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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성부른 떡잎…김현목, '3670'으로 발휘한 존재감 [인터뷰]
작성 : 2025년 09월 12일(금) 16:44

3670 김현목 / 사진=해와달엔터테인먼트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그동안은 감독님의 기획 의도와 맞물려서 인물을 잘 표현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3670'은 달랐어요. 도전이 필요한 어려운 역이었던 만큼 제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배우 김현목이 독립영화 '3670'을 통해 또 한 번 큰 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3일 개봉한 '3670'(감독 박준호·제작 오롯필름)은 자유를 찾아 북에서 온 철준(조유현)이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가진 채 혼자만의 외로움을 견디다 이제껏 알지 못했던 세계를 마주하는 퀴어 영화다. 김현목은 극 중 철준의 친구가 돼 주는 동갑내기 영준 역으로 분했다.

'3670'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배급지원상, CGV상, 왓챠상을 수상했다. 열연을 펼친 김현목 또한 한국경쟁 배우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영화는 개봉 9일 만인 지난 11일, 누적 관객수 1만 명을 돌파하며 관람객들의 큰 지지를 얻고 있다.

먼저 김현목은 "'3670'은 지난해 우리끼리 재밌게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촬영한 작품이다. 올해 초부터 영화제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설렘이 커졌다"며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 개봉하게 됐고, 관객과의 대화(GV) 등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N차 관람객'들도 많더라. 슈퍼스타가 된 느낌이다"라며 웃었다.

이어 "독립 장편영화 메인 롤을 맡은 게 처음은 아니었다. 지금까진 관객수가 정말 많아도 1~2000명에 불과했는데, 이번엔 개봉 일주일 만에 1만 명 고지에 다다랐다는 게 정말 신난다. 배급사 직원 분들도 같이 '업'되셨다"며 영화의 호성적에 기쁨을 드러냈다.

김현목이 생각하는 '3670'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스토리 자체가 좋은 것 같다. 감독님께서 처음에 '2024년 남한 게이 커뮤니티 문화를 기록하듯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셨는데, 사실 그땐 극이 다큐멘터리적 성격을 갖는 게 과연 효과적일까 하는 회의감이 있었다"며 "오히려 그런 부분이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포인트가 된 것 같더라. 내용이 마냥 픽션으로만 느껴지지 않았기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퀴어 소재 작품인 만큼 출연에 대한 용기도 필요했을 터. 김현목은 "장르가 우선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영준이는 이때 왜 이렇게 행동할까'라는 생각으로 인물의 감정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며 "아무래도 윤리적인 부분에 있어 조심스러웠다. 클리셰적 표현은 위험할 수 있으므로 감독님과 배우들이 직접 게이 커뮤니티의 상징적 공간을 탐방하는 등 준비를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3670 김현목 / 사진=해와달엔터테인먼트


김현목은 영준 역에 녹아들기 위해 차근차근 노력해 나갔다. 그는 "극 초반 술번개 모임 장면에서 잘 나오진 않지만 영준이가 있다. 감독님께서 '일부러 존재하지 않는 인물로 그리다가 편의점에서 등장시키겠다'고 말씀하셨다"며 "있었는데 없었던 것처럼 보이기 위해 모임에서 드러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후 제가 생각한 영준의 특성들을 어필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감독님께서 미디어에 흔히 나오는 게이의 전형적 모습을 굉장히 경계하셨다. 교과서적인 답변이지만, 그럴수록 더 대본을 파고들고 영준이를 이해하려 노력했다"며 "영준이는 철준이와 자신의 비슷한 점을 집요하게 찾아가며 동질감을 느끼는 인물이었다. 철준이가 현택이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을 보고 반감을 표하는 걸 보며 저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도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함께 호흡을 맞춘 동료 조유현과의 우애도 각별했다. 김현목은 "저희가 1991년생인데 극 중에선 1997년생으로 나온다. 이 부분에 둘 다 죄책감이 있었다"고 농담을 던지며 "동갑내기인 만큼 현장에서 편하고 재밌게 촬영할 수 있었다. 전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해 매체로 활동 무대를 옮겼고, 유현이는 계속 무대 쪽에서 경험을 쌓다 '3670'을 통해 장편 연기를 처음 해본 케이스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현이는 제가 선배라며 도와달라고 했지만, 방향성의 차이일 뿐 10년 넘게 연기를 해온 친구라 내공을 무시할 수 없더라. 전 공부하듯 텍스트에 의존을 많이 하는데, 유현이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이야기에 접근하곤 했다. 현장에서 바로바로 대응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현목은 '3670'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철준과의 편의점 신을 꼽았다. 그는 "촬영 당시엔 못 느꼈지만, 관객으로서 영화를 보니 편의점에서 철준이의 자기소개서를 읽고 빠져드는 장면이 좋았다"며 "'나'라고 칭하면서 글을 읽어나가는 모습에서 영준이가 자신을 철준이와 동일시하는 것에 집착이 있다고 느꼈다. 똑같은 게 틀어지는 걸 싫어하는 영준이가 철준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읽어 나가는 몽타주 시퀀스가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아쉬운 장면도 들어볼 수 있었다. "클럽에서 춤추는 신이 좀 그랬다. 누가 봐도 삐진 표정으로 철준이에게 '더 있다 나오지, 왜'라는 말을 하는 부분인데, 뾰로통한 느낌은 좋았지만 좀 더 센티한 느낌을 자아내면 좋았을 것 같다"던 김현목은 "특히 제 거북목과 라운드 숄더가 너무 적나라했다. 조금은 의도했지만 이렇게까지 거북목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며 웃어 보였다.

김현목은 '3670'의 결말에 대해 만족했을까. 그는 "'망사'(망한 사랑)라며 아쉬워하는 반응이 많더라. GV에서 '누가 먼저 연락할까'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았다. 전 아무래도 영준이가 아닐까 싶다"며 "영준이의 캐나다행을 회피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제겐 이질적인 환경에 스스로를 던져보겠다는 용기로 느껴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영준이의 '성장 완료 스토리'라고 생각한다"는 깊이 있는 해석을 내놓았다.

3670 김현목 / 사진=해와달엔터테인먼트


김현목은 고려대학교에서 환경생태공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수재이기도 했다. 연기와 다소 멀어 보이는 학력을 가졌으나, "중학생 시절부터 노래 부르고 무대에 서는 게 좋았다. 가수 오디션도 봤는데 택도 없이 떨어졌다. 부모님께 예술고등학교나 대학 연극영화과를 가겠다고 틈틈이 어필했지만 잘 안 됐다"는 사연이 존재했다. 그는 "본가가 광주광역시인데, 부모님께서 소위 말하는 'SKY' 대학 아니면 서울로 안 보내주겠다고 하셨다. 광주를 벗어나 자취하며 자유롭게 지내고 싶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웃음). 재수 끝에 고려대에 입학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에 다니면서 공부에 정을 붙여보려 했지만 잘 안 되더라. 결국 4학년이 돼서야 뮤지컬 동아리에 들어가 연기를 처음으로 해봤다"며 "정말 행복했다. 먹고사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일단 해봐야겠다 싶었다. 졸업 후 본격적으로 연기에 뛰어들었다"고 떠올렸다.

비전공자로 배우의 길에 접어든 만큼 불안한 마음도 컸을 것이다. 김현목은 "주변 사람들은 좋은 회사 들어가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조바심이 안 나려야 안 날 수 없었다. 그래도 친구들이 제게 멋있다고 응원을 많이 해준다"며 "연기를 하면 현실적 고민도 잊고 재미에 빠져들게 된다. 배우라는 일에는 예술가의 책무가 따라붙다 보니 책임 의식이 생기는 것 같다. 본질에서 멀어지지 않기 위해, 본분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단단한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아울러 "아직 배우 생활의 안정기가 오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일도 언제 끊길지 모른다. 오디션을 계속 보고 있다"며 "차기작은 정해진 게 없지만, 언젠가 범죄자 같은 섬뜩한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고 언급했다.

김현목은 롤모델로 선배 배우 김응수를 꼽기도 했다. 그는 "드라마 '꼰대인턴'에서 선배님과 잠깐 호흡을 맞췄는데, 애티튜드가 굉장히 좋으셨다. 연기에 대한 준비를 정말 많이 해오신 게 느껴졌고, 단역인 제게 따뜻하게 말도 걸어주셨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현장을 경험하면서 느낀 게 있다. 다른 배우들을 챙기는 '선배 모먼트'가 경력이 쌓인다고 해서 무조건 나오는 게 아니더라. 큰 역할을 맡으면 또 다른 고충이 생기기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연기력뿐만 아니라 현장의 분위기도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게 배우의 과제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3670 김현목 / 사진=해와달엔터테인먼트


김현목은 스크린뿐만 아니라,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폭군의 셰프'에서 보조 숙수 민개덕 역으로도 대중을 만나고 있다. '폭군의 셰프'는 인도네시아 등 44개 국가에서 넷플릭스 1위를 기록 중이다. 그는 "'3670'도, '폭군의 셰프'도 모두 잘 되고 있는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겨울에 지방으로 내려가 촬영을 했다.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 반응에 대해 예상할 겨를이 없었다"던 김현목은 "김광규, 임윤아 선배 등을 포함한 수라간 인물들끼리의 단체 채팅방이 있다. 본방송이 시작되면 다 같이 보면서 재밌게 이야기를 나눈다"며 '폭군의 셰프'의 훈훈한 동료애를 자랑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김현목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그동안 맡아 온 캐릭터들은 앳된 얼굴과 작은 체구에서 나온 '귀여움'이 공통점인 것 같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는데 나이다운 모습이 잘 안 느껴져서 걱정이 된다"면서도 "이런 이미지 덕에 캐릭터를 계속 맡을 수 있는 것 같다. 제 정체성을 잘 지켜나가면서 영역을 확장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현목은 "작품들이 연이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정말 기쁘다. 결과물을 기다리고 평가받는 입장에서 긍정적인 코멘트를 해주시는 것은 복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칭찬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이며 인터뷰를 마쳤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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