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배우 정우성이 수염을 기르고 다소 수척해진 모습으로 1년 만에 공식석상에 나선 가운데, 제34회 부일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은 영화 '장손'이, 최우수감독상은 영화 '야당'의 황병국 감독, 여우주연상은 김고은, 남우주연상은 이병헌에게로 돌아갔다.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 그랜드 볼룸에서 '2025 제34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배우 김남길, 천우희가 사회를 맡았으며, 네이버의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인 치지직,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인 네이버TV 동시 생중계로 진행됐다.
부일영화상은 1958년 출범하여 1960년대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이끈 국내 최초의 영화상으로, 1973년 중단됐다가 2008년 재개 후 18년째 이어져 오며 국내 최초 영화상의 전통성과 권위를 지켜오고 있다.
이날 이혜리는 '빅토리'로 신인여자연기상과 여자 올해의 스타상까지 2관왕에 올랐다. 그는 신인여자연기상 수상 소감으로 "와, 제가 신인상을 받았다니 정말 너무너무 행복한 날이다"라며 "필선을 연기하면서 굉장히 많이 위로를 받았다. 응원을 드리고 싶었던 영화인데 오히려 응원을 받았던 것 같다. 저를 끝까지 믿고 필선을 연기하게 해주신 안나푸르나 대표님, 감독님, 스태프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인남자연기상은 '여름이 지나가면'의 최현진에게 돌아갔다. 최현진은 "3년 전 뜨거웠던 여름에 촬영한 날들이 스쳐지나가면서 생각이 났다. 촬영하면서 고생해주신 배우분들과 스태프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여름이 지나가면'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시절에 찍었다.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 영화가 개봉하면서 함깨 고생해주신 소속사, 스튜디오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아들 연기한다고 쫓아다니면서 고생하시는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효도하겠다"고 말했다.
장동건은 '보통의 가족'을 통해 유현목영화예술상을 품에 안았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은 배우 장동건 제 개인의 성취라기보다는 한국 영화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그 맥을 다시 잇는 자리를 생각이 든다. 이 상이 유현목이란 이름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분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한편의 영화가 사회의 거울이 될 수 있는 걸 작품으로 보여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우라는 직업도 사람의 본질을 탐구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보통의 가족'을 촬영하며 새삼 깨닫게 됐다. 선과 악의 경계에서 가치관과 현실의 괴리에서 옳고 그름이 흔들리는 아버지와 인간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드려야 할지 어느 때보다 고민했다. 관객이 작품을 통해 느껴주길 바랐다. 이 상을 고민에 대한 격려라고 생각하고 무겁지만 감사하게 받아들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희경은 '아침바다 갈매기는'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제 나이 69세에 만난 대본이다. 제 나이 70세에 이 영화를 찍게 됐다. 칠순을 자축하는 의미로 이 영화를 찍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후 소식이 없었다. 영화가 엎어졌구나 생각했다"고 털어놓으며 "나중에 '아침바다 갈매기는'이 공개되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고 여러 상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조연을 사랑한다. 주연을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스트레스도 많다. 주연도, 조연도 했지만 조연이 좋다. 조연 배우들과 이 상을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전,란'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박정민은 "더욱 노력해 내년에는 인기스타상을 받으러 오겠다. 인지도를 높여야겠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병헌은 '승부'를 통해 남우주연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혼외자 논란을 겪은 지 약 1년 만에 공식석상에 나선 정우성이 시상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이병헌은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으로 "김형주 감독님과 스태프들, 함께 했던 모든 배우들과 이 영광을 나누겠다"며 "바둑이란 소재는 저부터도 지루하고, 정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 안에 들어가서 보면 그 어떤 전쟁보다 처절하고 치열한 종목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바둑을 인생과 비교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부일영화상과 깊은 인연이 있다. 2년 전에 '콘크리트 유토피아'란 영화로 세 번째 남우주연상을 받았는데, 남우주연상을 세 번째 받으면 금을 부상으로 주시더라. 그때 굉장히 행복하게 시상식을 끝냈다. 이번이 네 번째인데…"라더니 "아니다. 이걸로 만족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고은은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개인 사정으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가운데, 영상을 통해 "너무 기쁘고 영광스럽다. '은교' 이후 오랜만에 상을 받아 더 기쁘다"며 "이 영화는 많은 스태프와 배우들, 감독과 씩씩하게 촬영했다. 좋은 기억이 남는 영화이다. 그래서 더 의미가 크다. 너무 가고 싶은데 가지 못해 아쉽다. 다음 번에 불러주면 꼭 가겠다.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 되겠다. 지켜봐 주시고 예쁘게 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황병국 감독, 오정민 감독 / 사진=권광일 기자
최우수감독상은 영화 '야당'의 황병국 감독이 차지했다. 시상은 지난해 영화 '서울의 봄'으로 이 부문을 수상한 김성수 감독이 맡았다. 황 감독은 "이 상을 김성수 감독님한테 받으니까 소회가 남다르다"며 "제가 감독님의 작품인 '태양의 없다'와 '무사'의 연출부였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황 감독은 "고마운 분들이 많이 생각난다. 좋은 분들이 좋은 기회에 감독 제의를 해주셨고, 헤아릴 수 없게 훌륭한 배우들이 멋진 연기를 해줬다. 또 동료들이 제가 마음껏 연출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영화의 내용이 민감한 소재였는데 투자와 배급해주신 분들에게도 감사하다. 긴 시간 묵묵하게 기다려준 가족들에게도 감사하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부일영화상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최우수작품상은 영화 '장손'에게로 돌아갔다. 트로피를 받은 오정민 감독은 "태어나서 받은 상 중 가장 명예로운 상인 것 같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인정해 줘서 더욱 뜻 깊다. 그분들께 이 상을 바친다"며 "'장손'은 가족 영화지만 아쉽게도 어머니께서 편찮으셔서 병상에서 이 영상을 보고 있을 것이다. 얼른 쾌차하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국 영화가 위기라는 말이 있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하 제34회 부일영화상 수상자(작) 명단.
▲ 신인감독상 - 장병기(여름이 지나가면)
▲ 신인남자연기상 - 최현진(여름이 지나가면)
▲ 신인여자연기상 - 이혜리(빅토리)
▲ 각본상 - 박이웅(아침바다 갈매기는)
▲ 촬영상 - 홍경표(하얼빈)
▲ 음악상 - 김준석(하이파이브)
▲ 미술/기술상 - 박정우(하얼빈)
▲ 유현목영화예술상 - 장동건(보통의 가족)
▲ 여자 올해의 스타상 - 이혜리(빅토리)
▲ 남자 올해의 스타상 - 이준혁(소방관)
▲ 여우조연상 - 양희경(아침바다 갈매기는)
▲ 남우조연상 - 박정민(전,란)
▲ 최우수감독상 - 황병국(야당)
▲ 여우주연상 - 김고은(대도시의 사랑법)
▲ 남우주연상 - 이병헌(승부)
▲ 최우수작품상 - '장손'(감독 오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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