 저는 미국으로 출국해 (소속팀에서) 훈련한 뒤 대표팀 공식 일정에 맞춰 합류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 선수들도 똑같은 시기에 대회를 치르는 건 마찬가지다. 변명거리 없이 잘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투수도 일본 투수도 전력으로 공을 던질 시기가 아니다. 다 대회에 맞춰서 몸을 만드는 거다. 변명의 여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정후는 KBO리그 시절 키움 히어로즈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송성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응원하기도 했다.
송성문은 올 시즌을 끝으로 포스팅을 통해 미국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현재 KBO리그에서 타율 0.315(574타수 181안타) 26홈런 90타점 103득점 25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17를 기록 중이다. 최다 안타 2위, 득점 2위, OPS 6위, 홈런 6위 등 각종 지표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정후는 "(송)성문이 형이 엄청 잘하더라. 구단에서도 성문이 형에 대해 많이 물어봤다. 미국에서 다 알 정도로 유명하다"고 전했다.
이어 "성문이 형은 지금 최고의 전성기에 접어든 상태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정말 잘 될 것 같고, 미국에 와서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 또한 기대되고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끝으로 이정후는 팬들에게 "시차도 다른데 많이 봐주시고 야구장에도 와주셔서 감사드린다. 덕분에 큰 힘이 됐다. 추석 연휴와 연말도 잘 보내시길 바란다"고 인사를 남겼다.
[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