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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가 떠오르는 건 '어쩔수가없다', 박찬욱이 말하는 '가장' [무비뷰]
작성 : 2025년 09월 24일(수) 08:01

어쩔수가없다 / 사진=CJ ENM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불편하지만 유쾌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물음표가 떠오르는 건 '어쩔수가없다'. 아이러니한 미학과 '웃픈' 상황의 연속, 딜레마의 늪이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24일 개봉된 영화 '어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제작 모호필름)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 미리(손예진)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만수는 평생을 일궈온 직업, 그토록 바랐던 집, 사랑스러운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모든 것을 이룬 충만한 삶을 보낸다.

하지만 사고는 갑작스러운 법. 하루아침에 제지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당하고 실직자 신세로 전락한다.

만수는 재취업을 위해 갖은 수를 다 쓴다. 결국 면접 유력 후보자들을 차례로 제거하기로 한 만수. "어쩔 수가 없다"를 반복하며 스스로 힘든, 그런 면접을 이어가게 된다.


영화는 정말 '어쩔수가없다'는 말이 되풀이된다. 만수가 해고가 되는 것도, 자신이 이룬 것을 지키기 위한 모든 행동의 이유도 "어쩔수가없다"로 귀결된다.

가족이라는 의미는 '어쩔수없이' 딜레마에 직면하는 만수의 모습으로 극대화된다.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도 남편 곁을 지키는 아내 미리, 만수가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했단 것을 알아도 숨겨주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이러니하지만 유대감과 연민을 느끼게 된다.

확실히 '어쩔수가없다'는 그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진입장벽이 낮다. 가장의 고민, 가족을 지키기 위한 노력 등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다. 윤리적인 딜레마의 늪에 빠지지만, 이 또한 '어쩔수없다'. '가장'이기에 양가감정을 느끼게 한다.

만수가 겪는 치통, 유달리 내리쬐는 햇빛, 기괴한 분재. 불편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아름답고, 유머러스하다. 아이러니한 블랙코미디의 연속이다. 때문에 미쟝센 면면을 따져보기 위한 N차 관람 욕구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노래가 극장을 가득 메우는 와중에 벌어지는 만수, 범모(이성민), 아라(염혜란)의 몸싸움 장면은 백미다. 난장판 속에서도 연민, 분노, 순정, 체념이 어우러져 이후 전개를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만든다.

만수를 연기한 배우 이병헌의 139분 연기 차력쇼는 기대 그 이상이다. 7년 만에 스크린 복귀한 배우 손예진도 분량을 떠나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이성민, 염혜란의 현실 부부 호흡도 두말하면 입이 아프다. 박희순, 차승원도 한 장면, 한 장면 파격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나는 가장이다" "가족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한다" "내 탓이 아니다". 만수는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임을 알지만, 멈추지 않는다. 가장이기에 명분이 확실하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한다.
다만, 만수의 결말이 모두를 납득시킬 것인가에 대해선 확신이 안 선다. "그래도 연쇄살인범인데"라는 윤리적, 도덕적 측면에서 끝없이 물음표가 떠오른다. 또한 만수가 제거하는 대상자들도 굳이 이해하려면 이해 가능한 설정의 인물이었지만, 범모 외엔 불필요한 곁가지로 다가온다. '어쩔수가없다'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없게 만드는 이유다. 박찬욱 감독은 "트위스트, 변태적이란 고정관념념이 부담스럽다. 언젠간 떨쳐버리고 싶은 문제"라고 말했다. '어쩔수가없다'가 박찬욱의 바람을 이뤄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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