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프로그램 하나를 만드는 데는 연출부터 촬영, 조명, 음향, 편집 등 수많은 제작진의 노고가 있다. 그중에서도 프로그램의 '맛'을 살리는 중요한 역할이 있다. 바로 작가들이다.
최근 스포츠투데이는 예능 프로그램 작가들과 라디오 작가를 대상으로 취재를 진행했다. 백순영, 이해님, 김연주, 최지은 작가와 함께 작가는 프로그램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업무에 대한 고민과 자신만의 해소법, 시청자에게 바라는 점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 예능 프로그램 작가란? "늘 도파민이 터지는 직업"
예능 작가는 PD와 함께 프로그램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아이디어 회의는 물론 섭외, 프로그램 구성 등 다양한 업무를 맡는다. 많은 연예인들을 만나면서 때로는 웃기도 하는 등 '도파민 터질 일'이 많은 직업이다.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이하 '편스토랑')의 백순영·이해님 작가는 2019년 봄부터 당시 담당 PD와 '편스토랑' 기획을 함께해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현재까지 함께하고 있다. 최근에는 '편스토랑' 스핀오프 콘텐츠인 '고소영의 펍스토랑'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백 작가와 이 작가는 예능 작가에 대해 "한 마디로 늘 도파민이 터지는, 재미있는(?) 직업이다. 웃을 일이 많다. 힘든 점이야 모든 직업이 다 힘들 것이고, 웃을 일이 많은 일이라는 것이 조금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할 수 없는 경험도 많이 해보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할 만큼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매일이 어쩜 이렇게 버라이어티 할 수 있나?' 할 정도로 예측 불가능한 일들을 늘 겪는다. 그리고 그 어려움들을 팀원들이 함께 해결해 나가서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을 때 그것보다 도파민 터지는 일이 없다. 매일이 재밌다"고 웃으며 직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업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두 작가는 "예능 콘텐츠를 만들어 대중들에게 공개하기까지의 모든 제작 과정에 대한 업무를 담당한다. 프로그램 별로 그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작가의 역할도 많이 다른 거 같다"며 "그래도 공통적인 주요한 업무를 얘기하자면, 방송 내용을 구성하고, 프로그램의 출연자들과 긴밀히 소통해 '이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재미'를 최대한 뽑아내는 역할이 핵심인 것 같다. 이를 위해 하는 수없이 다양한 업무들이 있어서 다 열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김연주 작가는 매주 게스트를 초대하는 토크쇼 예능을 담당하고 있다. 김 작가는 "우리가 흔히 아는 '불후의 명곡', '라디오스타', '유퀴즈', '런닝맨' 등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에 참여 한다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다. 아이디어 회의, 섭외, 구성은 물론 방송에 나가기 전까지 모든 팩트 체크를 한다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듯 하다"고 말했다.
또한 "매주 나오는 출연자들이 바뀌는 프로그램은 작가들이 매주 1-2명의 출연자를 담당한다. 그래서 매주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면 있을 수 있어서 항상 내가 이 사람과 빠른 시간 내에 어색함을 풀어야 그날 녹화가 잘 풀린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건 자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 그렇다면 라디오 작가는? "청취자들과의 소통이 우선"
최지은 작가는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FM'('철파엠')을 담당하고 있다.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방송되는 '김영철의 파워FM'은 직장인들, 주부들이 즐겨 듣는 종합 구성 라디오 프로그램이자, 출근길 메이트로 아침 시간대를 책임지고 있다.
최 작가는 "다른 시간대와 차별화되는 점은 아침 시간대이다 보니까 출근길에 정해진 루틴대로 30분만 듣거나 짧게는 10분만 듣는 분들도 계신다. 또한 굵게 치고 빠질 수 있게 코너들이 쪼개져 있는 편이고 무조건 재밌는 사연뿐만 아니라 인문학, 문학, 클래식, 뉴스 등 전반적으로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코너가 구성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라디오 작가에 대해 "일단 라디오는 예능 프로그램과 다르게 청취자들과의 소통이 우선이다. 아무래도 일반 청취자님들이 보내주시는 글들은 날 것 그대로인 상태가 많다. 그래서 그걸 좀 더 방송에 어울리게, 문맥에 맞게, 좀 더 재밌게 리라이팅 하는 일을 많이 한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이라면 그 정도일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저희는 메인, 서브, 막내 작가로 구성돼 있다. 메인 작가가 두 명, 서브 작가 한 명, 막내 작가 한 명이다. 총 네 명인데 저는 그중에서 메인 작가로 일하고 있다"며 "프로그램이 1부부터 4부까지 이뤄져 있는데 작가 네 명이서 나눈다. 메인 작가가 원고를 제일 많이 쓰고 서브랑 막내가 나눠서 쓰는데, 막내 작가는 전반적으로 상품 관리를 맡고 서브는 스케줄이나 섭외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이게 최선일까?'를 항상 고민"
작가들에게 있어 회의는 곧 프로그램의 생명이다.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가고 시청자에게 매주, 혹은 매일 웃음과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아이디어 회의는 필수다.
백순영·이해님 작가는 "항상 '이게 맞는 건가, 이게 최선인가? 이걸 시청자들이 볼까?'를 고민하는 회의를 한다.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데, '편스토랑'의 경우는 1회부터 함께 한 VCR팀 메인 작가들이 있다. 저희와 6년 넘게 함께 일하고 있는 박미영, 이혜림, 문아름, 송수정 등 후배 작가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다 보면 좋은 방향을 찾곤 한다"며 "하지만 늘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좌절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있는지 묻자 "저희 둘 다 비슷한데,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을 때는 작가들끼리 터놓고 대화를 많이 한다. 혼자 끙끙 앓는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닌 경우가 많아서, 도움 요청을 많이 하는 편이다. 빨리 회복하고 나아가려고 한다"고 답했다.
김연주 작가는 "시간이 생길 때마다 잠을 자는 것 같다. 그리고 저희의 일이 나인 투 식스(9 to 6)라는 업무 시간이 정확한 직업도 아니기 때문에 그냥 짬이 생기면 무조건 나가서 바람을 쐬거나 친구를 만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라디오의 경우는 어떨까. 최지은 작가는 먼저 "회의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 짧은 회의는 매일 방송 끝나고 어땠는지, 그날의 이슈가 뭐였는지 진행한다. 굵직굵직하게 코너를 개편할 게 있거나, 게스트에 변동이 있을 때는 길게 잡고 하는 편이다. 짧은 회의는 매일 한다고 보면 되고, 각 잡고 하는 코너들은 1주에 한 번, 2주에 한 번 이런 식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런 성과를 내야 해', '네가 꼭 이걸 완성해야 해' 이런 느낌은 아니다. '이런 게 생각나는데 이거 어때요?' 이렇게 던지면 '그거 웃기다. 거기에 이거 더 해볼까', '이거 어떨까' 이렇게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는 편이라 크게 스트레스가 있진 않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라디오 작가의 특성이 생방송을 빨리빨리 치고 빠지는 것이다 보니 DJ들이 하는 멘트를 저희가 메모장에 실시간으로 다 적어준다. 그러다 보니 생방송 때 순발력이 중요하다"며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일반 직장인들과 비슷한 것 같다. 저 같은 경우는 요즘 탁구를 배워서 스매싱을 세게 날리면 조금 마음이 풀어지더라. 그런데 저희가 다 즐기면서 하는 편이고 또 팀이 다 사이가 좋아서 스트레스 수치가 그렇게 크진 않더라"라고 밝혔다.
◆ "요즘 유행하는 밈, 쇼츠를 즐겨 봅니다"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만큼 출연자 관련 밈부터 유행하는 챌린지까지 최신 트렌드에도 빠삭하려 노력한다.
김연주 작가는 "쇼츠를 엄청 본다. 요즘 유행하는 챌린지, 밈 뭐 있는지 거의 강박처럼 노트북으로, 일 안 하는 시간에는 핸드폰으로 유튜브, SNS 쇼츠를 계속 본다"고 답했다.
최지은 작가 또한 "트렌드를 쫓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SNS를 많이 관찰하는 편이다. SNS를 보다 보면 요즘 제일 핫한 것들이 나오지 않나. DJ 김영철 씨가 '철업디'라고 불리는데, 얼마전에도 '철업디'가 '아는 형님'에서 '골든(Golden)' 무대를 했다. 그런 것들은 SNS 통해서 많이 팔로우하고 OTT도 빠짐없이 보려고 한다. 또 DJ가 책을 되게 좋아하신다. DJ가 추천하는 책도 읽으려 하고, '이 노래 커버 잘하겠다' 싶은 것도 신경 써서 찾아내려 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DJ 맞춤으로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백순영 작가는 "새로 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는 적어도 첫 방은 반드시 챙겨본다. 회자가 많이 되는 유튜브 콘텐츠 등도 마찬가지"라며 "콘텐츠 홍수 속에 많은 제작진들의 치열한 고민을 통해 탄생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거기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시청률, 각종 SNS,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 등도 다양하게 확인하고 참고하려 한다. 이에 대해서 방송인이 아닌 지인들은 물론이고, 주변 작가들, PD들, 방송인과도 얘기를 많이 나눈다. 프로그램 회의하다가 어제 본 첫 방 프로그램 얘기로 한참 수다 떠느라 회의가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가 '우리 거 잘하자' 이런 결론을 내고 열심히 회의한다"며 웃었다.
이해님 작가는 "'편스토랑'을 하면서는 음식, 요리 관련 콘텐츠들을 더 집중적으로 많이 본다"며 "유튜브만 해도 요리에 트렌드가 있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새로운 소재들이 계속해서 생겨나서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맛있는 것들 많이 찾아다니면서 먹어보고 있다. 저희 팀 작가들은 6년 넘게 '편스토랑' 하면서 모두 행복이 많이 쪘다"고 해 훈훈함을 안겼다.
◆ "가벼운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먼저 백순영·이해님 작가는 "'편스토랑'은 시청자들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들의 레시피로 시청자분들이 오늘 우리 집 밥상에 올라가는 밥을 해 드시고, 제품으로 출시된 메뉴도 직접 드셔 보시고 많은 피드백을 주신다. 그만큼 시청자분들의 피드백과 애정으로 방송하고 있다. 출연자들도 늘 그런 행복으로 이 프로그램을 함께 한다"고 말했다.
이어 "'편스토랑'을 통해 시청자분들의 일상이 더 맛있어지고 행복해지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는 10월 더 재밌는 VCR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꼭 함께 해달라. 이찬원 님의 아주 특별한 VCR도 기다리고 있고, 최근 계속해서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있는 김강우 님의 획기적인 레시피들도 공개된다. 그리고 많은 화제가 될 새로운 편셰프들도 기다리고 있다"며 "기대 많이 부탁드린다.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연주 작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예능 볼 때만큼은 누구를 평가하는 게 아닌, 그냥 하루에 그 시간만이라도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당부했다.
최지은 작가는 "'철파엠'에 짝짝 달라붙으라는 의미로 청취자분들을 '철가루'라고 부르는데, 가끔 '철가루'분들로부터 '오늘은 출장 때문에 7시 오프닝부터 들어요' 이런 문자가 오곤 한다. 짧게 듣더라도 다 소중한 '철가루'분들이니까 잠시라도 매일매일 빠지지 않고 항상 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