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근한 기자]위기를 맞은 롯데 자이언츠를 구원할 선수는 누가 될까.
2014년 롯데 자이언츠에는 내우외환이 끊이지 않았다. 선수들의 코치 항명 사태, 구단 CCTV 감찰, 김시진 감독의 사퇴까지 지난해 내낸 롯데 팬들은 웃지 못했다.
이뿐만 아니었다. 당연히 잡을 거라 의심치 않았던 투수 장원준 까지 자유계약(FA)을 통해 두산 베어스로 이적했다. 게다가 박기혁과 김사율 마저 신생팀인 kt wiz로 떠났다. 주전 중견수인 전준우도 아시안게임 승선에 실패하고 결국 군입대를 선택했다.
외국인 선수 또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다. 최근 기량이 하락세였던 쉐인 유먼, 36살이라는 나이가 걸림돌이었던 크리스 옥스프링과 모두 재계약을 포기했다. 큰 기대를 모았던 루이스 히메네즈 역시 1년 내내 말썽만 피웠고, 결국 일찌감치 돌려보냈다.
김시진 감독 사퇴 후 새로 부임한 이종운 신임감독의 머리는 복잡하다. 시기적으로만 본다면 리빌딩을 할 시점이지만, 이미 많은 실망을 안긴 롯데 팬들을 생각한다면 성적을 포기 할 수 없다. 이에 이종운 감독은 어렵겠지만 리빌딩과 성적의 균형을 적절히 맞추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의중은 과감한 외국인 선수 투자에서 먼저 볼 수 있었다. 먼저 전준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14년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뛴 짐 아두치를 영입했다. 정교한 타격과 주루·수비 능력을 갖췄고, 성실한 스타일이기에 히메네즈와 같은 고민을 안길 걱정은 없다.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인 옥스프링을 포기하고 영입한 조쉬 린드블럼 역시 연봉 총액 90만 달러로 한국 데뷔 첫 해 외국인 선수로는 최고 수준이다. 또 원소속 구단 이었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게 적지 않은 이적료까지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장원준의 FA 보상선수로 정재훈을 선택했다는 점도 성적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박건우·김재환 등 두산의 유망주들이 있었지만, 롯데가 선택한 선수는 베테랑 불펜투수 정재훈 이었다. 게다가 정재훈은 1년 뒤 FA 자격을 갖춘다.
공교롭게도 정재훈의 지명과 더불어 임재철을 자유계약으로 데려오면서 올 시즌 롯데의 반등은 전 '두산맨'들의 손에 달려있게 됐다.
이종운 감독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투수진 개편이다. 이는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는다. 장원준의 이탈로 외국인 투수 2명과 송승준을 제외한 4~5선발은 백지 상태다.
유력한 선발 1순위는 바로 김승회다. 김승회는 지난 2013년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지명돼 두산에서 롯데로 몸을 옮겼다. 2012년 두산에서 선발로 19경기에 나선 김승회는 지난 2시즌 동안 롯데에서 롱릴리프·필승조·마무리 등 불펜 전천후로 활약했다. 공의 위력과 경기 운영을 생각한다면 김승회가 장원준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다.
불펜 역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난해 마무리로 좋은 활약을 보였던 김승회가 선발로 간다면 다시 모든 것을 재편해야 한다. 이에 올 시즌 롯데에 합류한 정재훈의 존재감이 매우 중요해졌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의 경험으로 김사율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정재훈은 "팔 상태는 100%다. 예전 두산에 있을 때는 안정적인 상황에서 안주했다면, 이번에는 도전적인 자세로 바뀐 것 같아서 기대 된다"며 "롯데 불펜에 괜찮은 선수들이 많다. 올 시즌 목표는 예전 강한 롯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에 일조하는 것이다"고 위기의 롯데를 구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또 지난 2012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에서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김성배도 2014 시즌의 부진을 씻어내야 한다. 그는 유력한 마무리 후보 중 하나기에 지난 2013 시즌에서 31세이브를 올렸던 모습이 다시 필요하다.
야수진에서는 역시 지난해 FA로 두산에서 친정팀으로 되돌아온 최준석이 핵심이다. 그는 자 팀 FA선수들이 모두 떠났고, 불미스러운 사건까지 터진 가운데 무거운 주장 완장을 찼다.
최준석은 지난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121경기 출전 타율 0.286 23홈런 90타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올해는 이 이상의 개인 성적을 거두면서 팀원들까지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아야 한다. 그는 "주장으로 솔선수범하겠다. 팀의 재도약을 위해 모든 걸 내려놓고 죽을힘을 다해 뛰겠다"며 롯데의 재도약을 힘주어 말했다.
지난 시즌 LG 트윈스에서 활약한 임재철도 자유계약으로 풀리면서 친정팀인 롯데로 컴백했다. 임재철도 여러 팀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두산에서 9년간 몸을 담고 주장을 맡았기에 사실상 '두산맨'이다.
올 시즌 롯데의 외야진은 우익수 손아섭 중견수 아두치 까지는 확정이지만, 좌익수는 여전히 물음표다. 김문호·김민하·하준호 등 젊은 외야 자원들이 경쟁하고 있지만, 144경기를 끌고 가기에는 불안한 면이 있다. 임재철이 그 뒤를 든든히 받쳐줘야 기나긴 리그 운영이 수월하다. 임재철 역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한 해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누구보다 열성적인 롯데 팬들의 마음속에는 실망감만 가득한 상태다. 지난 해 침몰 직전이었던 롯데는 팀의 수장·프런트·코칭스태프 까지 전면 교체하며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마음에 생채기가 난 롯데 팬들을 다시 사직구장으로 데려와야 한다. 위기의 롯데를 옛 '두산맨'들이 구해내는 활약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근한 기자 forevertos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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