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삶을 원하고 상상할 권리가 있다. 배고프든 넉넉하든, 남자든 여자든, 권력이 있든 없든. 남들보다 깨어있는 자들은 때론 시대의 사명을 부여받기도 한다.
디즈니+ 최초 오리지널 사극 시리즈 '탁류'는 조선의 모든 돈과 물자가 모여드는 경강을 중심으로 혼탁한 세상을 뒤집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각기 다른 꿈을 꿨던 이들의 운명 개척 액션 드라마다. 천만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과 드라마 '추노'로 신드롬을 일으킨 천성일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푸르던 경강이 탁류(濁流)로 변해버리듯, 극 중 조선에는 백성의 고혈을 쥐어짜는 탐관오리와 왈패들이 판을 친다. 이들은 무리하게 공물을 걷어 바치며 '죽음은 미뤄도 세금은 못 넘긴다'는 살벌한 신조를 지켜나간다. 와중에 소란이 일어나도 "백성이 입을 닫고 살아야 태평성대"라며 피골이 상접한 그들을 무력으로 제압한다.
이야기는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는 장시율(로운), 최은(신예은), 정천(박서함) 세 사람을 주축으로 펼쳐진다. 장시율은 품삯도 없이 백성들을 부려먹는 왈패에 저항하고, 양반가의 자제 최은에게 "배를 탔으면 품삯을 달라"고 당당히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최은으로부터 "돈 몇 푼 쥐어주면 사람도 죽일 것 같아 보인다"는 모욕적인 언사를 듣지만, 겨우 받아낸 대가를 동료들과 칼같이 나누며 곧은 심지를 드러낸다.
그런가 하면 최은은 장사에 소질을 보이며 상인의 길에 뛰어들고자 한다. 그는 "계집애가 무슨 장사를 하냐"는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히나, 마침내 일을 본격적으로 배울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남성이 주류인 장사꾼 사회에 여성이 발을 들이기란 쉽지 않다. 기생을 옆에 끼고 술판을 벌이는 왈패들은 "허물없이 친해지기 위함"이라며 술을 건네고 희롱한다. 굴하지 않은 최은은 담대하게 술을 받아마시며 독기를 품어나간다.
한편 포도청 종사관으로 부임한 정천은 탐관오리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왈패들은 부임 선물이라며 공물을 건네지만 정천은 이 같은 기존의 관행에 거부감을 내비친다. 이후 그는 우연히 마주친 장시율을 단번에 알아보고, 두 사람의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세 사람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꿈꾼다는 것이다. 주류에 맞서는 반골 기질의 인물은 시간이 흐른 뒤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로 평가되기도 한다. 다만 거쳐야 할 고초가 만만치 않다는 게 문제다.
'탁류'는 수긍보다 저항을 택한 이들을 조명한다. 주어진 운명에서 한 발 나아가,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는 진취적 인물들로 희망을 이야기한다.
특히 그간 시대극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왈패'의 이야기를 그린 점이 흥미롭다. 추창민 감독과 천성일 작가는 전작에서 보여준 예리한 시선을 '탁류'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자연스럽다. 로운과 신예은, 박서함은 이질감 없이 역할에 녹아들며 그 시절 존재했을 듯한 인물을 표현한다. 최귀화, 전배수, 박형수 등 조연들도 탄탄한 실력으로 극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은 결코 당연하지 않다. '탁류'는 더 나은 삶을, 나아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현재의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진다. 이런저런 말들에 휩쓸리고, 정형화된 기틀에 갇히기 십상인 세상에서 커다란 시의적절성을 가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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