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본 리뷰에는 1~6화까지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질투는 사람이 느끼는 아주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이 감정은 재산, 학업, 연애 등 타인이 나보다 잘 났다고 느끼는 게 한 가지라도 있다면 샘솟게 된다. 하지만 그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서로를 이해할 때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때로는 원수 같지만 사실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는 은중과 상연의 관계처럼 말이다.
1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중과 상연'(극본 송혜진·연출 조영민)은 바로 이러한 사람의 심리를 솔직하고 따뜻하게 그려냈다. '은중과 상연'은 매 순간 서로를 가장 좋아하고 동경하며, 또 질투하고 미워하며 일생에 걸쳐 얽히고설킨 두 친구, 은중(김고은)과 상연(박지현)의 모든 시간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은중은 상연이 부럽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전학 온 상연은 할아버지가 과거 장관까지 지냈으며, 화장실이 두 개나 있는 넓은 집에서 거주한다. 여기에 얼굴도 예쁘고 공부까지 잘해 전학 온 날부터 모두의 관심을 독차지한다. 또 반 아이들의 몰표를 받다시피 하며 반장까지 된다. 이러한 상연에 대한 은중의 마음은 메모지에 "너는 참 좋겠다"라고 적은 것에 잘 드러나 있다.
상연도 은중이 부럽다. 은중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친구가 많아지고 활발한 성격을 갖게 된다. 초등학교 글짓기 선생님이자 상연의 엄마 윤현숙(서정연)은 아버지가 없는 은중을 딸처럼 아낀다. 또한 상연의 친오빠 천상학(김재원)은 중학생이 된 은중에게 사진을 가르쳐주며 둘 사이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 상연은 그런 모든 상황이 믿을 수 없어 가출을 해버린다.
초등학교 때 반장이었던 상연은 은중이 수업시간에 소란스럽게 했다는 이유로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매로 은중의 손바닥을 때린다. 이로 인해 은중은 상연과 말다툼을 벌인다. 여기까지만 봤을 때 둘은 절대 친구가 되지 못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은중과 상연은 누구보다 가까운 '절친'이다. 은중은 상연의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가 하면, 천상학으로부터 함께 과외를 받는다. 상연이 가출했을 때 그를 걱정하고 찾아나선 사람은 은중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을 함께한 은중과 상연은 5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다. 상연보다 1년 앞서 대학교에 입학한 은중은 죽은 천상학과 이름이 비슷한 사진 동아리 선배 김상학(김건우)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상연이 우연히 같은 대학교에 오게 되면서 또다시 오해와 질투라는 감정이 소용돌이 치는 사건들이 발생한다. 결국 은중과 상연은 갈등이 점점 심화된다.
눈물샘을 자극할 설정도 심어놨다. 은중과 상연의 절교 이후, 시간이 흘러 은중은 드라마 작가가, 상연은 영화 제작자가 된다. 상연은 한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으로 은중을 언급하지만, 은중은 그를 외면해버린다. 상연은 다시 만난 은중에게 암 말기 사실을 고백하면서 자신의 안락사까지 동행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과연 은중은 상연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줄지, 마지막을 향한 두 사람의 여정은 어떤 그림일지 궁금증이 커진다.
'은중과 상연'은 가장 큰 주제인 워맨스(Womance) 외에도 등장인물들의 성장 역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비슷한 처지에 서로 동병상련을 느끼고 천상학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은중과 상연을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이들의 우정과 인생을 응원하게 된다.
극 중 1990년대부터 200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당시 살았던 이들이라면 공감할 소재도 많다. 삐삐를 비롯해 폴더폰, PC통신, 당시 유행했던 패션, 2002 한일월드컵과 관련한 언급 등 추억을 소환하는 장치들이 가득하다.
아역배우 도영서, 박서경의 연기는 심금을 울린다. 두 배우는 은중과 상연이 어떤 관계인지, 그들의 삶의 행적을 따라가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두 배우의 초반 빌드업 덕분에 김고은과 박지현의 감정선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사랑의 이해' 조영민PD와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송혜진 작가가 그린 여성 서사가 올가을을 추억과 감동으로 물들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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