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저는 요즘 청춘들을 대표하는 모습들로 살았다고 봐도 무방해요."
2012년 그룹 B.A.P로 데뷔해 신인상을 휩쓸고 월드투어를 돌면서 성공가도를 달렸던 정대현은 뜻밖에 소속사와의 분쟁을 겪으며 오랜 공백기를 갖게 됐다. 수입이 없어 가족들에게 기대 살다 보니 끝없는 무기력증에 빠졌다. 그러다 지난해 8월 B.A.P 멤버였던 방용국, 유영재, 문종업과 방정유문이란 유닛으로 활동하며 다시금 힘을 얻었고, 그 힘으로 신곡 '행로'를 내며 솔로로 다시 서게 됐다.
오랜만의 컴백인 만큼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정대현은 "혼자서 솔로로 무대를 선 건 오랜만이어서 많은 생각이 있었다. 혼자서도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첫 번째로 있었다. 다행히 응원 와주신 팬분들 덕분에 성공적인 무대를 할 수 있었다. 오로지 팬분들 덕분에 잘 끝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긴 공백에도 여전히 곁을 지키고 있는 팬들은 정대현에게 큰 힘이 됐다. 특히 '다시 돌아와서 좋은 모습 보여줘서 고맙다'는 어느 팬의 댓글은 정대현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았다. 그는 "팬분들도 밝은 모습으로 신나게 뛰어노는 저의 모습을 기다리고 계셨던 것 같다. 공백기가 길었다 보니 자신 없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던 것 같다. 이번에는 팬분들도 기존의 저의 활기찬 모습들을 많이 느끼셨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신곡 '행로'는 청춘의 방황과 불완전함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결국 자신만의 리듬으로 길을 찾아 나아가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오늘보다 더 불완전했다"는 정대현은 "불안했고, 방황도 계속했었다. 그래도 무대를 통해서 점점 더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행로'라는 자체가 청춘을 응원하고자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응원하는 의미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곡은 B.A.P로 함께 활동했던 방용국이 작사·작곡·편곡 전반에 참여했다. 정대현을 잘 아는 방용국이 정대현의 인생과 꼭 맞는 곡을 만들어준 셈. 정대현은 "이 곡은 방황을 하는 순간을 위로해 주고 응원해 준다기보다는 그런 시기가 어느 정도 지나서 다시 시작하는 순간을 응원하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가 지금의 저에게도 딱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공백도 길었고 그만하려고 마음도 먹었는데 좋은 기회로 방정유문 컴백하게 돼서 솔로 활동하게 됐잖아요.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이 불완전한 상황이었고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곡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 저의 상황이 너무 잘 맞아떨어졌죠."
정대현이 방용국에게 이 같은 이야기로 써달라고 따로 주문한 건 아니었다. 정대현은 "전체적인 주제에 대해서만 얘기를 했는데 형이 오로지 저를 보고 가사를 써준 것 같다. 가사도 처음 받았던 1차본 그대로다. 수정한 게 없다. 그만큼 완벽한 가사였다. 처음 받자마자 '너무 좋다' 했다. 형이 그만큼 저를 잘 알기 때문에 써줬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대현은 이 시대의 청춘들을 대표하는 모습들로 살았다고 자부했다. 그는 "공백기 동안 수입이 거의 없었다. 서른이 넘고서도 통장 잔고가 0원이었다. 주변 지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많은 것들을 가족들한테 기대서 살았던 것 같다. 한도 끝도 없이 저를 내려놨던 시기였다"고 털어놨다.
"기력도 없고 감흥도 없고 자신감도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무기력해졌어요. 세상에 내 자리는 없는 것 같고, 근데 하루하루 어떻게든 버텨야만 하고. 이러한 것들이 청춘들이 경험할 수 있는 것들과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요."
2021년 5월 전역 후 2023년 말까지, 정대현은 "제대로 된 삶을 못 살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친구들도 안 만났다. 만날 수가 없었다. 유일하게 멤버들만 만났다. 근데 SNS를 할 때나 멤버들을 만날 때는 애써 괜찮은 척하려고 했다. 그렇게 애쓰는 모습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했다.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모습들이 도움이 된 것 같다. 가수로도 사람으로도 한 단계 발전이 됐다"고 전했다.
정대현은 2024년, 방정유문으로 활동하면서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는 "그게 저를 살렸다 싶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행복을 경험했다. 앞으로 그럴 기회는 없겠거니 하면서 살고 있었다. 그런 기회가 주어지는 걸 보면서 나에게도 이런 운이 또다시 찾아오는구나. 이런 기회가 또다시 찾아오는구나.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고 했다.
"그때 이후로 겸손해졌던 것 같아요. 20대 때는 욕심도 많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공격적인 성향이었고, 뒤를 보지 않으려고 애썼거든요. 이제는 한 발짝 천천히 디디려고 하고 주변을 살피기도 하고 뒷걸음질도 쳐보고 멈춰보기도 하고 뒤돌아서 보기도 하는 여유들이 생겼어요. 스스로 받던 압박감과 부담감에서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다양하게 할 수 있다 보니 화도 줄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배운 것 같아요. 지금도 계속 배워가는 입장이지만 그런 부분에서 사람 정대현으로서 안정감이 생긴 것 같아요."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13년의 가수 생활이었다. 고락을 겪으며 단단해진 정대현은 이제는 어떠한 고난이 와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대현은 "이제는 내 앞에 어떤 길이 주어지든 다 상관 없는 것 같다. 더 힘든 일이 찾아올 수도 있지만 이전처럼 그 앞도 못 밟고 멈춰 서지는 않을 것 같다. 예전에는 힘든 일이 닥치면 멈춰버렸다. 이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멈출 일은 없다. 팬분들을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게 하겠다는 자신감도 있고 힘들어도 꾸준히 비출 수 있는 용기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꾸준히 계속해서 모습을 비춰줄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된 것 같아요. 제 무대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은 게 저의 욕심이기도 하고 비치고 싶은 이미지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무대에서 최대한 그런 이미지를 내보내려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